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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위호(射石爲虎)

소요유 : 2016.01.05 22:33


오늘 아침 뉴스를 겉귀로 스쳐 듣는데, SK 회장의 신년사가 나온다.

거기 사석위호(射石爲虎)란 말이 지나고 있다.

난 즉각 이 말은 그리 간단하게 쓸 일이 아니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말을 이 분 말고도 여럿이 한 것을 알게 되었다.

박대통령도 한 말씀 하셨고,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그리 신년사를 하였다고 한다.


“정신을 집중해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62)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새해를 맞아 "올해 우리 모두 사석위호(射石爲虎·바위를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의 자세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구현을 위해 적극 나아가자"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1231_0013811024&cID=10401&pID=10400)


보통 이 말은 정신집중을 하면 불가능한 일도 이뤄낼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곤 한다.

이 정도 수준에서 그냥 지나쳐도 될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

이야기를 더 잇기 전에 우선 출전을 먼저 살펴보자.


廣出獵,見草中石,以為虎而射之,中石沒鏃,視之石也。因復更射之,終不能復入石矣。廣所居郡聞有虎,嘗自射之。及居右北平射虎,虎騰傷廣,廣亦竟射殺之。(史記)   


“이광(李廣)이 사냥을 나갔다.

돌 가운데 풀이 난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호랑이로 여기고는 그를 향해 활을 쏘았는데,

화살촉이 돌 속에 박혔다.

가서 보니 호랑이가 아니고 돌이더라.

다시 한 번 더 그를 향해 쐈는데 다시는 돌 속에 화살을 박히게 할 수 없었다.

이광은 군내에 호랑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스스로 나서 호랑이에게 활을 쐈다.

급기야 우북평이라는 곳에 거하며 호랑이 사냥을 했다.

호랑이가 뛰어올라 이광을 해치려 들면,

이광 역시 녀석을 향해 활을 쏘아 죽였다.”


(hudong.com)


이게 이광이 호랑이로 오인하고 바위를 향해 활을 날렸는데,

살촉이 바위에 박혔다는 고사이다.

그런데 다음에는 아무리 바위에 대고 활을 쏘아도 박히지 않았다.


이제 이보다는 조금 더 비평적인 이야기를 이어 붙여 소개한다. 


儒書言:「楚熊渠子出,見寢石,以為伏虎,將弓射之,矢沒其衛。」或曰:「養由基見寢石,以為兕也,射之,矢飲羽。」或言「李廣」。便是熊渠、養由基、李廣主名不審,無實也。或以為「虎」,或以為「兕」,兕、虎俱猛,一實也。或言「沒衛」,或言「飲羽」,羽則衛,言不同耳。要取以寢石似虎、兕,畏懼加精,射之入深也。

(論衡)


“유서(儒書)에서 이른다.

‘초나라 웅거(熊渠)가 출타하여 침석을 마주쳤다.

이게 엎드린 호랑이인 줄 알고 활을 날렸다.

하였더니 거기 활이 박히고 말았다.’

혹은,

‘양유기(養由基)가 침석을 보게 되었는데,

이를 외뿔소로 알고는 살을 날렸다. 화살이 거기 박히다.‘

혹은,

‘이광이 그러했다.’라 전한다.


이렇듯 웅거, 양유기, 이광 그 누가 주인공인지 그 실제를 잘 알 수 없다.

혹이나,

또한 호랑이 또는 외뿔소로 오인하였다 한다.

외뿔소나, 호랑이는 모두 맹수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혹은 말하길 沒衛라 하기도 하고 飲羽라 하기도 한다.

羽는 곧 衛와 같다. 비록 말은 같지 않지만.

요점은 침석을 호랑이나 외뿔소로 착각하여,

두려움에 온 힘을 다 기울여 활을 쏘아기에,

바위에 깊이 화살촉을 박히게 하였다는데 있다.”


(※ 웅거(熊渠) : 초나라 왕. 초나라 왕의 성씨는 웅(熊)이다. 기원전887~877년

침석(寢石) : 卧石,横躺着的石头 옆으로 누워있는 형상의 바윗돌을 뜻한다.

양유기(養由基) : 본디 제나라 사람인데 제가 망한 후 초나라 사람이 되다.

  활의 명인으로 이름이 높은 이다. 기원전 ?~559년

이광(李廣) : 한나라 때 흉노족과 싸운 명장. 기원전 189~119년

沒衛, 飲羽 : 衛는 箭羽라 화살대 끝에 달린 깃털을 가리킨다.

  그런즉 沒衛, 飲羽는 모두 화살이 그 깃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힌 모습을 형용한다.)


이 이야기를 들면서,

정신을 모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여러 사람을 부추기며 추동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을 잘 살펴보면,

이것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여러 문제가 숨어 있다.


바위를 호랑이나 외뿔소로 착각하고 활을 쏘았을 때는,

화살 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혔다.

헌데 맨 정신이 되어 바위에다 화살을 날렸으나 다시는 살이 박히지 않았다.

이광이나 양유기는 모두 고대의 화살의 명인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다시는 바위에 화살을 박히게 하지 못하였다.


