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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벌괵(假道伐虢)

소요유 : 2016. 1. 7. 23:30


요즘은 다시 무엇인가 끝마치지 않은 일이 있는 양 늘 찜찜하다.

마음이 안돈(安頓) 되지 않고, 때론 불현듯 화가 치민다.


세월호의 진실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위안부 소녀(少女)의 가슴은 다시금 정부 당국에 의해 타들어가고 있다.

불가역적 해결이란 말을 가해자가 태연히 뱉어내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잘했다 우기고, 미국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가슴에서 열이 다시 끓어오른다.


오바마는 한일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며, 위안부 합의를 '정의로운 결과'로 규정하면서 박 대통령을 극찬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합의된 데 대해 "미국의 이해와 협력에 감사한다"며 미국의 막후 작업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위안부 합의로 인해 한미일의 협력이 평화와 안정에 크게 공헌하고, 유엔에서도 가일층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며 한일 관계개선을 환영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27721)


이 뉴스를 대하자,

불현듯 가도벌괵(假道伐虢)의 고사가 떠오른다.


이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여 여러 고전에 등장한다.

우선 여기 한비자에 실린 것을 표준으로 삼아 살펴보기로 한다.


奚謂顧小利?昔者晉獻公欲假道於虞以伐虢。荀息曰:「君其以垂棘之璧、與屈產之乘,賂虞公,求假道焉,必假我道。」君曰:「垂棘之璧,吾先君之寶也;屈產之乘,寡人之駿馬也。若受吾幣不假之道將奈何?」荀息曰:「彼不假我道,必不敢受我幣。若受我幣而假我道,則是寶猶取之內府而藏之外府也,馬猶取之內廄而著之外廄也。君勿憂。」君曰:「諾。」乃使荀息以垂棘之璧、與屈產之乘,賂虞公而求假道焉。虞公貪利其璧與馬而欲許之。宮之奇諫曰:「不可許。夫虞之有虢也,如車之有輔,輔依車,車亦依輔,虞、虢之勢正是也。若假之道,則虢朝亡而虞夕從之矣。不可,願勿許。」虞公弗聽,遂假之道。荀息伐虢之,還反處三年,興兵伐虞,又剋之。荀息牽馬操璧而報獻公,獻公說曰:「璧則猶是也。雖然,馬齒亦益長矣。」故虞公之兵殆而地削者何也?愛小利而不慮其害。故曰:顧小利則大利之殘也。

(韓非子)


“어떤 것을 작은 이익에 구애된다 하는가?

옛날 진헌공(晉獻公)이 우(虞)나라로부터 길을 빌려 괵(虢)나라를 치려하였다.

순식(荀息)이 아뢴다.


‘임금께선 수극의 벽옥과 굴(屈->지명)에서 나는 말을 우공에게 뇌물로 주고,

길을 빌려 달라고 하면 반드시 우리에게 빌려 줄 것입니다.’


임금이 말한다.


‘수극의 벽옥은 내 선군의 보물이며, 굴에선 난 말은 나의 준마이다.

만약 내 패물을 받기만 하고, 길을 내주지 않으면 어찌하나?’


순식이 아뢴다.


‘저들이 길을 빌려주지 않으려면, 반드시 우리 폐물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폐물을 받고 길을 빌려준다면,

보물을 안의 창고에서 밖의 창고로 옮겨 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며,

말 역시 안의 마구간에서 밖의 마구간으로 옮긴 것과 매 한가지입니다.

임금께선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임금이 말하였다.


‘허락하노라.’


이내 순식에게 시켜, 수극의 벽옥과 굴에서 난 말을,

우공에게 뇌물로 바치고는 길을 빌려달라 하였다.


우공이 이를 탐내어 허락하려 하였다.

궁지기(宮之奇)가 간하여 말하였다.


‘허락하심은 불가합니다.

대저 우(虞)에게 괵(虢)이 있음은 마치 수레에 덧방나무가 있음과 같습니다.

덧방나무는 수레에 의지하며, 수레 역시 덧방나무에 의지합니다.

우(虞)와 괵(虢)의 처지는 이와 똑같습니다.

만약 길을 빌려주면 괵(虢)은 아침에 망하고, 

우(虞)는 저녁에 이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불가합니다.

원컨대 허락하지 마시옵소서.’


우공(虞公)은 듣지 않고 마침내 길을 빌려주었다.

순식이 괵(虢)을 치고 돌아온 지 삼년, 다시 군을 일으켜 우(虞)를 쳐서 이겼다.


순식은 말을 끌고, 벽옥을 손에 쥐고는 진헌공(晉獻公)에게 보고하였다.

