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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언(謠言)

소요유 : 2016. 2. 11. 11:35


내가 최근 우연한 기회에 동영상을 하나 보았다.

거기 보니 현재 정치판에서 중심에 선 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L0x1id015-0

     https://www.youtube.com/watch?v=E_nJGq2n1bQ)

나는 이 사람을 젊었을 때부터 지켜본 폭이기에 아주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 만난 적이 없기에 깊은 내력은 물론 알 수 없고,

이제까지는 그저 피상적인 인상 판단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헌데, 저 동영상엔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까발려지고 있다.

저리 공개적으로 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조사를 단단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칫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를 제기하면 여간 곤란하지 않을 터인데도,

씩씩하게 저리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사뭇 미더워보인다.


孔子聞之,謂子貢曰:「志有之,言以足志,文以足言。不言誰知其志?言之無文,行之不遠。晉為伯,鄭入陳,非文辭不為功。慎辭哉!」

仲尼曰,志有之,言以足志,文以足言,不言誰知其志。言之無文,行而不遠。晉為伯鄭入陳,非文辭不為功,慎辭也。(春秋左傳)


“공자께서 말씀하시다.

‘志(古書)에 이르길 말로써 뜻을 족하게 하고, 文으로써 말을 족하게 한다 하였다.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그 뜻을 알리오? 

말에 文이 없다면 그 행해짐이 멀리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진(晉)이 맹주가 되었을 때, 정(鄭)이 진(陳)에 진격하였다. 

문사(文辭)가 아니었다면 공이 없었을 것이다. 

문사(文辭)를 신중히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자산(子產)이 진(陳)을 쳐들어간 일로, 진(晉)으로부터 추궁을 당하였는데,

자산이 말로써 이를 잘 해명하고 설득하였다.

이를 공자께서 들으시고는 하신 말씀이다.


뜻이 있다면 말로써 나타내게 된다.

또한 말을 할 때는 그 말을 상대가 잘 받아들이게 문식(文飾)으로 꾸며 전해야,

그 하고자 하는 말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말이다.


혹간 文을 글로 새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좀 궁색하고도 편협한 해석이다.

뒤미처 문사(文辭)란 말이 나오듯,

여기서 文은 글 자체가 아니라, 말을 꾸민다는 뜻이다.

없는 일을 꾸며댄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감동을 주기 위한 변론술내지는,

서양식으로 말한다면 수사학쯤으로 보아주면 좋을 것이다. 

(※ 참고 글 : ☞ 2008/03/04 - [소요유/묵은 글] - 무늬, reality, idea)


그런데, 과연 어떠한 것이 옳은가?

동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처음에 대중을 상대로 거짓을 잘 꾸며대었는지?

아니면 동영상을 만들어 진상을 밝히는 이가 시청자를 잘 설복하였는지?

차차 양단간 그 문사(文辭)의 진위가 밝혀질 것이다.


요언(謠言)이란 무엇인가?


민간에 흘러 다니는 시류 정치에 대한 비판적 노래나 속담을 뜻한다.

고대 지필(紙筆)이 없던 시절엔 소식이란 오로지 입과 귀로만 전해졌다.

그런데 전해지다보면 필시 가공되고, 길게 덧붙여지거나, 싹둑 잘려지기도 한다.

또한 노랫가락이 덧씌워져 외우기 쉽고 전하기 쉽게 변한다.

앞에서 말한 言之無文,行之不遠도 바로 이런 정황을 지적하고 있다 하겠다.


요언이란 일종의 대중매체 아니 대중 message 역할을 하게 된다.

아래에서 밝히겠지만, 매체는 당시엔 어린아이가 되겠다.

정치적 동기로 여론을 만들고 조작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진승(陳勝), 오광(吳廣)도 요언을 만들어 사용했다.


大楚興,陳勝王。


“대초가 흥하여 진승이 왕이 된다.”


명말(明末)의 틈왕(闖王) 이자성(李自成)이 민중봉기를 일으킨다.

