Bongta      

도복나무

소요유 : 2009.07.27 17:57


지난 폭우로 나무가 여럿 쓰러졌다.
여기 북한산은 폭우 철이 되면 거의 매년 나무가 도복(倒伏)된다.
대략 3주 전쯤 등산길에 나무가 서넛이나 길을 가로질러 쓰러졌다.
그 즈음 공원 당국에서 인부들이 나와 그 중 하나를 잘라내었다.
그리 지나는데 안면이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나를 가로 막으시며 하소연이다.

“저 위에도 나무가 쓰러졌잖아,
글쎄 저들에게 거기도 해결해 달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한전 일이니 자기네는 모른다고 하네.”

“나무 자르다가 혹시 전깃줄을 다칠까봐 그럴 수는 있지만,
그냥 방치하다가 나무가 지나는 사람을 덮치면 큰 일이 나지요.
전깃줄은 한전에서 처리해야하지만,
나무는 마땅히 공원 책임이지요.”

“그렇지, 그럼 합동으로라도 처리해야지 않겠어,
저리 나 몰라 하면 안 되지.”

나는 지난 번 저들에게 쓰레기 문제로 접촉하고는,
가급적 저들과 만나기를 삼가고 있다.
신고를 해봐야 제대로 말끔하게 처리 되는 바 없으니,
이젠 차라리 기대를 접은 셈이다.
내가 오르내리는 등산길 청소도 이제는 서서히 지쳐간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뿐더러,
투기 장소, 투기자 신원이 특정이 된 사안도,
공원 당국은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 혼자는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
의욕이 많이 저상된 상태다.
그렇다고 나 몰라 하며 나다니기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내버려두면 그저 썩어가고 말 것인즉, 이를 어쩔 텐가?
최근래 그럭저럭, 건들건들 견딜 때도 있지만,
이럴 땐, 도리없이 우당탕 흘러내리는 장마철 개울물처럼 마음이 탁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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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과 가까운 이곳은 가장 사람의 왕래가 잦은 주통로다. 자세히 보면 전깃줄에 걸린 것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손을 위로 뻗어 재보니 거의 달듯말듯 지상으로 가까이 내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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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이 참으로 딱하지 않은가? 3주가 되도록 저 밑으로 다니고 있다니. 참으로 맹랑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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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가지는 그저 창과 다름없다. 만약 저것이 밑으로 곤두박질 떨어지면 어찌 될 것인가?)

내 도복된 나무들을 자세히 보니,
전깃줄에 걸려 있는 것도 있고,
이웃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등산길을 가로질러 쓰러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등산길은 하루 기백 명내지 천여 명 이상이 지나는 주통로이다.
만약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 저들이 밑으로 덮치면,
인명을 크게 상하게 하고도 남을 상이다.

얼추 3주가 다 지나고 있는데도,
저리 무심히 방치되고 있는 현장을 보자니,
도대체 공원당국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가 싶다.

도복 나무 중,
땅에 떨어져 그나마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아 부득이 잘라낸 현장을 살펴보니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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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린 전선은 개울을 가로질러 건너편까지 이어진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버려진 것이 아니니, 통전通電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차마 저리 무심할 수 있을런가? 그대 집 안이라면 이를 참아낼 수 있는가? 그럼 집 밖이면 괜찮단 말인가? 진지함이 실종된 시민의식도 아울러 딱하긴 매양 한 가지다.)

전깃줄인지, 전화선인지 모르지만,
잘라낸 나무 밑동에 그냥 깔려 있다.
전화선은 50v지만, 전깃줄은 220v 전압이 걸려 있다.
50v 정도라도 노인네에겐 위험한데,
항차 220v라면 까닥하다가는 감전되어 죽을 수도 있다.
어찌 이리도 처리가 안일한가 말이다.
저들은, 그날
불어터진 살여울에 쫓겨 급히 피신이라도 하였단 말인가?
밑 터져 설사가 쏟아지니 뒷간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기라도 한 것일까?
그날 이후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 할머니 말씀이다.

