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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澁, 떫음)과 계면활성제

농사 : 2012.10.25 10:45


나는 얼마 전 미생물 교육을 받았다.
강사의 말씀이 기름집 됫박처럼 반지르한 것이 보따리 장사를 많이 한 양 싶다.
처음엔 잘 몰랐으나 이러저러한 강의를 접하다보니,
말짓, 몸짓만으로도 저이들의 면면을 얼추 짐작할 수 있겠더라.

강사의 말씀인즉,
농약을 그냥 뿌리면 식물 몸체에서 떼떼구르 굴러 떨어지기 쉬우므로,
전착제를 섞어 뿌려주면 좋다 한다.

그럼, 전착제(展着劑)란 무엇인가?

展 : 펼 전
着 : 붙을 착
劑 : 약지을 제

펴서 붙이는 약제(藥劑)란 뜻이다.

약제가 식물 표면에 오래도록 붙어 있으면 당연 약효가 오래 갈 터.
하지만 물방울 표면은 장력(張力)이 있어 구슬처럼 탱탱하니 동그랗게 말리는 힘이 있다.
(이를 표면장력(表面張力), 영어로는 이를 suface tension이라 한다.)
한즉 대개의 경우,
물방울은 식물 또는 해충의 표면에 난 잔 털 위를 떼구르르 굴러 떨어지고 만다.

내가 까마득한 옛날 모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거기 복도에 화려한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이게 얼마나 보드라운지 걷는 걸음마다 마치 얼음 위를 지치듯,
스르르르 미끄러지는 듯 한 착각에 빠졌던 적이 있다.
이 모두 다 한참이나 어릿어릿 풋 촌놈 시절 이야기다.

만약 여기 누군가 씹던 껌을 버렸다면,
아마도 구두 밑창에 쩔껑하며 붙어 걸음걸이가 멈칫거렸을 것이다.

농약을 식물(해충) 표면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려면,
표면에 난 잔털 속까지 약제가 파고 들 정도로 약제의 표면장력을 누그러뜨리면 된다.
그리되면 약제가 잔털 속에 머물러 오래도록 약효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농약엔 대부분 애초부터 이런 성분이 들어 있다.
이를 계면활성제(界面活性劑)라 이른다.
풀이 하자면 경계면을 활성화시키는 약제란 뜻이다.
말인즉슨 그럴듯하니 활성제라 하고 있음이나,
이는 농약과 식물체가 닿는 경계면 장력을 느슨하게 하여 무장해제 시키겠다는 것이다.

원래 천하의 만물은 자기를 지켜내는 모종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물방울이 동그랗게 구슬 모양을 이루는 것도,
외물(外物)과 쉽사리 친화(親和)하지 않으려는 속성의 발로인 것이다.
헤픈 계집처럼 아무 놈팡이에게나 치맛자락을 열어젖힌다면,
어찌 자신의 정조(貞操)를 지키어 낼 수 있겠음인가?

강약이 한결 같지는 않지만,
모든 개별 존재는 외물과 닿는 표면을 조여 오므리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이러하므로써 비로서 제 본성을 오롯하니 지키어낸다.
이를 일러 수분(守分)이라 한다.
한 마디로 제 분수를 지킨다는 말이다.

이리 볼 때,
계면활성제란 마치 천하의 계집 치맛자락을 다 벗겨내고 말겠다는 팔난봉 짓에 다름 아니다.
치맛자락에 그치면 다행이게 단속곳, 속속곳은 물론 저 안쪽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는,
개짐까지 벗겨내고 말겠다는 우격다짐인 게다.

그러함인데,
그날 강사는 이리 말하고 있다.

‘자가 제조한 천연 약제엔 전착성분이 없으니,
세제를 풀어 넣으면 좋다.
퐁퐁이 싸고 좋다.’

아, 나는 이 말을 기어이 듣고 말았다.
순간 바로 나는 저 녀석이 팔난봉에, 조방(助幇)꾼이고나!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홀로 장탄식을 하였었다.
(※ 조방꾼 : 오입판에서, 남녀 사이의 일을 주선하고 잔심부름 따위를 하는 자.)

정숙한 계집은 나이를 제 아무리 먹더라도 다리를 오므림으로써,
아직도 여전히 자신은 여자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보아라,
지하철에 앉은 여인네들을.
요즘엔 시퍼런 나이 어린 것들도 헤프게 다리를 쩍쩍 벌리고 앉기를 예사로 한다.
어려서부터 전착제 뿌린 것들을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가?
저들은 도대체 오므림의 미학을 모르고 있음이다.
여든 잡수신 할머니일지라도 꼿꼿하니 허리를 다려 펴시고는,
양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신 분을 뵈오면,
저 정갈하신 모습에 내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게 된다.
허락만 된다면 가만히 꼭 껴안아드리고 싶다.
이러한 단아함 앞에 어찌 고개를 숙이며 찬미하지 않을 수 있으랴?

