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악완지상(惡頑之相)

소요유 : 2010. 8. 16. 19:30


운전을 하다보면 몇 가지 난감한 상황에 부딪칠 때가 있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고 정지선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진행신호가 떨어져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는데,
맞은 편 차선에 막 달려오는 차를 목격한다.
깜박이가 켜져 있지 않으니 저것이 직진하는 차인지, 우회전 하려는 것이 알 수 없다.
당연 직진하려는 차로 봐주어야 한다.
저것을 보내고 진입하려고 교차로 한가운데서 일단 대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차는 비웃듯 바로 우회전을 한다.
공연히 차도를 타고 앉아 시간을 축내고 말은 셈이다.
그 차가 우측 깜빡이를 켰다면 나는 좌회전하며 진입할 수 있었을 터인데,
저 자가 직진할지 모르기 때문에 멈춰 선 것이다.

깜박이 신호는,
그저 단순히 준수해야 할 운전자의 운전 예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남을 내가 의식하고 살아간다는 염치 갖춘 자존의 확인 의례인 게다.

앞으로 끼어들기 하는 차가 깜박이도 없이
좁은 틈으로 대가리만 밀어 넣고는 시침 딱 떼고 들어설 때가 적지 않다.
끼어들기를 하려면 내 앞에 충분한 여유시간을 주고,
깜빡이를 켜고 들어서야하는데,
얌체족들은 대가리만 밀어 박고는 상대의 앞길을 훔쳐 간다.
이건 절도행위와 다름없다.
상대의 시간 그리고 자유와 안식을 빼앗아 간다.
사뭇 파렴치한 짓이다.
저들은 이런 짓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도리어 바보라며 놀릴 것이다.
(※ 참고 글 : ☞ 2008/10/21 - [소요유] - 삽족배(揷足輩))

한가한 시골길도 아니고 도심에서 운전석 밖으로 팔을 내려뜨리고 운전하는 작자를 보게 되면,
나는 이젠 그자의 면판(面板)을 유심히 관찰한다.
얼마나 천한 인상을 가지면 저리 될까?
나는 그 자의 상판(相板) 낯데기를 관상학 임상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니 예전엔 화도 났으나 요새는 그저 한가로이 넉넉하다.

담뱃재를 유유히 차창 밖으로 털며,
운전하는 인간 역시 나의 임상 마루타가 된다.
차창 밖으로 휴지를 버리고, 꽁초를 버리는 저 천박한 인격들,
상서(相書)를 들춰 보면, 저들의 면판은 하나 같이 천격에 가깝다.
농원 주차장에도 군인 면회객들이 심심치 않게 들어서는데,
이들은 참으로도 묘하게 거의들 하나같이 담배꽁초, 휴지를 투기하고,
먹다 남은 음식물들을 휙 버리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흉하고 악하다는 것이니 이를 상서에는 사서(蛇鼠)에 비교하고 있다.
또한 속되고 탁하니 먼지와 같다하였다.
한 마디로 일점 틀림없이 천격(賤格)들인 것이다.
왜 아니 그러할까?
상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예전엔 관상을 그저 재미로 생각하였으나,
이즈음엔 배운 것을 조심스럽게 맞춰보며 그 진의를 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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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0. 8. 16. 1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