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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월(懷月)

소요유 : 2015.06.18 23:27


회월(懷月)


내가 블루베리를 몇 주먹만큼 땄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익질 않아 어쩌다 눈에 띄는 익은 것을 취하였다.


이것을 서울에 가져와 몇 알씩 여럿에게 나눠주었는데,

그 인연 따라 알알 이야기가 풀려나오더라.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아이 하나가 예 있다.

반갑게 맞이하고 몇 알을 주었다.

이어 휴지를 건네며 조금 먹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엄마께 갖다드려라.

이리 이야기를 건넸다.

그런데 아이가 돌아가고 나서 보니 휴지가 한 켠에 구겨진 채 버려져 있다.

엄마 것을 챙기기는커녕 홀랑 다 먹어 버렸던 것이다.


아, 녀석은 엄마를 싫어하고 있는가?


순간 나는 육적회귤(陸績懷橘)의 고사를 떠올린다.



陸績,字公紀,吳郡人。其父康,曾為廬江太守,與袁術交好。績六歲時,於九江見術,術出橘待之。績懷其三枚,及歸拜辭,橘墮地。術笑曰,陸郎作賓客而懷橘乎。績跪答曰,吾母性之所愛,欲歸以遺母。術大奇之。- [二十四孝]


육적의 자(字)는 공기(公紀)다. 오나라 사람이다. 그 아비는 강(康)이다.

일찍이 노강태수(廬江太守)를 지냈다.

원술(袁術)과 교류를 하였다.

육적은 6세였는데, 구강(九江)에서 원술을 뵈었다.

원술이 귤을 내어 대접하였다.

육적은 그중 3개를 품에 숨겼다.

마침 헤어져 돌아올 때 귤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원술이 웃으면서 말하다.


‘그대는 빈객으로 왔는데 어찌 귤을 숨겼음인가?’


육적이 무릎을 꿇고는 말씀을 올린다.


‘저의 어머니께서 귤을 좋아하시는 바,

돌아가서 어머니께 드리려 함이옵니다.’


원술은 이를 크게 기특한 노릇이라 여겼다.


당시는 동한(東漢) 말년이었는데, 구강(九江) 지역에선 귤이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필히 운송해와야 하였기로 대단히 귀중한 물건이었다.

6세에 불과한 아이가 이리 어미를 생각함이 절절하니,

과시 놀랍다하지 않을 수 없다.


헌데, 

내가 만난 저 아이는,

보기만 하여도 절로 따라 마음이 착해지고 말 것 같지 아니 하였던가?

일절 말이 없고 수줍은 미소만 얼굴에 잠깐씩 번지던 그다.

요즘 세상엔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보석 같은 아이가 여기에 있구나 싶었다.


평소 그리 생각하고 있던 아이인데,

제 어미를 저리 소홀히 여길 수 있는가?

혹, 전에 마음의 병을 앓았다고 하던데,

아직 다 낫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가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개인 뒤의 바람과 달처럼,

깨끗한 본래의 진면목을 어서 찾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이야기 말씀이 예 있다.

평소 신실(信實)하니 미더워 보이는 분들께도 몇 알을 담아 한 접시를 권하였다.

그런데 그 중 한 분께서 휴지를 꺼내더니 그 중 몇 알을 싸서 챙기신다.

정인(情人)에게 줄 심산이리라.

그 모습을 보자하니 가상(嘉尙)도 하거니와 고은 서러움이 가슴께를 자르르 번진다.

저녁 늦게 들어올 정인을 위해 몇 알일지언정 곱게 싸 품는 마음이란,

그 얼마나 소중하며 고마운 노릇인가?


내 여기 또 하나의 고사를 거듭 떠올려 보게 되는 것이다.


適宰夫進蒸羊,莊公命割一肩,賜考叔食之。考叔只揀好肉,用紙包裹,藏之袖內。莊公怪而問之。考叔對曰:「小臣家有老母,小臣家貧,每日取野味以悅其口,未嘗享此厚味。今君賜及小臣,而老母不沾一臠之惠,小臣念及老母,何能下咽?故此攜歸,欲作羹以進母耳。」莊公曰:「卿可謂孝子矣!」言罷,不覺淒然長歎。


재부가 나아가 찐 염소고기를 진상하였다.

장공(鄭莊公)이 어깨살을 하나 베도록 하더니만,

이를 영고숙(潁考叔)에게 하사하였다.

고숙은 다만 좋은 부위만 가려서는 종이로 싸서는 소매 속에 넣었다.

장공이 괴이쩍게 여겨 이를 물었다.

그러자 고숙이 이리 아뢴다.