대저,
사려 지키고 있을 것이 있음이라야,
안으로 오므려 감추는 게다.

良賈 深藏若虛
자고로 진짜배기 장사꾼은 귀한 물건일수록 깊숙이 감추고 없는 양 하는 것인 바라.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모 카페에서 '친환경적으로 농약을 대신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런 글을 대하였기 때문이다.
게에 이르길 퐁퐁을 써서 파리를 잡고, 배추 벌레를 잡는다 하였다.
게다가 우리나라 세제 원료가 거개 독일로부터 수입되는데 먹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실로 나로서는 끔찍한 이야기인데, 저이는 어찌 이를 두고 친환경농사 운운할 수 있음인가?
이리 의심을 하고드니 필경은 이리 자리에 나서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설혹 전착제 자체가 독성이 없다한들,
과도한 계면활성화는 자연계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나는 생각해보는 것이다.

비록 전착제가 해충의 잔털을 파고 들어 오래 머무른다하더라도,
더불어 식물체의 기공을 타고 안으로 들어갈 소지도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농약은 식물이 보기엔 서로 친화하고 싶지 않은 외물인 것,
한즉 농약이 식물 표면에 오래 머무르면 기어히 안짝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게 마련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

그러함이 아니던가?

떫은맛을 한자로는 삽미(澁味)라 한다.
나는 전착제를 이야기하자니 이내 이 澁을 떠올리고 만다.
흔히 떫다 하면 땡감을 떠올리게 된다.
먹기가 힘이 들기 때문에 탈삽(脫澁)처리를 하게 된다.
초크베리류에도 떫은맛이 강하다.
블루베리보다 몇 십 배는 유효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하지만,
이 떫은 맛 때문에 식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하여, 초크베리의 떫은 맛을 저감하기 위해 열심히 품종개량을 하고들 있다.
허나, 내 짐작으로는 떫은 맛이 감해지면 유효성분도 그만큼 낮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럴 양이면 이미 안정적으로 자신의 본성을 활짝 꽃피워내고 있는,
블루베리를 취하지 굳이 초크베리를 탐할 이치가 없다.
다만 초크베리는 식용이 아니라 약용쪽으로 나아가,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자다가 일어나거나,
한참 눈을 혹사하면 눈꺼풀이 뻑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목건삽(目乾澁)이라 한다.
내가 근래 눈병이 있어 자주 이러함인데,
안과에 가서 의사에게 이 병증(病症)을 무엇이라 일러야 할 터인가 하다가,
스스로 홀로 짐작하길 澁이라 하면 좋겠다 싶었다.
양의가 어지간한 자가 아니면 이런 말을 알아들을까 의문이긴 하지만.
그러다 오늘 뒤져보니 과연 목건삽이란 병명이 기왕에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이 삽(澁)은 탄닌 성분 때문이라 한다.
물론 목건삽은 이와는 무관하다.
다만 그 느낌이 텁텁하니 그러함이니 빌려 썼을 뿐이다.

초크베리엔 특히나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다.
이게 바로 떫은맛의 정체인 것이다.
이로 인해 방부(防腐) 역할을 하여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령 식물체이든 해충이든 간에 표피가,
적당히 텁텁하니 엉기어 외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고 있을 터인데,
이런 역할을 하는 기능 인자로서 나는 澁을 추상(抽象)해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기능이 방부(防腐), 방역(防疫)의 역할을 할 것임이라.
실제로 이런 성분 물질이 있든 없든 간에,
그런 발현 기능을 상징하는 말로써 나는 澁을 여기 이 자리에서 그려내고 있는 게다.

계면활성제는 바로 이런 현실 또는 상징 기능을 강제로 무장해제시킨다.
나는 오늘 이런 기분 내지는 추상체계(抽象體系)를 통해 사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계면활성제는 이런 澁의 정반대 쪽에 서있는 것이 아닐까?
한즉, 저 위에서 이끌어낸 글에서 주장하듯이,
퐁퐁이 그저 먹어도 이상이 없다는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다.

설혹 저분의 주장대로 저런 따위의 계면활성제 자체에 독성이 없다한들,
2차적 기능일지라도 생명체에게 작폐가 심하리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한데 1차든, 2차든 유해하다면 독성 물질이라 아니 부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에 대하여는 ‘순천향대학 홍세용’을 키워드로 하여 검색하면,
보다 구체적인 추가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부 농약 속 계면활성제에 치명적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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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5 11:41 PERM. MOD/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2.10.25 11:59 PERM. MOD/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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