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별꽃 하나

소요유 : 2010. 8. 27. 21:25


농원 앞에는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아침부터 병사 두 명이 밖으로 나와 야단법석을 떤다.
물끄러미 쳐다보다 좀 시간이 지나자,
그들 손에 빗자루와 조그만 부삽이 들려 있는 것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도로 한가운데로 나서면서 얼굴을 찡그리며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겠다고 엄살인데,
또 하나는 선임병인지 그 자를 떠밀 듯 밀치며 어서 하라고 미룬다.

순간 나는 짐작이 섰다.
내가 그들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과연 도로 한가운데 고양이가 차에 치어 죽어 있었는데,
그를 막 치워 옆 밭으로 버리는 중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을 트며 이리 이른다.

“남의 밭으로 버리면 어떻게 하나,
삽을 가져와서 흙에 묻어주게나.”

“어디에다 묻어요?”

“너희 부대 뚝방에다 묻어라.”

남의 밭은 괜찮고 제 부대는 왜 아니 되는가 말이다.

“이제껏 여기 주변을 서성거리며 지내던 녀석이 아닌가?
가는 마당 곱게 묻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이 병사들은 도저히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들끼리 히히닥거리며 시간이 없어 못하겠다고 꾸며 암살을 핀다.

“징그럽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릅쓸 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그깟 것으로 무슨 깨달음을 얻어요.”

그예 그들은 부대 안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나는 어제 그 고양이가 비닐하우스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야옹~’ 하며 부르자 녀석은 바삐 내빼버렸다.
나는 그 동안 가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어왔다.
어제도 그 녀석을 위해 캔에 든 생선을 뒤꼍에 놔두었는데,
아침에 보니 다 비운 것으로 보아 그 사이 그가 먹은 게 틀림없다.
오늘 제 자신을 위한 시식(施食)을 그는 미리 앞당겨 어제 법식(法食)으로 먹은 것일까?
(※ 施食 : 죽은 영혼을 천도하기 위한 의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마, 그렇다한들 무엇이 급하였기에,
그리 바삐 세상을 저버린 것인가?
그래 그리 한 많은 세상 먼저 가는 것도 득책일 것이다.
배고픔, 추위, 더위, 비바람, 사람들의 괄시, ....
도대체 저들은 왜, 어째서,
이 진고생을 도맡아 감당하여야 하는가?

나는 저 녀석을 거두고자,
우리 밭에 먼저 구덩이를 파고 풀잎으로 누일 자리를 마련하고서는,
그가 내팽개쳐진 옆 밭으로 갔다.
입은 비뚜르 돌아가고 창자는 실 꾸러미처럼 삐져나와 있다.
저렇게나 속은 정갈하니 선명한데,
거죽으론 늘 허갈져 배고픔을 달고 살았지 않았는가?
저 창자란 장치, 기관이 생명을 풀무질 하였을 턴데,
그게 사람과 동물이 무엇이 다를 것인가?
어린 사병은 그 까짓 것으로 무슨 깨달음을 얻겠느냐고 하였지만,
깨달음이 뭣 별것인가?
지금 오늘 여기 이곳에서,
'자신의 창자'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나는 도로가에 흩어진 살점들을 휴지로 모으고,
저 녀석 네 다리를 거꾸로 들고는 우리 밭으로 옮겨 왔다.
그가 죽었던 도로가엔 풀꽃 한 다발을 남겨주었다.

우리 밭 가장자리에 고양이, 강아지 천사들이 하나, 둘, 셋 별꽃이 되어 묻혀간다.
(※ 참고 글 : ☞ 2009/11/15 - [소요유] - 불한당(不汗黨)
                     ☞ 2010/06/28 - [소요유] - 화가 난다.)
그들은 왜 이곳에 왔다 가는가?
사람들로부터 갖은 모욕과 멸시를 받으면서,
한 줌 명을 잇기 위해 그리도 진저리쳐지는 세상을 견디어 내어야 하는가?

