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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가 되고 싶다.

소요유 : 2016. 9. 14. 22:50


아침 일찍 농장 앞에 차가 섰다.

처음 보는 이가 들어선다.


이웃 마을 이장이란다.

그는 농장 둘레길에 자라는 풀을 베고 싶다고 한다.

지나는 차량에 방해가 되기에 그런다고 한다.


몇 년 전,

읍사무소에서 내 허락도 없이 둘레길 풀들을 싹둑 다 잘라버렸었다.

내가 그래서 담당자를 불러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 풀은 내가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사유지에 자라는 풀을 마음대로 자르지 말라.

혹 필요하다면 사전에 허락을 받는 것이 순서다.

이리 일러주었다.

그 이후 저들은 감히 함부로 풀을 베지 못한다.


저 풀을 키우는 까닭은 이러하다.

우리 농장은 가근방에서 제일 높다.

평지에 우뚝 솟아올라 동산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농장 둘레길을 차량이 가끔씩 지나지만 한적한 편이다.

우리 밭이 높아 별로 걱정할 일은 없지만,

풀로 차벽(遮壁)을 쳐 이들과 완전히 격리하고 싶었다.

해서 풀을 키웠는데,

이게 사람 키를 배 반이나 넘고, 폭이 넓어 훌륭한 구실을 한다.


혹간 풀이 높이 자라 상단 끝이 옆으로 처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게 도로에 늘어지면 혹 지나는 차량에게 지장이 있을까봐,

지나친 것은 내가 가끔 정리를 해두곤 한다.

하지만 풀 밑동까지 쳐내지는 않는다.


게다가, 저 도로는 토지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다.

설사 풀이 넘어진다 하여도 다니는 차량이 우리 땅 신세를 지고 있는 폭이니,

가타부타 말할 처지가 아니다.


한편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판잣집은,

트럭 하나, 소형차 하나 이리 두 대를 도로에 상시 세워둔다.

이것만 치우고 도로를 비우면,

차량이 겹으로 오고 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저들 때문에 그곳을 지나는 차량은 언제나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서행한다.


문제의 판잣집은 무허가다.

전에 이들이 기존 집 옆 공터에 기둥을 세우더니만 개를 길렀다.

이 개를 물도 주지 않고 키우기에 내가 그들을 한 해 반을 넘겨 돌보았었다.

천인공노할 위인들이다.

도대체 기르는 동물에게 물을 주지 않는다면,

저들의 인성이 얼마나 흉측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에 대하여는 내가 몇 차 기록으로 남긴 적이 있다.

(※ 참고 글 : 2011/05/21 - [생명] - 물그릇)


저들은 어느 날 저 개들을 처분하더니만,

그곳에 지붕을 씌우고, 문짝을 달아내고서는 슬쩍 말아먹었다.

만약 저 공간에 제 집 차량을 주차하면,

지금처럼 도로를 무단 점유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땅을 말아먹는 것도 모자라,

멀쩡한 도로를 제 차고처럼 쓰며, 뭇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저들이 저리 절취한 곳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었지만,

그 안은 거지반 비워 있는 상태이다.


나를 찾아온 이장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그도 도로가 우리 땅인 것을 안다.

내가 이장에게 이리 말해주었다.

둘레길 풀을 정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러기 이전에 도로에 무단 주차한 저 차를 먼저 단속하는 것이 순서다.

게다가, 저 차량만 없어지면,

우리 풀 때문에 문제가 생길 여지도 거의 없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도대체가 사유지 임자의 것을 다스리고,

공도에 무단 주차한 것은 단속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저이가 주차할 곳이 없는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정작 주차할 곳은 지붕 잇고, 문 달아 봉하고,

차량 두 대씩이나 도로에 상시로 내놓고 있으니,

이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


이장 역시 그러하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이장은 얼굴에 때를 묻히고 돌아갔다.


하지만, 저것을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 시골 동네에 들어와서 느낀 것은,

십 년 전이나, 이십년 전이나 매 한 가지며,

미뤄, 오늘과 십년 후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공무 담임 행정이라는 것이 말이다.

합리적 선택이나,

지방 행정 조례나 규칙에 따라 규제, 선도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사안일 관행대로 천년만년 흘러갈 뿐, 

저들에게선 자발적,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럴 땐, 난 현 군수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군수가 되고 싶다.

그러면 지금 공무원 인력 반으로도, 군 행정을 일신(一新) 시킬 것이다.

무보수라도 맡겨만 주면 6개월 내에 구태를 벗겨버리고,

전격(電擊) 정상적인 세상을 만들 것이다.


농장에서 5분도 떨어지지 않은 저쪽 전곡중학교께엔 도로 양편으로,

주민들 차가 쌍열로 주차되어 있다.

거기를 지나려면 한 가운데 겨우 열린 중앙선을 좌우를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내가 그곳을 지적하며, 개인들이 공도를 점령하고,

거길 지나는 시민들이 애꿎게 피해를 입고 있다.

왜 단속을 하지 않는가?

이리 물었다.


의론들은 많이 하지만 답이 없다.

만약 단속을 하면 표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질 못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은 외려 단속을 하지 않기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 말해주었더니 이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25년 전만 하여도 거긴 거의 차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 지경이 되었다.

애초부터 공도를 무단 점령하는 행위를 엄히 규제하였다면,

이게 신호 효과(信號效果, signal effect)를 내어,

주민들은 건물 신축 시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였을 것이다.


규제 주체인 관에서 이런 신호를 발하지 않으니,

시민들은 주차장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유인 동기가 없다.

이게 누적되어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 주민들은 거지반 주차를 공도(公道)에 한다.

가령 집을 지을 때, 주차용 공간 대신 방을 들이면,

건축주 입장에선 득이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차가 밖으로 나와, 애꿎게도 지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관이란 바로 이러할 때,

공권력(公權力)으로써 구부러진 현실을 바로 잡는 소임과 책무가 있다.

그러라고 공권을 저들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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