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무축(巫祝)

소요유 : 2015. 7. 12. 20:13


내가 케이블 TV를 보니,

광고가 징그럽게도 나온다.

보험회사와 대부업자들의 광고가 온통 도배를 하다시피 미디어 자원을 점령했다.

본 방송보다 이들의 선전에 포문(飽聞) 당하느니,

차라리 아니 보는 것만 못할 때가 많다.

신경질적으로 채널을 바꿔보지만,

운이 좋아야 광고의 세례를 피할 수 있을 뿐,

게도 광고가 나오긴 매한가지다,


그런 가운데 고개를 기웃거리며 약장수도 심심치 않게 끼어든다.

거기 필경은 사장일 터인데,

그리 짐작되는 이가 나와, 

손가락을 튕기는 듯싶다가는 바로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운다.

이리 최고라며 우쭐거리며,

그것을 먹으면 세상만사가 편안해질 것이라는 식으로 사람을 꾀고 있다.


언사가 단출하고 웃음이 가벼워,

장사를 많이 해본 이가 틀림없어 보인다.

내겐 저이의 몸짓, 입짓이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는데,

장황하니 이어지는 설명 없이,

전격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 찔러 들어가니,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대중에겐 외려 약발이 먹힐 수도 있겠다 싶다.


본디 무당은 대하는 사람마다,

흉사가 있으리니 푸닥거리를 하라고 엄포를 놓는다든가,

미리 예방을 하여야 한다면서 재(齋)를 지내길 강권한다.

겁이 많고 욕심이 많은 우중(愚衆)들에겐,

이만한 수법(手法)보다 더 나은 것을 찾기 어렵다.

으르고 꾀는 수법 말이다.

화란(禍亂) 또는 재화(災禍)로 겁박하고 ,

복록(福祿) 또는 수복(壽福)으로 꾀는데,

아니 넘어가는 이가 드믄 법이다.

대저 피흉추길(避凶趨吉)이야말로,

중생들이 인간세를 살아가며,

추수(追隨)하는 도리가 아닌가 말이다.


이제 무당은 서서히 사라져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이 사람을 으르고, 꾀는 수법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에도 보험업자, 대부업자, 약장수의 핏줄을 타고 흐르고 있음이다.


今巫祝之祝人曰:『使若千秋萬歲。』千秋萬歲之聲聒耳,而一日之壽無徵於人,此人所以簡巫祝也。


지금 무당이 사람을 축원하여 말하길,

‘너를 천년만년 장수하도록 하겠다.’ 한다.


천년만년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하지만,

그러나 단 하루의 수명도 사람에겐 징험이 없다.

이것이 사람들이 무당의 축원을 가벼이 여기는 이유이다.


농장이 있는 시골에도 이웃에 블루베리를 키우는 이가 있다.

가까이 있어 보지 않으려 하여도 보게 되고,

들으려 하지 않아도 쉬이 소식이 들린다.

그 자의 밭엔 쓰레기를 줍지 않아 곳곳에 더미가 쌓이고,

묵은 것이 썩어 가고 있다.

슬쩍슬쩍 제초제도 사양 없이 뿌려댄다.

그러함인데도 그이의 홈페이지를 보면,

맑은 물, 청정지역, 유기농 운운하며 천하에 제일 가는 농장인 양 자랑이 늘어진다.


眼不視物。耳不聽聲。 一心內守。


눈으로 사물을 보지 말고,

귀로 소리를 듣지 말고,

마음을 한데 모아 속알을 지켜라.


하지 않았음인가 말이다.


眼不見爲淨


눈으로 보지 않으면 다 깨끗한 것임이라.


우리가 기실 음식집 주방 안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밥을 먹지 못한다 하지 않던가?

알고는 차마 취할 수 없는 것이로되,

알아도 모르는 척,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듣지 않은 척,

이리 단단히 각오를 하지 않으면,

딱 굶어죽기 십상인 세태인 바임이라.