“언제라도 할 것인데,
저리 방치한 것을 보니,
기필코 사람이 다치고 나서야 처리할 모양이군.”

이 할머니는 뵙기에 여기선 드물게 차림이 조촐하시고, 처신이 반듯하시다.
하지만, 대부분 만나는 이들은 소 닭 보듯 남의 일엔 도통 관심이 없다.
저기 나무에 누구 하나 깔려 크게 다치고 나면,
그 때라서야,
썩은 사체(死體)께로 몰려들어,
조동부리 허물어 까악까악 대는 까마귀 떼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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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세워진 탐방안내소이다.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실엔 이용객들이 년중 거의 없다시피 늘상 한가하다.
그런데도, 최근 그 옆에 새로 부속건물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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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건물도 이리 한산한데,
또 무엇이 부족하여 천금을 헐어 공사를 하는 것인가?
저것이 과연 무엇이 될 것인지 현재로선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탐방안내소 부속건물이라니,
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 의문을 갖는다.
여기에도 또 직원이 배치될 터인데,
참으로 관료들의 셈법이란 배포가 대포를 방불(彷佛)하고 있음이 아닌가 말이다.

(※ 이어지는 참고 글 : ☞ 2009/08/10 - [소요유] - 도복나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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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7 19:05 PERM. MOD/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사용자 bongta 2009.07.28 10:39 신고 PERM MOD/DEL

    기사 조남철 선생이 지은 ‘행마의 급소’란 초보 바둑 책을 보면,
    ‘마치 언 땅에 쇠스랑이를 박고 끄는 격’이란 비유가 나옵니다.
    수년래 저들과 거래해오지만,
    저들의 의식은 이와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저 문제는 마땅히 국립공원이 처리해야 할 것이로되,
    이미 신고가 들어갔는데도 저리 태연한 것이지요.
    저들은 거의 넋이 나간 상태입니다.

    제 생각엔, 한전은 책임 주체가 아닙니다.
    나무가 쓰러져 한전 전깃줄을 다쳤으니,
    나무 관리 주체인 공원 측을 한전이 추궁하려면 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요.
    마땅히 공원이 처리 주체가 되고,
    한전은 업무 협조하는 형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저들이 년년세세 공연한 곳에 천금을 뿌려대며,
    공사판을 벌이는 비용의 일각만 덜어내 써도,
    이곳 공원은 갓 시집온 새댁이 윤을 낸 부뚜막에 걸린 솥단지처럼,
    반들반들 반짝일 것입니다.

  2. 푸른여우 2009.07.28 13:15 PERM. MOD/DEL REPLY

    언제나 멋진 비유에 감탄을 합니다^^
    직접적 책임 주체가 아니라도, 전깃줄이 다치고 그로 인해 큰 문제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
    (혹 불이라도 나면..) 한전에도 민원을 넣을 필요는 있겠다 싶습니다.
    구청은 특히 민원이 들어오면 그냥 무시하기는 힘들고 처리결과를 밝혀야 하는 걸로 압니다..

    사용자 bongta 2009.07.28 14:58 신고 PERM MOD/DEL

    여기 이곳은 구청이라고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http://bongta.com/604
    시간 나실 때, 한번 읽어보십시요.
    버리는 사람, 이를 통제할 관청 모두 이러한 지경이니,
    더이상 무엇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겠는지요?
    그야말로 아니 할 말로,
    제가 시퍼런 권력을 잡기 전에는 제사(諸事)가 기대난망이라,
    이젠 그저 망연히 벌판에 덩그란히 서 있을 뿐입니다.
    비라도 한 줄금 시원히 내려주시길 바랄 뿐.

    아닌 게 아니라,
    방금 밖에 나갔다가 쫄딱 맞고 왔습니다.
    시원하더군요.

    마음 좀 가라앉히고,
    방책을 또 틀려고 궁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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