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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문 농부

농사 : 2012. 8. 17. 07:54


여기 전문 농부들의 행태를 엿보자하니 이러 하다.

아침나절에 잠깐 농약통 짊어지고 휭하니 밭을 훑고는 철수한다.
낮 동안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저녁 해가 저물어가자 잠을 털고 일어나 밭을 돌본다.

뭐 이 정도라면 보통 수준의 농부에 불과하다.
진짜 고수는 거의 밭이나 논에 나타나지 않는다.
농약 칠 때, 비료 줄 때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는 일 년 내내 얼쩡거리지도 않는다.
그러다 추수할 때에 이르러서야 반짝 바쁠 뿐이다.

그러한데, 이보다 몇 곱은 더 높은 경지에 이르른 농부가 있다.
오로지 입으로만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이름하여 전화농부.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전화 한 통이면,
알아서 다 해주는 전문꾼들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들이 이리 고수가 될 수 있는데,
가장 의지하는 바가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가?
농약, 비료에 크게 기대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 보다도 더욱 크게 의지처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초제가 아닌가 싶다.
저리들 손을 대지도 않고 작물들이 자랄 수 있음은,
틈나는 대로 제초제를 살포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잡초를 만악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저들 밭에 들어가 보면 거의 풀이 나 있지 않다.
저리 한량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나 같은 농부는 종일 밭에서 산다.
그렇다고 제초제 없이 풀을 다스리려 하니 여유가 없어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나는 외려 풀을 일변 키워가면서 작물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저들을 우대하고 있는 폭이다.

못난 성정(性情)이라,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에도 밭을 떠나지 못한다.
잠깐 몸을 움직여도 온 몸은 곧바로 땀으로 젖는다.
낮엔 쉬는 것이 능률적인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낮에 쉬면 시간을 일없이 흘려버리는 것 같아 그러하지 못한다.
그보다 나태해지는 꼬락서니를 스스로 보아내기가 영 어려운 것이다.

이번 폭염에 한두 번 낮잠을 잔 적이 있는데,
이게 영 기분이 언짢고 찜찜해 그만 두었다.

계획에 따라 내년이면 나무 식재가 얼추 다 마무리된다.
이쯤이면 한결 틈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 때에 이르르면 그 동안 그려둔 몇 몇 계획을 서서히 실행에 옮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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