세상만사 다 바르고, 옳기를 바란다면,

이내 마음을 태우고 말라 죽고 말리라.


하지만,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여전히 그른 것임을.


이젠 농부들도 보험업자나 약장수의 수법을 흉내 내고 있음이다.

우리가 길거리 약장수나 뱀장수를 보게 되면,

그들의 현란한 말솜씨와 차력(借力) 기예(技藝)에,

잠시 잠깐 눈이 멀고, 귀청이 멍멍해지며,혼을 앗기게 되곤 한다.

그래 곧잘 쌈짓돈을 헐어 저들의 약을 사게 된다.

집에 돌아와 펼쳐보면 오래지 않아,

이게 곧 밀가루를 물에 개어 만든 가짜임을 알게 된다.


使若千秋萬歲。


너로 하여금 천년만년 장수하게 하겠다. 


때에 무당년의 이 말을 가만히 읊조려 보라.

도대체가 제 자신의 수명도 단 일각조차 늘리지 못하는 이가,

감히 남의 명수(命數)를 논하고 있음이니,

얼마나 허황된 노릇이란 말인가?


내가 재미 삼아 대부업자들의 전단(傳單)을 모았다.

매일 같이 길거리에 뿌려지는데,

묘하게도 거의 같은 전화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부평초처럼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이름을 바꿔가면서 변신(變身)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는 증표이다.

대개는 비등록 업체일 터인데,

천하에 제일 싼 이자로 손님을 모신다고,

감언이설로 사람을 꾀고 있다.


전단들을 모아둘 적에는,

사회 일각의 현상을 연구해 볼 요량이었는데,

저들이 대개는 불한당, 깡패를 끼고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까짓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가 싶기도 하여,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우선 거죽만 보아도 당집에 걸린 울긋불긋한 헝겊 데기처럼,

저 전단들은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단장(丹粧)되어 있다.


... 故善毛嗇、西施之美,無益吾面,用脂澤粉黛則倍其初。


... 고로 모색이나 서시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더라도,

내 얼굴엔 보탬이 되지 않는다.

지택(脂澤), 분대(粉黛)를 써서 단장을 하면,

애초 민낯의 배는 예뻐질 것이다.


이게 세상의 이치임이니,

저리 전단을 치장하며,

농장을 거짓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부분은 쓰임의 자리가 다른 즉,

원문의 뜻과는 반대로 새겨 인용해본 것임.)


당집에 귀신은 없고,

위패만 단(壇)위에 덩그란히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며,

울긋불긋한 헝겊은 요란히 바람에 나부끼지만,

영험은 없고, 꼬드김(꾀임)만 난무하고 있다.


온 천하가 외표(外表)에 집중하고,

내실(內實)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연예인들만 하여도 얼굴 뜯어 고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리 뜯어 고치면 주가가 오르고,

방송 출연이 늘며, 광고 섭외도 많이 들어와 수지가 맞는다.


내가 쓰는 블루베리 포장 박스만 하여도,

그저 小용기를 담아내는데 족하면 그만이라 생각하여,

아무런 디자인이나 그림도 없는 민짜를 쓰고 있다.

이것을 요란하니 장식을 하자 들면,

그것만 하여도 기 천원이 넘게 비용이 든다.

대량 택배인 경우는 마트에서 얻어온 일반 박스에 그냥 넣어보내기도 한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속담이 있지만,

나는 원체 재주가 없는 위인인지라,

실속도 없이 거죽을 꾸미고, 태(態)를 내는데,

용력을 기우릴 염치가 없다.


다만, 부족한 것이 없는가 살피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보다 질 좋고 맛있는 블루베리를 키우기 위해,

조촐하니 정성을 모을 뿐이다.


허나, 재주가 박하고, 머리가 둔하여,

매양 뜻대로만 되지 않음이니,

이 또한 나의 명운(命運)이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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