어느 먼 훗날,
그러리라 기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저들이 이 세상에 왔다 간 숨은 뜻이 밝혀진다한들,
그래 그것이 설혹 제 아무리 거룩한 자연의 섭리라한들,
나는 이 잔인한 현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한들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다 죽고 난 후에,
기껏 삽 하나 들고,
흙을 덮어주는 것일 뿐.

그나,
저나,
모두 미욱하긴 매 한가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7월 앞집 뒷꼍에 누워 저들은 저리 어울려 잔뜩 게으름을 피기도 하였지.
자연은 저들에게 일순의 꿀 한 방울만한 틈만 주고 이내 고통과 죽음을 안기고 만다.
아니 자연뿐이 아니다 인간은 저들에겐 더 매정하고 잔인한 괴물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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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0.08.27 23:30 PERM. MOD/DEL REPLY

    제가 요즘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맹 포화를 퍼붓고 있는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http://www.fromcare.org/our/family.htm

    혼자 읽기 아까운 글들이 많은지라
    선생님 글을 하나씩 퍼 날랐으면 합니다.

    페이지들을 링크해도 좋겠지만,
    일부러 들어가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하여
    본문 자체를 퍼 옮겼으면 해서요.
    물론 출처 주소도 링크로 옮겨놓겠습니다만,
    허락해 주십시오!

    제 실명은 김영찬입니다.

  2. 사용자 bongta 2010.08.28 16:17 신고 PERM. MOD/DEL REPLY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
    여기 본문 밑에 있는 이것을 클릭하시면 저작권 관련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하니 얼마든지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실 저는 제 글이 널리 퍼지는 것을 그리 원치는 않습니다.
    그게 보잘 것 없는 제 글을 아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블로그란 게 원래 사적 일기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닙니까?
    해서 그냥 단상(短想)들을 끄적거린 것이니 이게 멀리 퍼진다는 것이,
    공연히 부끄러운 노릇이 될 수도 있겠거니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죽을 때는 한 점 티끌 하나 남긴 것 없이 사라지고 싶은 것이지요.
    제가 남긴 자취라는 게 화인(火印)처럼 이 인터넷 망망대해를 조각조각 떠다니는 것이,
    왠지 안타까워 보일 것 같더군요.
    죽은 다음에 끝까지 나서서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노릇이니,
    미리 저들을 불살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늘 갖고 있습니다.
    해서 이 블로그도 언젠가는 몽땅 지울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게 죽기 전에 반드시 일어나겠습니다만,
    칼날 위에 선 선무당처럼, 줄 위에 올라선 광대처럼,
    저는 지금을 이리 농(弄)하고 있는 것이지요.
    나중에 때가 되면 그저 바람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을 저는 소망하고 있습니다.

    명승지에 가면 바위에 제 이름자들을 새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누가 벼슬과 돈을 주겠다며 시켜도 저 짓을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저 명자(銘字)들이 천고에 내리 남아,
    얼마나 욕됨을 사고 서럽게 홀로 떨고 있을까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언젠가 드렸듯이 이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 글은 몸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아간 이상 이미 제 것이 아닙니다.
    허공중에 바람 타고 나르는 날개처럼,
    물을 따르는 외로운 돛단배와 같이 쉬이 지나가는 인연의 터럭 실줄인 것이지요.
    우리가 말을 밖으로 내놓으면 "옴마니반메훔" 알파와 오메가
    그 소리의 영혼이 가없는 우주를 끝없이 떨며(振動) 나아갑니다.
    그런즉 그 끝줄을 움켜지고 제 것이라 우김은 얼마나 구차한 노릇이겠습니까?”

    제가 인터넷이란 인드라망 속으로 이미 흩뿌린 말 조각이란 것이,
    제가 거둔다고 거두어 질 것이며,
    제 것이라고 우긴다고 제 것이 되겠는지요?

    저 조각 말들도 일엽편주 떠다니며 제 명운(命運)따라 인연을 짓고
    생멸문(生滅門)을 넘나들겠지요.
    그러하다면 제 말씨들도 스스로 자기의 길을 떠날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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