‘소신에겐 노모가 있습니다.

소신은 집이 가난하여 매일 채소만 먹으며 입을 달랠(즐길) 뿐입니다.

하여 이리 기름진 것은 아직 맛보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임금께서 소신에게 내려주시옵지만,

노모는 그 일점 은혜도 못 누리십니다.

소신이 노모를 생각할 때 어찌 놓칠 수 있겠습니까?

고로 이를 가지고 돌아가,

국을 끓여 어머니께 드리려 하는 것입니다.’


장공이 말한다.


‘경은 가위 효자라 하겠고뇨.’


말을 마치자 불각시에 처연하니 장탄식이 나오더라 ....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앞뒤를 제(除)하고,

일부만 절취하여 소개를 하는 바이라,

그 전후 사정을 잠시 덧붙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정무공(鄭武公)의 부인 강씨(姜氏)는 소생으로 두 아들을 두었다.

오생(寤生)과 단(段)이 그들이다.

그런데 어찌 오생인가?

강씨가 오생을 낳을 때는 잠을 자다 몽중(夢中)에 낳고 만다.

강씨는 이를 두고두고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그 후 아들을 하나 더 두게 되었는데, 이게 단이다.

후에 오생이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이가 곧 장공이다.

그러함에도 강씨는 여전히 단을 편애하여 오생을 거꾸러뜨리고,

차자인 단을 임금으로 앉힐 궁리를 버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러 사단이 벌어지는데,

종국엔 단은 찬위(簒位) 계획이 실패하고 자살을 하고 만다.

강씨는 오생 즉 정장공에 의해 유폐를 당하게 된다. 


이 때 장공은 이리 내뱉는다.


不及黃泉,無相見也!


황천이 아니라면 내 다시는 서로 보지 않으리라!


허나 강씨는 여전히 장공에게 어미인 게라,

영고숙이 어머니를 공양하려고,

염소고기를 소맷자락에 숨기는 것을 보고는,

장공은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워 장탄식을 하였던 것이다.

후에 영고숙이 꾀를 내어 장공과 강씨는 다시 만나고 화해를 하게 된다.

이는 일찍이 굴지견모(掘地見母)란 고사로 알려지고 있는 바,

더는 사뭇 늘어지는 바, 그만 이야기를 예서 약(略)하고 그치기로 한다.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를 중국에선 정인절(情人節)이라 한다.

이 날이 되면 연인들끼리 초콜릿을 준다든가, 꽃을 선사한다.

헌데 요즘엔 이게 상업적으로 오염되어 타락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기실 이게 본질적으로 표달정의(表達情意)를 노리고 있음이니,

즉 사랑의 뜻을 거죽으로 표하여 상대에게 전하려는 목표가 있어,

꾸밈이 지나치고, 열기가 정도를 넘치는 것은 예사가 아니랴?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두 가지 예에서 등장하는 말씀은 사뭇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장지수내(藏之袖內)


이것은 무엇인가?

표달(表達)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소맷 속에 숨기는 것이다.

정의(情意)를 남에게 전달하는 것 따위는 애시당초 도대체가 문제의식에 없다.

다만 정인을 아끼고 사모하는 마음의 현사태(現事態)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 장지수내(藏之袖內)로 표현되는 것일 뿐이다.


用紙包裹,藏之袖內。


종이로 싸서,

소맷자락 안에 감추다.


결코 과시할 일도,

소란을 피울 까닭이 없음이다.


다만 종이로 블루베리를 싸는 순간,

그 분의 사랑은 이미 아름다운 성취를 이루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그러함이니,

그게 블루베리이든, 귤이든, 찐 염소고기이든 무슨 상관이랴?

늦은 저녁달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종이에 고이 싼 것을 전해 받는 순간,

상대인 정인(情人) 역시 은하(銀河) 그 고은 강물 속에 혼을 적시리.


난, 그래서,

회귤(懷橘)이니 회남매(懷藍梅)니 하며 굳이 나눠 칭하지 않고,

그냥 회월(懷月) 하나로 부르리라.


그대, 은빛 달을 품은 님이 곁에 계심이온가?

야반삼경(夜半三更) 우리 밭 언덕에 서면,

달빛은 풀잎 위에 은빛으로 산화(散華)하며 꽃이슬을 뿌린다.

블루베리는 그 품에 안겨 천년 꿈을 영글린다.

님도 없고, 벗도 사라진 나는,

이 월명(月明)의 성전(聖殿)을 거닐며,

삼화(三火)를 불어끄고,

적정(寂靜) 니르바나(Nirvana)에 잠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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