저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기실은 불확실하다.

저 인용한 글을 보면 주인공도 여럿이라 실제가 의심스럽다 하였다.

다만 畏懼加精,射之入深也。

두려워 온 정력을 기우렸더니만 바위에 살이 깊숙이 박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점만은 알 수 있다 하였다.


화살 명인도 맨 정신으로는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상황 기술(記述)인데,

필부들에게도 저런 일이 재현될 수 있을까?

저 이야기들이 설혹 사실이었다 하여도,

착각하였을 때라야 기술을 펼 수 있는 정도라면,

저것은 현실 적응성이 거의 없다.


우리네 속담에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다.’란 말이 있다.

나는 이 속담이 전하는 우연성의 정도 이상으로

저 이야기를 높이 치부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한 때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여과 없이 뿜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지막지하던 시절의 폭압적 언동을 난 기억해내며 몸서리를 친다.


‘아니 되는 일은 아니 되게 되어 있다.’

‘아니 되는 일은 불법, 탈법을 무릅쓰고서라도 해내서는 아니 된다.’


이 때라서야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양유기나 이광은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

바위에 불과한 것을 외뿔소나 호랑이로 잘못 보았으니,

그들은 제 앞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였다.


현실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을 때,

가령 60~70년대쯤이라면, 혹간, 마구 달려 나가도 현실의 경계는 뒤로 물러나며,

틈이 벌어지고, 기회로 다가오곤 하였다.

팽창 경제, 위기의 사회에선 설혹 현실을 잘못 보아도,

이게 전화위복의 새로운 기회로 변전되곤 한다.

따라서 도전이 미덕이 되고, 무리가 통하기도 하였다.

온 사회가 이를 두고 희망을 말하고, 찬양의 노래를 합창하며 기렸다.


하지만, 안정내지는 침체 국면에 든 경제 현실, 불신의 사회에선,

현실을 냉정하게 바르게 보아야 한다.

무작정 달려 나가라고 채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 동안 거둔 과실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처진 이들을 보듬고 껴안으며 함께 착실하게 걸어가야 한다.


병졸들을 전선 앞으로 나아가라 등 떠 밀며,

장수들은 뒷전에서 비상시임에도 골프 치고, 전리품을 나눠가질 궁리만 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젠 병졸들을 쉬게 하고,

장수들은 지친 저들과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울어야 한다.


저들 이광, 양유기도 맨 정신 현실로 돌아와선,

바위에 결코 화살을 박아 넣을 수 없었다.

아시는가?

저들은 모두 하나 같이 말로가 좋지 않았다.

비명에 죽어갔다.


여기 이광이 죽어갈 때의 장면을 함께 본다.


廣結發與匈奴大小七十餘戰,今幸從大將軍出接單于兵,而大將軍又徙廣部行回遠,而又迷失道,豈非天哉!且廣年六十餘矣,終不能復對刀筆之吏。」遂引刀自剄。廣軍士大夫一軍皆哭。百姓聞之,知與不知,無老壯皆為垂涕。


“‘나 이광은 머리를 틀어 올리고 흉노와 대소 70여회를 싸웠다. 

이제 다행히 대장군을 따라 출병하여 선우를 맞이하여 싸우려 했다.

하지만 대장군은 나 이광을 멀리 돌아가게 하였고, 또한 길을 잃었다.

이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이광의 나이 예순을 넘겼음이라, 종내 도필리를 상대하겠음인가?‘

그리고는 칼을 꺼내 자결을 하고 만다.

이광의 사대부와 군대는 모두 통곡을 하였다.

백성들은 이 소문을 듣고는 알든 모르든, 노소 불문 모두 눈물을 흘렸다.”

(※ 刀筆之吏 : 죽간에 글자를 새기던 이에서 유래. 구실아치)


한 때 비장군(飛將軍)이라 불리우던 이광,

그도 세 불리하고, 명운이 다하자 끝내는 자결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제 저것이 호랑이가 아니고 바위였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할 때 비로소 걸맞는 방책을 세울 수 있고, 바른 도리를 찾을 수 있다.


‘정신력으로 버티어라.’


이젠 이런 따위의 말로써,

겁박하며 부하를 전선으로 몰아내고, 

국민을 채근할 시절이 아닌 것이다. 


비정규직이 50%이네 60%네 하는 시절인데,

이들 보고 눈을 부릅뜨고 호랑이인 양 바위를 대하라 한들,

활시위를 당길 힘이 남아 있을 터인가?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고 있고,

노동자 해고를 더 자유롭게 해줄 태세인데,

이러고도 직원들 보고 바위를 향해 화살을 쏘는 정신을 가져라 외친들,

저들에게 여력이 남아 있을 터인가?


사정이 이러한데, 공포감을 조성하여, 발분하여 난국을 돌파하라.

이리 선전고무(宣傳鼓舞)하고, 소환동원(召喚動員)하고 있다.


기실 공포심이 조장되면, 활력은 위축되고, 마음은 얼어붙어,

제 실력조차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이리 되면 외려 지혜를 내기 힘들어지고, 행동거지는 둔해진다.

