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자산다사(子產多事)

소요유 : 2013.05.29 12:22


농은 님께서 주신 귀한 글귀 하나.

‘"큰 지혜는 너무 커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이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부절처럼 딱이나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 말씀을 쫓아 생각나는 글귀들을 다시 챙겨보았습니다.

이하는 한비자(韓非子)의 난삼(難三) 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정나라 자산이 새벽에 출타하여 동장 거리를 지나다 부인네의 곡소리가 들리자,
마부의 손을 누르고는 들었다.
얼마 있다 관리를 보내 신문을 해보니 손으로 남편을 목 졸라 죽인 자였다.
후일, 그 마부가 물었다. 

“대인께서는 어찌 그것을 아셨습니까?”

자산이 답하였다. 

“그 곡소리에 두려운 기운이 서려 있었느니라.
무릇 보통 사람은 친애하는 이에 대하여 처음에는 근심을 하고,
죽음에 임박해서는 두려워하며, 죽으면 슬퍼하게 마련이다. 
이제 곡소리가 슬퍼하지 않고 두려워만 하였음이니,
그에 간악스러운 까닭이 있음을 알았다.”

(※ 이에 대하여는 여태후에 얽힌 이야기를 추가로 읽어두면 참고가 될 것이다.
     ☞ 2008/06/07 - [소요유] -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혹자가 말하였다. 

“자산의 정치가 또한 너무 번거롭지 않은가?
간악함을 이목이 미침을 기다린 연후에나 알아낸다면,
정나라에서 간악한 자를 색출하는 것은 적을 것이다.
일을 주관하는 자에게 맡기지 않고,
안팎을 대조하고 판별하는 정치를 하지 않으며,
(※ 參伍 : 參伍之道,就是借取外在的(條件) 以廣謀略,以內在既有的制度衡度過失)
재고 따져 밝히 탁량하지 않으며,
(또한)
총명 다하기만을 믿으며,
지려를 수고로이 짜내어,
간악함을 안다는 것은,
또한 너무 술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고 도대체가 사물은 많은데 지려는 적으니,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이기지 못한다.
지려는 사물을 두루 다 알아내기에 부족하다.
고로 사물에 의존해서 사물을 다스릴 일이다.
 
아랫사람은 많고 윗사람은 적으니,
적은 것은 많은 것을 이기지 못한다.
이러하듯 군주는 신하를 두루 알아내기에 부족하다.
고로, 사람에 의존해서 사람을 알아낼 일이다.
 
이런 까닭으로 몸이 수고로이 피로하지 않고서도 다스려지고,
지려를 쓰지 않고서도 간악한자를 색출할 수 있다.
그런고로 송나라 사람의 말이 이러하지 않더냐?
 
‘참새 하나가 예(羿)를 지날 때마다 예가 그것을 반드시 잡는다면,
예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천하로써 그물을 삼아야 참새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무릇 간악함을 알아내는 일도 역시 큰 그물로 하나도 놓치지 않게 하는 바이다.
그 도리를 닦지 않고, 자기의 어림짐작을 화살로 삼는다면,
자산도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다.

노자가 이르길,

‘지려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적이다.’ 라고 하였다.
(※ 道德經 : 故以智治國,國之賊;不以智治國,國之福。)

이는 자산을 가리켜 이른 말이다.”

鄭子產晨出,過東匠之閭,聞婦人之哭,撫其御之手而聽之。有閒,遣吏執而問之,則手絞其夫者也。異日,其御問曰:「夫子何以知之?」子產曰:「其聲懼。凡人於其親愛也,始病而憂,臨死而懼,已死而哀。今哭已死不哀而懼,是以知其有姦也。」

或曰:子產之治,不亦多事乎?姦必待耳目之所及而後知之,則鄭國之得姦者寡矣。不任典成之吏,不察參伍之政,不明度量,恃盡聰明,勞智慮,而以知姦,不亦無術乎?且夫物眾而智寡,寡不勝眾,智不足以遍知物,故因物以治物。下眾而上寡,寡不勝眾,者言君不足以遍知臣也,故因人以知人。是以形體不勞而事治,智慮不用而姦得。故宋人語曰:「一雀過羿,羿必得之,則羿誣矣。以天下為之羅,則雀不失矣。」夫知姦亦有大羅,不失其一而已矣。不修其理,而以己之胸察為之弓矢,則子產誣矣。老子曰:「以智治國,國之賊也。」其子產之謂矣。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자산은 실제 자신만 의지하여 정치를 한 것이 아니다.
 
자산은 출신이 그리 유력한 집안이 아니었기도 하지만,
널리 다른 정치 세력의 의견을 듣고 수용해가면서 정치를 이끌었다.

실제 한비자는 자사에 신뢰를 많이 보낸 편인데,
이번 건은 자신의 의견을 펴려니 하나의 사례로 꺼내들었을 뿐이니,
이리 한정해두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기실,

'큰 지혜는 너무 커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 말씀은 또 달리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 주시고 있다.

바로 앞서 내가 소개한 글에 등장하는 큰 박 이야기다.

참고 글 : ☞ 2009/08/24 - [소요유] - 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

그저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 정리해보고 싶었을 뿐,
달리 어느 쪽에 치우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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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은 2013.06.04 15:03 PERM. MOD/DEL REPLY

    큰 지혜는 마치 하늘을 덮는 큰 그물과 같아서,
    마땅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율곡은 10만 양병을 시도해 보지도 못한채,
    그저 나루터의 언덕 위에 작은 정자 하나 지어서 도망가는 놈 횃불이나 밝혔습니다!

    서릿발 같이 밝은 지혜를 간직한 송구봉을 위시해 이토정, 서고청도
    그저 야사에 긴 그림자를 남겼을 뿐 입니다.

    이렇듯 큰 지혜를 간직한 현인들이, 지혜에 합당한 마땅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서
    그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耳聃같은 현인도 주나라의 도서관에서 책이나 정리하며 한 세상을 보냈으니,
    대저, 큰 지혜란 어디에 써야 하는 걸까요?


    bongta 2013.06.05 11:08 신고 PERM MOD/DEL

    쓰임이 있다면 아무래도 크기에 한정이 있겠지요.
    헌즉 참으로 큰 지혜라면 어디 한 곳의 쓰임에 매여 있질 않을 것입니다.
    산사 범종 소리가 허공중으로 퍼져 나갈 때,
    우리 흉통은 살 맞은 새처럼 함께 바르르 떱니다.
    이렇듯 큰 지혜는 저 소리처럼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으시고도,
    우리의 가슴통을 애절하니 울리시지나 않겠습니까?
    그러하니 굳이 쓰임을 밖에서 애써 더 구할 일이 있겠는지요?

    다만, 울릴 가슴통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도대체가 이를 탓하고 걱정함도 다 부질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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