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상인, 상것, 상놈, 쌍놈

소요유 : 2008.02.20 15:25


상것 또는 쌍것으로 남을 지칭할 때가 있다.
혹은 쌍놈이라는 조금 더 직설적인 표현도 있다.

상 또는 쌍은 한자로는 常이다.
이로 미루워 보더라도, 본래의 뜻은 양반이 아닌
그저 일상적인 보통의 사람을 지칭함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상인(常人)이라 함은,
천인(賤人) 보다는 신분이 높지만,
양인(良人)에는 미치지 못하는 일반 백성을 지칭한다.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에는
상민(常民), 평인(平人), 평민(平民), 여민(黎民), 서민(庶民) 등이 있다.
여민(黎民)이란 말은 검수(黔首)라고도 하는데,
옛전에 관(冠)을 쓰지 못하는 민머리 상태의 일반 백성을 뜻한다.
黎, 黔 이 글자들은 모두 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한편, 서민(庶民)이란 말은 벼슬을 갖지 못한 무리들을 뜻하는 말이니,
곧 일반 백성을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본시 상인이란 말은
일반 백성 무리를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상인 → 상놈의 전화(轉化)가 일어난 까닭은 무엇인가 ?
묻지 않아도 이는 상인을 비하하여 이르고 있는 것이다.
상인(常人)이 천인(賤人) 보다는 신분상 윗길에 속하지만,
양인(良人) 입장에서 내려보기엔, 상대해줄 부류가 아니라고
여겼음이니, 그들 상인 일반을 상놈이라고 부르며,
한껏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사, 천인 입장에서도,
저들 상인들이 양인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꼴에 우쭐대는 것이 눈꼴 사납게 보였을 터,
돌아서 가는 저들 뒤통수에 대고 상것이라며
빈정거리며, 한껏 비틀린 심사를 풀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것이 이제는 누구나 상대를 비하하려고 할 때,
으레 상놈이라는 말을 불러내 쓰고 있다.
제놈도 상놈인 주제에 남을 상놈이라고 부르는 순간,
일순 신분상승이 되어 양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

한편 불상것, 불쌍놈이란 말도 있다.
'불'이란 접두사는 ‘몹시 심한’이란 뜻을 더하고 있음이니,
쌍놈을 더욱 비하하는 말일 터.

이제, 이 말을 떠올리게 된 사연을 말할 차례다.

산에 올라 약수물을 떠오곤 한다.
약수터에 오르니, 이미 선객(先客)이 물을 받고 있었다.
잠시후 그 자가 다받고 물러섰기에,
주섬주섬 채비를 차리고 물을 받으려는 차였다.

그자는 느닷없이 맨몸으로 아랫 계단 두어개를
내려서더니 약수터에 오르는 길 가운데에,
괴춤을 까내리고 오줌을 갈겨대는 것이다.

깜짝 놀라,
아니 약수터 바로 옆에서 어찌 그리 할 수 있느냐 나무랐다.

“흐흐, 저 아래 내려가면 등산객들이 보기 때문에,
여기에서 누었습니다.”

“나는 등산객 아닙니까 ?
우리 모두 여기 약수물 신세를 지고 있지 않습니까 ?
하니 모두 삼가고, 보살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만한 도리도 모르고,
70을 살고, 80을 채운다면
도무지 산다는 것에
떳떳한 보람이 없지 않겠습니까 ?”

“행여, 오줌을 누려한들, 한발짝만 더 수고하여
숲 안으로 들어가면 낫지 않겠습니까 ?”

“다음부터는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거죽 말로나마,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 대꾸할 정도면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보통 이리 막되먹은 짓을 태연히 하는 치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투덜대며 대들기까지 한다.

그 자가 이제 배낭을 둘러매고 내려간다.
그런데, 계단 두어개를 내려서자 마자,
길 한가운데에다 코를 팽하고 풀어재낀다.
그것도 가운데를, 비껴 길곁이 아니라,
길 중앙에다 걸죽하니 내갈긴다.

참으로 불상것, 불쌍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약수터 한쪽편,
겨울부터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를
부러 그냥 내버려 두어보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 하나 치우는 사람이 없다.
아직도 그대로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보통 삼일을 가지 못한다.
약수터 옆, 계곡을 수시로 내려가 줏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사탕껍질, 귤껍질, 담배, 약캡슐, 과자봉지, 비닐봉투, 생활정보지...
언젠가는 진공청소기 자루까지 버려져 있었다.

산에까지 올라와,
저리 쓰레기 버리며,
산천을 홀대하는 저 마음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
게다가 매일 약수물 떠가며
신세를 지고 있는 마당인데도,
저리도 검은 마음보를 가지고들 있으니...

여민(黎民), 검수(黔首)가 아니라
여심(黎心), 검혼(黔魂)이라 할 터.

黎 : 검을 여
黔 : 검을 검

불쌍놈 같은 것들.
쌍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저리 막되먹은 치들이야말로 쌍놈인 게다.

사람은 신분으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서 자신이 양인(良人)임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의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 2008/02/13 - [소요유/묵은 글] - 대수의 법칙과 물태우의 법칙

보통사람 곧 상인(常人)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모두 특별한 사람 곧 양인(良人)이 되어야 한다.

모두 정신적 양반 곧 선비가 되어야 한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카는 총구다.  (0) 2008.02.22
두수(頭須) - 후기  (0) 2008.02.21
두수(頭須)  (0) 2008.02.21
상인, 상것, 상놈, 쌍놈  (2) 2008.02.20
공적기관역할-시민의식  (0) 2008.02.20
애자지원필보(睚眦之怨必報)  (0) 2008.02.19
붉은 부담  (0) 2008.02.19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1. 푸른여우 2016.01.13 19:47 PERM. MOD/DEL REPLY

    그러니 상놈, 쌍놈이란.말 안써요^^ 안녕하시죠?

    bongta 2016.01.14 21:56 신고 PERM MOD/DEL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리 다시 뵙습니다
    .
    제가 지금 얼치기이나마 농부가 되었는데,
    지난 해 한 여름, 밭 언덕을 거닐며 잠깐 선생님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푸른 들, 푸른 여우, 푸른 과일.
    사뭇 귀하고 아름다운 이름들입니다.

    이 푸른 이름 앞에,
    늘 고맙고, 송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