진헌공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벽옥은 그대로인데, 그러나 말의 나이는 더 늘었구나.’


우공(虞公)의 군대가 깨뜨려지고, 영토가 깎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작은 이익을 좋아하고 그 해를 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길,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 이익을 잃게 된다 하는 것이다.”


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자하니 참으로 밥맛이 다 떨어진다.

미국은 일본을 앞잡이로 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하는 속셈인데,

우리 보고 길을 내주고, 방패막이가 되라 한다.


일본에겐 위안부 문제와 관련되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란 폐물을 내주었는데,

진헌공(晉獻公)은 그래도 자기가 아끼던 보물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이도 아껴, 

우리나라 위안부 소녀의 원한을 공물로 빼앗아 바치며 갖은 생색을 다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한국 정부는 그 어떤 정권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내었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게다가 슬픔과 분노의 당체 위안부 소녀들께 정부는 이리 말하고 있다.


"대승적으로 이해해 달라“


대승(大乘)이란 본디,

함께 아파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 깨진 사금파리 깔린 고통스런 이승을 함께 건너 피안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지금 정부는,

위안부 소녀들 보고 참아라, 홀로 아파라 하면서,

국가 이익을 위해 양보하라 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헌데 국익이란 억울한 국민을 위무하고,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줄 때 확보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저들의 문법 이해, 구사 능력은 문맹을 넘어 파렴치하기 짝이 없구나.


임진왜란 때도 풍신수길(豐臣秀吉)은 명(明)을 치려하니 조선은 길을 내놓으라 하였다.

오늘날 역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한 패가 되어 중국을 포위, 봉쇄하려니,

네들 한국은 길을 트고, 땅을 내놓으라 하고 있다.


지금 이게 다시 재현이 되고 있는데,

정부 당국은 앞잡이가 되어 자청하여 길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당시 풍신수길은 가도입당(假道入唐)이란 명분으로,

명(明)을 치려 하니 길을 내놓으라 하였다.

우리는 이를 임진왜란(壬辰倭亂)이라 부르지만,

중국은 만력조선지역(萬曆朝鮮之役), 

일본은 문록경장의 역(文祿・慶長の役)이라 부른다.

여기서 역(役)이란 전쟁이란 뜻이다.

조선 땅에서 벌어진 저 처참한 일을 우리는 난이라 하지만,

저들은 당당히 전쟁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 300년 후, 일본은 다시 우리나라를 침탈, 병합한다.

그 후, 우리는 둘로 쪼개져 민족 간에 으르렁 거리며 싸우고 있지만,

일본은 패전국이면서도 나라가 쪼개지진 않았다.


일본은 헌법을 고치고서라도 다시 재무장하려 한다.

호시탐탐 총, 칼을 앞세워 다시 난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러함인데도 우리는 저들에게 동원되어 중국을 견제하는 하부 졸개로 전락하고 있다.


재작년 우리나라의 국가별 교역량 통계를 보면,

對미국에 비해 對중국 수출액은 2 배를 넘는다.

수입액도 2 배에 이르고 있다.

對중국 수출액은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사분지 일에 해당하고 있다.


(http://stat.kita.net/stat/kts/ctr/CtrTotalImpExpList.screen)


만약 중국을 우리의 적으로 돌리면,

그 경제적 타격은 심대하리란 추측을 누구라도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함인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가도입당(假道入唐)을 명분으로 쳐들어오는 저들 도당들에게,

나들이 길 내주듯 거저 물러 나서고도 과연 무탈할 수 있겠는가?


유성룡(柳成龍)이 지은 징비록(懲毖錄)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眞古人所謂 軍行如春遊 安得不敗者也


“진실로 고인이 이르듯,

군사 일을 봄놀이 하듯 하니,

어찌 패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무릇 군사의 일이란 위험하다.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일인즉 함부로 할 수 없다.

제 패 다 보여주고, 남이 하자는 대로 따르고서야,

어찌 제 명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겠는가?


故兵以詐立,以利動,以分合為變者也,故其疾如風,其徐如林,侵掠如火,不動如山,難知如陰,動如雷霆。(孫子兵法)


“고로 군사의 일이란 속임으로써 확립된다.

이익으로써 움직이며, 나눔으로써 합쳐 변화함을 위주로 한다.

고로 달리는 것은 바람처럼

서서히 움직일 때는 숲과 같이,

공격은 불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이,

알기 어렵게 할 때는 그늘처럼,

움직일 때는 천둥처럼.”


이러함인데,

적에게,

손바닥 벌려 제 손금 다 보여주고,

옷고름 풀고, 가슴 속까지 다 보여줄 기세라,

미구(未久)에 제 명인들 보전할 수 있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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