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八字蛇

농사 : 2012. 11. 11. 19:52


어제 아침 밖에 나갔다가 무엇인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멀리서 보니 굵은 끈 형상이었는데, 그 근처에 끈을 흘린 기억이 없다.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덟 팔자 모양을 하고 죽은 뱀이었다.

예초작업시 본의 아니게 뱀을 해한 적이 있기에 금년엔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랬다.
다행이 올해엔 뱀이나 개구리를 다치게 하지 않은 양 싶다.
내가 미처 모르고 혹여 다치게 하였을 수도 있겠으나,
작업시 조심을 한다고 한 폭이니 아니 그랬길 바란다.

그러함인데, 八字 모양을 한 뱀은 놀랍기도 하지만 기이하기 짝이 없다.
순간 제 꼬리를 물어 삼킨 뱀 ‘우로보로스’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원형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저것은 뫼비우스 띠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인가?

원형 띠는 안팎이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안과 밖이 나눠져 있지 않다.
한 면의 특정 점에서 출발하여 두 바퀴 돌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원형은 단지 순환성만을 갖고 있지만,
나선형은 순환성과 직진성 두 가지 성질을 보지(保持)한다.

뫼비우스는 나선형 끝단을 다시 선단으로 되돌려 물려버린 형국이라 할 터.

윤회(輪回)란 이런 것일까?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윤회(六道輪回)란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상(天上)을 뜻한다.
이게 원형이라면 단순히 뱅글뱅글 돌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뫼비우스형이라면 혹 나아가고, 혹 물러서는 듯하지만,
어느 덧 다시 되물려 있게 된다.

불교에서 이를 돌리는 에너지를 업력(業力)이라 칭한다.
저 뱀은 어이하여 창고로 가는 입구에 와서 널브러진 것인가?
꼬리 부근에 나비 모양을 한 발 같은 것이 한 쌍 좌우로 붙어 있다.
이게 혹 생식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난 어쨌거나 저것이 바로 업력의 정체란 생각이 든다.
저것만 없다면 육도(六道) 삼계(三界)를 벗어날 수 있으련만,
아, 가련타.
저것 때문에 중생은 가없이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음이렷다.

하기에 중놈들은,
머리 깎고, 生부자지를 명주실로 칭칭 동여매고,
그리 싯푸르디 푸른 젊음을 부처에게 깡그리 바치고 있음이 아니더냐?

그래,
그대들은 수지 좀 맞췄는가?

헌데, 부자지 묶는다고 업력이 없어진다든?

육도윤회라는 것이 과연 원형인지 뫼비우스형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면,
한 때 세상사를 다 아는 양 싶었지만,
한 순간에 허물어지길 다반사로 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날 나아가는 양 싶었지만,
일장춘몽 일순 다 물거품이 된 적은 없었던가?
이리 볼 때 윤회라는 것이 정녕 있다면,
원형이라기보다는 뫼비우스형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half-twist(꼬인)가 아니라 multi-twist된 것이 아닐까 한다.

다만,
잠깐 잠깐씩 거머진 양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인 것을.
칡 덩굴은 끊어지고 있는데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방울 꿀로 시름을 달래며.

岸樹井藤


(출처 : http://www.ctworld.org/monthly/117/c01.htm)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pH scale  (0) 2012.12.29
저온 요구량 적산식 (블루베리)  (2) 2012.12.25
'포텐셜'에 대한 단상 하나.  (6) 2012.12.13
삽(澁, 떫음)과 계면활성제  (2) 2012.10.25
여성과 위생, 그리고 제초에 대하여  (0) 2012.08.18
우리 동네 전문 농부  (0) 2012.08.17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농사 : 2012. 11. 11. 19: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