당시 귀문둔갑, 오행술수에 밝은 송헌책(宋獻策, ?~1645)은,

이자성에게 참언(讖言)을 하나 준다. 


“十八子,主神器”


十八子는 李를 파자한 것이니, 곧 이자성을 가리키며.

神器는 제왕의 지위를 지칭하니,

이 참언은 곧 이자성이 神器의 주인, 제왕이 된다는 뜻이다.

이자성은 녹정기 따위의 무협물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凡街市無根之語,謂之謠言。上天儆戒人君,命熒星化為小兒,造作謠言,使群兒習之,謂之童謠。小則寓一人之吉凶,大則係國家之興敗。熒火星,是以色紅。(東周列國志)


“무릇 저잣거리에 떠도는 근거 없는 말을 일러 요언(謠言)이라 한다.

하늘이 임금을 경계하려 형혹성(熒惑星)에게 어린아이로 화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지상에 내려와 요언을 지어서 여러 아이들에게 그를 습득케 한다.

이를 일러 동요(童謠)라 한다.

작은 즉, 한 사람의 길흉에 붙이고,

큰 즉, 나라의 흥망에 연결 짓는다.

형혹성은 색이 붉다.”


예전엔 어린아이를 다루기 쉬었다.

골목마다 어린아이들이 뛰어 놀고, 온 들을 저들이 흩어져 싸다닌다.

그저 깨엿 하나 입에 물려주면 말을 잘 듣고 따른다.

요즘엔 학원 다니고, 게임 하느라 어린아이들 씨가 말랐다.

형혹성이 깨알처럼 지상에 뿌려져도 도대체가 아이들을 구할 수 없으니,

반딧불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형혹성이 저리 아이들을 모아놓고 뜻을 숨기고 노래를 가르치고 사라진다.

그러면 아이들 입에 붙어 천지사방으로 이야기가 퍼져나간다.

이젠 어른들도 이를 따라 입으로 흥얼거리게 된다.

이게 본디 동요(童謠)의 역할이다.

이게 일반화 되면 요언(謠言)이라 이르게 된다.


고대엔 관원들의 업적이 백성들 요언을 타고 전파되었다.

가령 착한 관원들을 찬미하는 요언을 만들어 퍼뜨리거나,

탐관오리를 풍자하는 요언이 만들어져 구비(口碑) 즉 구전(口傳)되었다.

이럴 때 순기능으로 작동하여 일종의 감독, 감찰 기능을 하게 되기도 하였다.


후한서(後漢書)를 보면 요언으로써 자사를 천거하였다는 기록도 나온다.

황제가 백성들의 요언으로 악행을 가리는 근거로 삼기도 하였다.

이는 후대에 답습되었다.

조정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하여 요언을 수집하는 제도로 발전하였는데,

이를 소위 채풍(采風)이라 부른다.


하지만, 요언을 빙자하여 자가발전하는 폐단도 생기고,

상대를 비방하는 일도 많았으니,

차차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게 되었다.


요즘엔 이런 요언이 없어졌는가?

메신저인 어린아이도 없어졌으니 그럴 것인가?

하지만, 어린아이보다 더 힘차게 동네 고샅길을 휩쓸고 나아가며,

전광석화처럼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이 있음이다.

이젠 거짓으로 요언(妖言)을 일삼고, 

혹세무민하기 위해 참언(讖言)을 퍼뜨린다한들,

눈 밝은 이가 있어 즉각 까발려버리고 만다.


다만 눈 닫고, 귀 막으며,

제 신념에 강잉히 부역하는 이가 많아,

곧잘 진실은 버려진다.

골골(谷谷)마다 진실은 홀로 깃발을 날리며 울부짖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정신을 시퍼런 칼처럼 벼려,

원수를 대하듯 무섭게,

무엇이 요언(妖言)인지, 진실인지 가려내야 한다.

이는 민주 시민의 중차대한 책무라 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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