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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간판방식

소요유 : 2016. 4. 29. 15:51


도요타의 간판방식


도요타의 간판 방식은, 

JIT와 자동화의 두 개 축을 근간으로 한다.

JIT는 Just In Time의 약자로,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맞게,

공정흐름을 제어하자는 것이다.

이로서 물적 낭비 요소를 줄이게 된다.

자동화는 인적 낭비요소를 줄이게 된다.


Schonberger의 JIT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JIT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판매되려는 시간에 알맞게 완성품을 생산, 인도하고, 

완성품으로 조립할 시간에 알맞게 반조립품을 생산, 인도하고, 

반조립품화 할 시간에 알맞게 가공부품을 생산, 인도하고, 

가공부품으로 변형시킬 시간에 알맞게 구매재료를 주문, 인도하는 것이다.”


The JIT idea is simple. Produce and deliver finished goods just in time to be sold, subassemblies just

in time to be assembled into finished goods, fabricated parts just in time to go into subassemblies,

and purchased materials just in time to be transformed into fabricated parts. All materials must be in the processing stage, never at rest collecting carrying charges. This hand-to-mouth mode of

operation, approaches piece-by-piece production. 

(http://vedpuriswar.org/Book_Review/Japanese%20Manufacturing%20Techniques.pdf)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이게 거꾸로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를 pull type이라 한다.

판매가 발생할 때, 

이에 맞춰 다음 단계의 공정 처리 행동이 일어난다.

반대로 생산을 먼저 하고 이를 판매 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push type이라 한다.


JIT는 시간기반경영(Time-Based-Management, TBM)의 하나이다.

한 때 한국에도 시테크(hour tech), 초테크(second tech) 경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시간, 초 단위로 경영 단위를 쪼개 관리를 하겠다는 것인데,

요즘엔 이러한 이야기를 거의 듣질 못하겠다.


내가 JIT내지는 간판 방식을 철지난 현 시점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JIT, 간판방식, 시테크 따위를 처음 접하였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기실 평소 늘 생각해오던 것인데,

오늘은 이를 여기 블로그에 적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당시 내가 떠올린 것은 노자 도덕경의 다음 구절이다.


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為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為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道德經)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인다. 

(바퀴통 속에) 그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그릇 속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다.

방을 만들 때는 방문과 창문을 뚫는데, 

그 (방문과 창문 안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JIT, 시테크 같은 것은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저들은 그 틈을 낭비로 본다.

따라서 그 틈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버리고자 한다.


고객이 자동차 하나를 주문하였다 할 때,

공장은 즉각 생산에 들어간다.

이 때 재료를 협력업체로부터 들여오고, 가공부품이나 반조립품을 만들어,

완성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인도를 하게 된다.


이게 각 단계별로 just in time하게 이뤄져야 낭비가 없게 된다.

만약 미리 만들어 두면 바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는 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이는 다시 곧 회계학적으로 (재고)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즉,

낭비라 생각하는 것이다.


도요타 본사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재료를 구입해올 때,

재료 공급업자(외주처)에게 연락을 하자마자 지체 없이 가져다주면 아무런 낭비가 없다.

하지만, 재료 공급자는 도요타 본사의 부름에 즉각 응하기 위해선,

아마도 대개는 미리 충분한 재고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늑장을 부리게 되면,

도요타 본사에게 책(責)을 잡히게 된다.

요즘 시쳇말로 도요타 본사는 ‘갑’, 재료 공급자는 ‘을’의 관계다.

갑의 만족을 위해 을은 언제나 대기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갑, 을 전체의 산업 생태계에서 보자면,

저것은 완전한 JIT가 아니게 된다.

갑과 을이 나눠가져야 할 부담을 을이 혼자 짊어져야 한다면,

JIT는 허울뿐이지 진정한 시간 관리가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


나중에 저게 상생체제로 발전하여,

재료 공급사까지 JIT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저 시스템은 완성이 된 것일까?

