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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자를 대하는 태도 하나

소요유 : 2016. 2. 3. 19:23


내가 오늘 어느 글을 읽다 놀라 여기 그 전말을 옮겨둔다.


내용인즉슨 이러하다.


작년 11월 26일 헌법재판소가 무연고 시신을,

생전의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한다. 


이제까지는 무연고자 사망 시 의과대학 학장이 요구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신을 해부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시체해부법이 일부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지만,

사후 본인의 시신이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과정에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고,

무연고자가 자기 시신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행정절차가 없으며,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미 연고도 없이 홀로 죽은 이가 자기 의사를 내보일 방법이 없는데,

거부인들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 헌법재판소의 판시가 내려진 4일 후,

새누리당 이한성 등 10명의 의원이 시체해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이러하다.

무연고자 본인이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현행법 그대로 의료대학에 시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결정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죽은 이가 거부의사를 밝힐 방법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설혹 생전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한들 이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

무연고자가 길 위에서 죽어 있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쉬운 일이겠는가?

이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무연고자 본인이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현행법 그대로 의료대학에 시신을 제공하겠다“

이리 쉽게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이 입법목적이 적혀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존중하여,

'시체 본인의 생전 반대의사가 없는 한'이라는 제한규정을 추가, 

시체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방지하도록 하려는 것임". 


이것 참으로 맹랑하다.

헌법재판소는 기존 법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개정안은 ‘생전 반대의사가 없는 한’이란 구절을 넣는 것으로,

자기 결정권 침해를 방지하였다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가 생전 반대의사가 없었다고,

생전에 기부 의사를 갖고 있다고 재단할 근거가 어디에 있으며,

국가가 임의로 그럴 의사가 있는 것으로 규율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은 모두 10명이다.


이한성, 신상진, 안홍준, 서상기, 홍문표, 이종훈, 김희국, 정희수, 황영철, 심재철  


놀랍다.

그리고 무섭다.


아니, 

무섭지 않다.

무서울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그래, 

다만, 

역겨울 뿐이다.

저들이.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위헌 판시 이전 법률)

제12조(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 등) 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시체의 부패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다만, 14세 미만으로 인정되는 시체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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