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영경(獨影境)
※ 어제 댓글 중 독영경이란 말이 나왔다.
해서 예전 글 하나를 이리 덧새긴다.
유식철학은 불교의 한 분파다.
유식(唯識)은 얼핏 대단히 번쇄한 이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음이란 게 본시 그러한즉,
백척간두 진일보, 비장한 각오로 마음자리 살펴보겠다는 학문이니
그러하지 않을 수도 없겠단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유식처럼 심오, 정치(精致)한 학문도 없다.
프로이트, 융의 무의식론은 발치에도 못 쫓아온다.
실제 융의 집단 무의식이라는 게, 이 유식학(아뢰야식)에서 힌트를 얻은 바 크다.
분신자살 비보를 듣고는 얼핏 독영경이란 말이 떠올랐다.
독영경이란 삼류경의 하나로서, 우리들이 보고 있는 세상을 3개로 나누어 설한 것 중 하나다.
독영(獨影)이란, 세상이 "주관이 마음대로 그려낸 망상", 이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주관의 환상.
그런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이매, 홀로 마음대로 그려낸 그림자.
공화(空華)란 무엇인가?
눈병의 일종으로 눈에 꽃 모양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런 꽃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사람에게는 그 꽃이 실제로 있는 것과 같아 보인다.
야밤에 산에 가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흠칫 놀란다.
귀신도 아니면서 귀신이 돼서 사람을 놀래킨다.
사랑하는 이.
진정 사랑하는 그 당체를 좋아하는가?
그 대상에게 마음속으로 그리는 이상형이 형이상(形而上) 덧씌워져 형성되는 이.미.지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건만, 결혼해서 2년 반도 되지 않아 사랑은 시들고 만다.
사랑의 묘약, 유효기간은 2년 반이란 보고도 있다.
자기의 주관, 사랑, 원망(願望)을 투영하면서 그 그림자를 절대화한 세상.
그를 일러 유식은 독영경(獨影境)이라 한다.
우리는 기실 이 독영경이란 늪을 건너고 있음이라,
삶이란 독영경이란 아득하니 멀고 검푸르게 깊은 호수를 일엽편주로 건너가는 것.
위대한 마음은 그 늪을 건너되,
인간성의 비상(飛翔)을 통해 미(美)를 창조한다.
이게 예술이다.
독영이되, 그 독영 속에 어린아이처럼 소꿉장난하며
창조적 자기표현, 곧 예술로 승화시킨다.
황은 독영경 내에 홀연히 나비인 양 나타나,
독충으로 우화(羽化) 아닌 충화(蟲化)한 망상체에 불과한 것.
그가 불교도라 하던데,
과업(過業)만으로,
명실 무간, 화탕지옥인들 어찌 감당할손가 ?
독충에 물려 스스로 산화한 저 중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
망상 중에 망상이요,
환(幻) 중에 환(幻)이라.
그 마야(Maya) 환술에 갇혀 파득이다,
맥을 끊은 가여운 중생이라니 !
과시 중생들은 고해(苦海)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음이니,
그 여리고, 여림이요,
가엾고, 가여움이란,
애닯기 그지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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