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지하, 구천지상(九地之下, 九天之上)
내가 오늘 36계에 대하여 글을 새로 지으려다 예기치 않게 사뭇 길어지는 바,
다만 손자병법의 한 구절을 다시 새기며,
그 뜻을 보충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더이상 나아가는 것을 그만두며 멈추려 한다.
나는 전에 36계 그 마지막 편에 대하여 글 하나를 쓴 적이 있다.
혹 이 부분을 참고하려면 그를 대하면 될 것이다.
(※ 참고 글 : ☞ 2008/12/26 - [소요유] - 주위상(走爲上) - 36계)
故用兵之法,十則圍之,五則攻之,倍則分之,敵則能戰之,少則能守之,不若則能避之。故小敵之堅,大敵之擒也。
(孫子兵法 謀攻)
"고로 군사를 쓰는 법은 이러하다.
(아군의 병력이) 열 배면 포위하며,
다섯 배면 공격하며,
두 배면 나눠 치고,
대등하면 싸우고,
적으면 지키고,
여의치 않으면 피한다.
고로,
적보다 적으면 굳건히 지키고,
많으면 포로로 잡는다."
여담이지만,
故小敵之堅,大敵之擒也。
이 부분은 해석이 분분하다.
敵은 명사일 때는 말 그대로 적(enemy)이지만,
동사일 때는 대항하다(對), 맞먹다(匹), 적대하다(resist)란 뜻이 된다.
이제 이 敵을 명사로 해석하게 되면 사뭇 이상해진다.
‘작은 적의 견고, 큰 적의 포로’
이리 되면 전후 귀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아니 되고 해석이 꼬여 버린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이곳에서 버벅거리며,
그 본래의 뜻을 상하며 억지 해석을 하게 된다.
가령 ‘소수인데도 어깃장을 부리면 적군의 포로가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해버리고 만다.
이러면 앞 뒤 귀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제 동사로 보고, 전후 구절을 나누면 뜻이 아연 살아나며 밝아진다.
故小敵之,堅也。大敵之,擒也。
堅 다음에 也가 생략된 것으로 보고, 여기 也를 보충해주자.
이렇게 두고 해석해보면 이리 된다.
‘수가 적어 저들을 상대할 때는 굳게 지키고,
수가 많아 저들을 상대할 때는 포로로 삼는다.‘
그러니까 이 뜻은 병법서에 흔히 등장하는 다음 글과 잘 부합된다.
不可勝則守,可勝則攻
“이길 수 없으면 지키고, 이길 수 있으면 공격한다.”
이렇듯,
앞의 글에서 敵을 동사로 새기면 그 뜻새김에 있어, 논리적 어긋남이 없다.
攻而必取者,攻其所不守也;守而必固者,守其所不攻也。故善攻者,敵不知其所守;善守者,敵不知其所攻。(虛實)
“공격하여 필히 취하는 자는 적이 지키지 못할 곳을 공격하고,
지키길 굳건히 하는 자는 적이 공격하지 못할 곳을 지킨다.
그런즉 공격을 잘하는 자는 적이 지킬 수 없는 곳을 치고,
잘 지키는 자는 적이 그 공격할 바를 아지 못하는 곳을 지킨다.”
손자병법 허실 편의 이글은 앞의 모공편의 글과 그 뜻이 서로 호응한다.
所以善守者藏於九地之下,因其山水丘陵之固。善攻者動於九天之上,因天時地利之變,若動於九天之上也。故能自保而全勝也。
(太平御覽 兵部四十八)
“소위, 잘 지키는 자는 구천(九泉) 지하 밑에 숨으니,
이는 그 산수, 구릉의 견고함 때문이며,
공격을 잘하는 자는 구천(九天) 위에서 움직이니,
이는 천시지리의 변화 때문이다.
고로 능히 자신을 보호하고, 온전히 이긴다.”
주위상(走爲上) 36계는 이렇듯 선수자(善守者)가 취하는 방도일 뿐,
궁지에 몰려 최후에 어찌 할 수 없어 취하는 방도로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善守者藏於九地之下
善攻者動於九天之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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