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대도(大盜)

소요유 : 2014.09.01 12:04


칼을 지니면 사람을 베고 싶다.

사람이 피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욕심이란 이름의 칼이 피를 부른다.

왜냐하면,
칼을 지니지 않았을 때는,
애시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다.
허나, 허연 배때기를 뒤집으며 빛나는 도검 한 자루를 얻게 되면,
그 칼의 영광을 피로써 허공중에 흩뿌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刀刀見骨,刀刀見血。

칼을 휘두를 때마다 뼈가 발라지고,
칼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흐른다.

칼의 덕성은,
뼈를 바르고, 피를 부르는 것임이라,
이를 어찌 사람이 그치게 할 수 있으랴?

원래부터 바람둥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춤을 모를 때에는 그저 장을 보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허나, 춤을 배우고 나서는 장바구니를 카바레 라커에 넣고는,
제비 품에 안겨 돌아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長袖善舞,多錢善賈。
대저 소맷자락이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 할 수 있다.

그러함이니 춤을 잘 추려는 자는 소맷자락을 늘이는 일을 먼저 할 것이며,
장사를 잘 하려면 돈을 마련하는 것이 급한 법이다.

허나,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먼저 칼을 버릴 일이며,
음녀(淫女)가 되지 않으려면 소맷자락을 끊어 버리고 춤을 배우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을밀장을 제하고는 여느 카페 생활을 접은 지 수 개월이 된다.
거기 서성거리고 있자하니 하나같이 도통 싱거워서 흥이 나지 않더란 말이다.

풍문(風聞)인즉,
저들이 키가 커지고, 세(勢)가 불려지자,
하나 둘 일을 꾸며 돈 버는 일에 나서고 있다 한다.

사람 모이는 곳에,
탁배기 한 잔, 술국 한 대접 돌지 않는다면 이 어찌 흥이 나랴?

깨엿 하나라도 입에 물어야,
입에 침이 괴며, 똥구멍이 간질거리는 법.

헌즉,
깨엿 모판 메고 엿장수 가위를 쨍그렁거린들,
이게 무슨 허물이 되리?

지지리 못 생긴 계집도 눈웃음 칠 때는 어여쁜 법.
도대체가 장터에 엿장수가 없다면 이도 장터라 이를 수 있음인가?

거리의 뱀장수, 약장수도,
예법은 알아,
마냥 장사만 하려 들지는 않는다.

구수한 입담을 쏟아내고,
차돌을 맨손으로 깨며,
대중의 흥을 돋을 줄 안다.

모여든 사람들은,
뱀을, 약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정작은 재미를, 흥을 사는 것임이라.

헌즉,
뱀장수나 약장수의,
장사를 어찌 탓할 수 있으랴?

“順我者生,逆我者亡”

“나를 따르면 살고,
나를 거스르면 죽는다.”

허나, 이리 으르고 겁박을 하며,
목숨을 흥정하게 되면 이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대개 저런 협박의 내막은,
‘너는 죽어도 상관없다, 나만 혼자 잘 살면 그뿐이다.’
이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你死我生

너 죽고, 나 살자.

대저,
칼 앞에 서면 피가 고프고,
돈 앞에 서면 손이 절로 오그라들며 갈퀴가 되는 법.

칼을 든 사람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하지만 소리장도(笑裏藏刀)라,
거죽으로 미소를 날리며 품에 칼을 숨긴 자가 무서운 법임이라.

耶穌說、我就是道路、眞理、生命.若不藉著我、沒有人能到父那裡去。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갈 자가 없느니라.

항차 예수도 자신만이 길이라고 하지 않았음인가?
세상의 장사꾼은 모두 자신이 진리라고 말한다.
길거리 뱀장사도 자신이 파는 뱀을 먹어야만 밤에 용이 되며,
약장수도 제 약을 먹어야 삼천갑자 동방삭이 된다고 하지 않았음인가 말이다.

난,
애초,
자신을 길이라 외치는 이들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무서웠다.

그런데 이젠,
난 이들이 쩨쩨하니 시시해 보인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도적이다.
나 역시 네겐 도적의 하나일 뿐,
한 치도 다름이 없다.

忽遇大盗
홀연 도적을 만났을 때,
그들은 언제나 목에 칼을 턱 걸쳐놓고는,

“목숨을 내놓을래?
돈을 내놓을래?”

이리 협박을 한다.

“生不帶來 死不帶走”

설혹 큰 도적일지라도 그가,
생도 가져다 줄 수 없고,
죽음도 가져갈 수 없으련만,
저들은 언제나 칼을 목에 대고는,
겁박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이비 기독교인 하나,
낮엔 종일토록 예수의 가르침을 어기고, 흉한 짓을 일삼는다.
허나 일요일만 되면 순한 종이 되어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그리고는 교회에 연봇돈 얼마 바쳤다고 자랑한다.
아마 그는 내세의 목숨이 아까와 돈을 그리 탐하는가 보다.
열심히 돈을 긁어 모으고,  
일부를 헐어 천국에서의 안락을 저축한다.
그로선 여간 수지 맞는 게 아닐 것이다.
허나 예수가 그의 목숨을 과연 취하실런지 좀 의심스럽다.  

나는,
만나려면 세상에서 제일 큰 도적을 만나련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의 모든 도적이 그저 쩨쩨하니 싱겁다.

술을 먹어도 독주를 먹어야 그럴듯이 취한다.
세상의 도적도 만나려면 가장 큰 도적을 만나야 한다.

요즘은, 
술도 묽고,
도적도 째째하니,
세상이 도통 싱겁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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