적시(適時, just in time)는 갑의 입장에서 실현하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을, 차을(次乙), 차차을(次次乙)로 내려갈수록,

상위 등급의 적시 실현을 위해 동원되고, 희생되기 쉽다.


JIT는 도덕경의 사상과는 사뭇 다르다.

도대체가 전자는 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도덕경의 노자는 그 틈의 덕을 노래하고 있다.

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있음(JIT, 갑)이 이로운 것은,

없음(을)의 쓰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았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이 자는 재벌 유통업체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에 명퇴인지, 권고사직인지 그 이후, 나와서 자기 사업을 했다.

그런데 이자가 하는 짓이 꼭 JIT처럼 보였다.

가령 어느 장사하기 위한 물건을 사는데,

여유도 없이 언제나 꼭 맞춰서 사입을 하였다.

장사를 하는 중에 이 물건이 떨어지면,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듯 혼비백산하여 그제서야 물건을 주문하였다.

이 짓을 언제나 되풀이 하는데,

이쯤 되면 이것은 완전히 미련하기 짝이 없더란 말이다.

고객 주문이 있는데, 마침 물건이 떨어지면 팔 수가 없으니 당연 손해가 된다.

게다가 바쁠 때엔 공연히 시간을 축내가며,

허둥거리며 신규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응대를 소홀히 하게 되어 있다.

영업내지는 노무 시간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특히 수요가 이산적(離散的, discrete)으로 발생하는 업종일 경우엔,

JIT는 일련의 기업 집단이 아닌, 단일 기업일지라도 적용이 어렵다.


만약 뭣도 모르고,

어설피 들은 지식으로 JIT를 흉내라도 내게 되면,

필시 난(亂)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室無空虛,則婦姑勃谿;心無天遊,則六鑿相攘。

(莊子)


“방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싸우게 되고, 

마음이 자연에서 노닐지 않으면,

여섯 개의 구멍(감각기관)이 서로 싸우게 된다.”


장자는 더욱 신랄하게 이를 비판하고 있다.

도대체가 한 방 안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잠을 자게 되면,

울화가 치밀고 발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짐이 된다.

이게 육신을 가진 존재의 숙명이다.


지 아무리 현숙한 며느리라도 한 방안에 몰아넣어지게 되면,

단 육야칠주(六夜七晝)도 지나지 않아,

서로 물어뜯고, 머리채를 쥐어 잡고 싸울 것이다.


고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보면,

감옥에서 여름철에 옆에 있는 사람이 내뿜는 열기에 대하여 증언하고 있다.


“季嫂 님께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人性)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老炎)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秋敭)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秋水)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사했던 귀휴 1주일의 일들도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한 장의 명함판 사진으로 정리되리라 믿습니다.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친정부모님과 동생들께도 안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8月 28 작은 형 씀”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은 

그저 산업학적 비용이나 낭비 요소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생리학적 또는 심리학적 가치 요소인가?

신영복 선생은 반성적 깨우침을 통해,

육체와 육체 사이의 틈에 대한 인식론적 또는 존재론적 성찰을 하고 있다.


도대체가 평생 JIT로 짜여진 저런 직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무엇이 되겠음인가?

조직 내에 치차(齒車)가 되어 사역(使役)하는 노예가 되리니.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방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은 곧,

톱니바퀴가 한 치의 빈 곳도 없이 맞물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설혹, 일정 분 조직의 성과가 있다한들,

대개는 수장(首將) 그룹이 다 앗아가리라.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

장수 하나가 공을 이루면,

만 명의 병사가 마른 뼈다귀 되어 들에 눕는 신세가 되리라.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너희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

(마태복음)


난, 이 때 성경의 이 말씀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좀 불경스럽게 여기는 이도 있겠지만,

저것 조폭이라 하여도 매한가지다.

조직에 충성하지 않으면 죽음밖에 없다.


JIT 이 톱니바퀴 술법에 걸리면,

한 치도 뒤로 물러날 수 없다.

창문 구멍 하나도 없는 방 안에서,

발목을 쇠사슬로 묶인 채, 종일 구슬을 꿰어야,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보리개떡 하나를 겨우 받아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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