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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와 신데렐라

농사 : 2016. 6. 22. 11:53


내가 블루베리 과원에 들어가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하는데,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이천오백 년 유사이래 농부는 땀과 피를 흘렸으되,

언제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두는 하나 같이 농부가 만들어낸 음식을 먹고 명을 이어간다.

그러함에도 공덕은 없고 이리저리 쓸려나가 자빠지고 엎어지기 바쁘다.


블루베리를 한 알 한 알 낱낱이 따내는 작업은 집중력과 인내를 요한다.

익은 것을 따내야지, 자칫 설익은 것을 따내면 시어서 먹기 곤란하다.

때문에 오감을 최대한으로 동원하여야 한다.

특히 색감과 촉감을 민감하게 벼리어 작업에 임하여야,

설익은 것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한편, 내리 쬐는 햇볕 속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위와 갈증을 또한 잘 참아내야 한다.

농부의 하는 일은 실로 녹록치 않은 것이다.


동화 신데렐라를 보면 신데렐라가 계모에게 무도회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계모는 신데렐라에게 재 속에 흘린 한 접시의 콩을 두 시간 안에,

모두 골라낸다면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미션은 신데렐라 혼자의 힘으로 제 시간 안에 마칠 수가 없다.

신데렐라는 마술나무에 사는 비둘기를 불러 도와달라고 청한다.

그러자 비둘기는 한 시간 안에 콩을 골라내 미션을 완수한다.


블루베리를 따는 작업을 할 때는,

나 역시 마치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다.

그 어떤 계모가 있기에 농부는 이 고된 노역을 비둘기도 없이 치러내야 하는가?

아니 비둘기가 간간히 과원에 나타날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녀석이 나타나면 농부는 반겨 청하기는커녕,

열매를 쪼아먹을까봐 훠이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내기까지 하는 것이다.


비둘기는 본시 겁이 많아 소리를 지르면 바로 달아나지만,

참새는 농부를 우습게 알기에 대포를 쏘기 전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농부가 가까이 다가서도록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신데렐라는 하얀 비둘기가 수호천사가 되어 신변을 지켜주었지만,

도대체 농부들은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새들은 외려 콩밭을 훑고, 블루베리 열매를 쪼아 못쓰게 만드는가?


내 오늘도 과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풀대가 서있으면 새들이 드나들길 꺼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사람 키를 넘겨 자란 개망초는 블루베리 열매를 파수(把守)하는 일등 공신이다.

풀숲이 된 곳은 새 피해가 거의 없다.

내가 수확을 하기 위해 도리 없이 발로 즈려 밟으며 풀대를 꺾으며 나아가나,

이것 풀대를 쓰러뜨리며 다시 새가 드나들까 저어된다. 


블루베리 농장 전체에 방조 망을 씌우는 농장도 있으며,

군(郡)에 따라서는 그 비용을 지원하는 곳도 있는가 보다.

헌데 방조 망을 씌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방조 망을 씌우면 새 피해가 없어질까?

이게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햇빛 수광률(受光率)이 떨어져 광합성율도 자연 떨어짐을 알아야 한다.

농장 주인은 이 부분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넘어간다.

그저 원래부터 수확량이 그러려니 여기기 십상이다.

게다가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데, 이게 이뤄지지 않아,

방조망 안의 작물은 병충해가 극성을 부려 절단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매년 철마다 방조망 씌우고 걷는 노동 비용도 적지 않다.

이를 피하려 일 년 내내 덮어두는 이도 있는데,

이것 아주 미련한 짓임을 알아야 한다.

그 게으름에 값하는 대가를 곱절은 치러내게 될 것이다.


우리 블루베리 과원은 흰 비둘기는 없으나,

대신 풀대가 블루베리를 수호(守護)하여 주시니라.


나중 달 밝은 밤 풀대에게 신데렐라처럼 금빛 구두 한 켤레를 비는 대신,

어디 풀 각시라도 하나 점지해 주십사 빌어나볼까?

농장에서 달빛 아래 홀로 막걸리를 들 때,

곁에서 반주(伴奏)라도 해주면 제법 운치가 날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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