끝내는 과로, 쇼크 상태에 이르러 사망하기도 한다.


여기 이야기 하나를 남겨 둔다.


어떤 부자가 자기 재산을 베개에다 숨겨 두었다.

집문서,  채권 따위를 모두 여기다 숨겨 두고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하루 밤에 집에 불이 났다.

그는 후다닥 일어났다.

막 불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요강을 끌어안고는 급히 대문 밖으로 피해 나와, 

나무 밑에 앉아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쳐다보았다.

요강을 껴안고는 머릿속으로는 새로운 집을 지을 궁리를 텄다.


집 식구들은 그가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어찌 불을 끄지 않는가 물었다. 

그가 말하였다.

‘조상이 물려준 집을 태어버리고 말았으니 나는 빨리 헐어버릴 궁리를 하였다.

나로선 속수무책 불을 구경할 수밖에 더 있느냐?

외려 하늘이 나를 대신하여 내 결심을 재촉하는구나.

나는 이제 새 건물을 지울 궁리를 트고 있다.’


집식구들이 다시 물었다.


‘돈은?’


그는 요강을 껴안고는 이리 말했다.


‘여기 다 있어. 모든 것은 여기 다 들어 있어.’


식구들이 그것은 한 푼의 가치도 없는 요강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자,

그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대경실색하며,

머리를 한 번 들고는,

몸을 땅 바닥에 뒹굴다,

종내 죽어버리고 말았다.


위험에 처하면 양유기나 이광처럼 정신을 차려 맞대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 부자처럼 넋나간 짓을 하기도 한다.

양유기나 이광은 명인들이라 그나마 정신을 차렸지만,

지금 헬조선에 사는 이들이 과연 저들 발뒤꿈치에나 미칠 수 있으랴?

외려 저 부자처럼 베게 들고 나와 광인처럼 길거리를 배회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든다.


이광이나 양유기 정도는 되어야 호랑이나 외뿔소를 만났다고 할 때,

공포심을 누르고 용기를 내어 활을 당길 수 있다.

천만요행으로 그게 바위라 해를 입지 않았다.

사람들은 해를 입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여기지 않고,

그까짓 아무 쓸모도 없는 바위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고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그들도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바위에 아무리 화살을 날려도 뚫지 못하였다.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아우성 치고 있는 이 땅에서,

사람들에게 저 이광이나 양유기를 본받아 난국에 대응하라 외친들,

이게 과연 효과가 있으랴?


이미 힘이 다하고, 진이 빠져 있음이라,

자살률, 이혼율이 OECD 국가 내에 일등을 달리고,

아이들을 낳지 않는 세상이언데,

수장(首長)들이 등을 떠 밀며 내몬들 저들이 과연 여력이 있겠음인가?


당장 보아라.

사석위호(射石爲虎)를 외치며 직원들에게 분발을 당부하고 있던 그,

이 분은 바로 최근까지 어떠한 행적을 보였던가? 


선후가 뒤바뀌었음이라.

먼저 부자 증세하고,

노동자에게 임금 올려주고,

비정규직 철폐하며,

저들의 사기를 올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임이라.


이의 실천은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자, 권력자 수장(首長)들이 솔선수범하여 앞장 서야 할 일임이라. 


끝으로 소위 연저지인(吮疽之仁)이란 고사를 인용하며 마친다.


起之為將,與士卒最下者同衣食。臥不設席,行不騎乘,親裹贏糧,與士卒分勞苦。卒有病疽者,起為吮之。卒母聞而哭之。人曰:“子卒也,而將,軍自吮其疽,何哭為?”母曰:“非然也。往年吳公吮其父,其父戰不旋踵,遂死於敵。吳公今又吮其子,妾不知其死所矣。是以哭之。”


오기가 장수가 되자,

사졸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었으며,

잘 때도 자리를 깔지 않았고,

행군할 때도 말을 타지 않았고,

친히 식량을 싸가지고 다녔다.

이렇듯 사졸들과 노고를 함께 나누었다.


병사 하나가 종기가 나자,

오기는 그것을 입으로 빨아내었다.

병사의 어미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통곡을 한다.


한 사람이 말한다.


“아들이 병사에 불과한데,

 장군이 스스로 그 종기를 빨아주었거늘, 어찌 통곡을 하십니까?”


어미가 말한다.


“그런 게 아닙니다.

지난 번, 오공(吳公)이 그 애 아버지 종기를 빨아주니,

그 아버지가 발꿈치를 돌리지 않고 죽음 무릅쓰고 싸우더니만 적에게 죽었습니다.

오공이 이제 또 그 아들을 빨아 주시니,

첩은 그 아이의 죽을 곳을 아지 못하겠습니다.

이에 그것을 곡하는 바입니다.”


오기(吳起)는 잔혹한 인간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최소한 인민을 어찌 대하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음이다.

그저 장바닥에 가서 오뎅을 입에 물거나,

연탄 배달하는 일회성 쇼로서 세상을 속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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