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예법 하나

소요유 : 2016. 9. 21. 12:31


내가 블로그 관리 페이지를 들어가니,

유입 로그 중에 ‘젖꼭지미백’이란 항목이 적혀 있다.

이를 무심히 누르니,

내 글을 인용한 블로그가 맨 상단에 떠있고,

내 블로그는 그 밑에 있다.


그 블로그를 들어가 보니,

내 글을 여럿 인용하였으되,

출처 표기가 불완전하다.


나는 본디 이리 생각하며 산다.

‘천하의 모든 글이란 본디 온전히 제 것이 아니다.’

대개는 다른 이들의 은혜로써 오늘을 이룬다.

해서 나는 블로그 글을 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처를 제대로 밝힘은 예를 다하는 일인즉 게으를 일이 아니다.)


가령 흔히들 마우스 드래그나 클릭을 하지 못하게 막는 등의 조치를 하곤 한다.

이게 쩨쩨하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음이라.

화면에 표시된 것은 작정만 하면 단속을 모두 해제하고 가져올 수 있다.


나는 홈페이지 제작 언어에 대하여 문외한이 아니다.

그 어떠한 장치를 하든 일단 화면에 보이는 한,

그 내용을 원본 상태 그대로 고스란히 취할 수 있다. 

이거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금만 배우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러함인데,

저 문제의 블로그는 바로 이 글 퍼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채비를 하였다.

내 글도 당연 그리 조치되어 있다.

남의 것을 편히 가져갔으되,

이것을 남은 다시 퍼가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이는 사뭇 우스운 노릇이라 하겠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블로그의 대표 카테고리 중에 ‘시작은반’이란 것이 있다.


내가 마침 “‘시작은 반이다’를 탄박한다.”란 글을 적어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여기서 이를 마주하다니 마냥 재미있다고만 말할 수도 없게 되었다.

혹여 그 블로그 주인께서 내 글을 읽으시고,

선후를 바꿔 이 블로그를 먼저 보고 내 글을 지었다 오해를 할 수 있겠다.

그러하다면 이는 여간 겸연쩍은 일이 아니다.


난 남의 세간사에 참견하고 싶지 않다.

아니 참견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 성정이 고약하여 파렴치한 짓을 보면 참지 못하긴 한다.

이런 것이 아니고,

다만 저마다 가진 삶의 철학, 가치관이 다른 성질의 사안이라면,

내 의중과 다르다한들 이것으로 시비를 걸 일은 없다.


여기, 내 글도 내 생각일 뿐,

혹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할 일이다.

다만, 쟁론(爭論)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모셔 가르침을 받겠다.


생각이 다를 뿐,

이까짓 것으로 원수를 삼을 일이 아니다.

때론 생각이 다른 이와 함께 술잔을 기우리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때론 즐거운 일이 어이 아니 되랴?

그렇다한들 내가 아무나 인연 짓고 헤프게 살지는 못한다.


농장 언덕에 오르면 맞는,

風雲月露 四友

이를 벗 삼아 지내도 넉넉할 뿐인 것을.


***

전일 저 블로그에 이를 알렸다.

그러자 오늘 보니 댓글 단 해당 글 하나를 지워버렸다.

하지만 저 블로그엔 내 글이 아직도 댓 개나 그대로 남아 있다.


사주팔자 관상을 보는 이 같은데,

조금 더 수고를 해주셔야겠다.


본디 推命相面術이란,

마음을 맑히어 명운을 밝히는 일인 바라,

術보다 앞서 먼저 마음으로 誠과 敬을 다할 일이다.


참고로 저작권에 대한 나의 소론을 이끌어 둔다.

☞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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