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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농사 : 2016.03.21 13:43


오늘 아침에 전화 하나가 왔다.


“이장인데, oo 날 읍사무소에서 직불금 신청을 받는다.”


싸구려 면 치레로 길 닦음도 없이, 

불쑥 눈앞에 제 것도 아닌 푸른 잎사귀를 흔들며,

무심한 사람을 푸른 해원(海原)으로 꾀어낸다.


저 알량한 직불금이라는 것도 차차 반으로 줄어들 것이며,

그러다 농민들 원성이 잦아들고, 종국엔 시나브로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론은 농업경영체 갱신을 위해 읍사무소에서 출장업무를 벌인다는 것이다.

내가 2014년도에는 뭣도 모르고 이 동원령에 이끌려 나간 적이 있다.

나오지 않으면 등록이 취소된다는 등 무슨 사단이 날 듯한 엄포에 속았다. 

그 때는 한참 어수룩하여 이 일에 하루 반나절 이상을 허비하였다.

당시 하도 어이가 없어 현장 직원에게 항의까지 하였음이다.


내가 이장한테 시간이 없어 가기 어렵다고 하니,

그럼 포천으로 직접 가야 한다며 싹 표정이 바뀐다.

푸른 잎사귀가 당장 우중충한 갈색으로 시들며 밭두렁 밑으로 굴러 떨어지누나.


직불금 받으려면,

산업계장한테 신청서 받고,

이장 도장 받고,

동네 주민 몇에게 또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

이리 동네를 일순하려면 이 또한 하루 반나절 이상 허비하여야 하며,

하다못해 과자 부스러기 상자라도 들고 나서야 한다.

(※ 참고 글 : ☞ 2015/10/26 - [농사] - 눈깔사탕)


이장이 직불금 운운 하였으되,

이런 과정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미리 사전에 준비를 다 마치고 접수만 그날 받을 뿐이다.


나만의 특별한 경우일는지 몰라도,

농업경영체 등록하여 직접적으로 득 본 것 하나도 없다.

직불금도 받지 않고, 여하한 지원 하나 받은 바 없다.

국가가 농업경영체 등록 단위를 상대로 관리하며 무엇인가 도모를 한 것이 있을 터.

내 사정을 이유로 무작정 이를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갱신하는데 이리 온 농민을 모아놓고 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 등록 할 때도 온라인으로 충분히 마쳤는데,

갱신하는데 이리 농민을 집합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내가 저들 등록관청과 통화를 하였다.

직원이 말한다.

온라인 등록, 갱신 제도, 장치를 채비하려고 하지만,

부하가 많이 걸려 아직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하라니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온 나랏 농민이 그날 모두 관원들 앞으로 불려나가,

마치 시험 답안 작성하듯 매양 뻔한 짓을 치른다.

작물이 무엇이냐? 밭 면적이 얼마냐? 소득이 얼마냐?

이 정도면 온라인으로 처리할 때 기술적으로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단순한 자료 받아 파일 처리하여 보관하고,

원부에 이식 작업하면 될 일이다.

이것 모두 자동으로 처리되니,

관리청 입장에선 인력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부하 운운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특별 장애 조건이 생길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문서 작성의 신인(信認) 문제도,

허위의 경우 농민에게 엄히 책임을 지우면 된다.

지금 농민은 관에서 끌어다 내어 묻고, 확인하여야 할 정도로 무지스럽지 않다.

행여라도 농민이라고 업신여기고 이리 처리하고 있다면,

야단을 맞을 일임이라,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농민과의 면담으로 종이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다시 컴퓨터에 재입력하는 과정을 밟자면,

그 노임만 하여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관리들 역시 출장을 나가 일을 치른다.

이를 경비로 환산하면 천금, 만금이 넘는다.


게다가 농민이 그리 헐한 존재이더냐?

만약 도시 사람을 이까짓 일로 호출한다면,

아마도 폭동이 일어나고 말리라.


사회적으로 이리저리 치이고 홀대 받으며 힘겹게 사는 농민들 그만들 괴롭혀라.

폭압 국가에 의해 자행되던 국민 동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IT 강국 운운하는 이 시대에도,

구태의연하게 농민들을 호출할 수 있음이더냐?


밭두렁 가로지르고, 논두렁 돌아 읍사무소까지 가려면,

뺨을 스치는 봄바람에도 잿빛 서러움이 가슴팎에 자르르 번진다.

신산고초(辛酸苦楚)

이 황량한 시대에 버림받은 농민들이 겪는 아픔을 그대들은 아시는가?


정녕 농정당국은 농민들을 아끼고 섬기고 있음인가?


혼을 가지고, 기운이 느껴지는, 창조 경영을 해가야 하지 않겠음인가?

그대들 관리는 지금 이러한 정권 밑에 공무를 담임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농정당국의 각성을 되우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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