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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하얀 봉투 하나

소요유 : 2017. 1. 19. 12:07


인용 사진은 저작권을 존중,

여기 링크를 걸어두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  http://www.viewsnnews.com/image/article/2017/2017011907325801.jpg

(출처 : viewsnnews, ⓒ연합뉴스)


손에 들린 봉투 하나,

입가에 번지는 미소 하나.


동네 아줌마 새벽길 목욕탕 갔다 나오는 풍경 하나,

때 벗기고 나온 개운한 기분 하나.


새벽 같이 일어나 맞는 이슬 하나,

동네 고샅길 훑으며 폐지 줍는 할머니의 굽은 등 하나.


그 위로 햇살 하나 떨어지며,

깨진 사금파리처럼 여럿 흩어진다.


***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

평준서(平準書)와 화식열전(貨殖列傳)을 두었다.

이 모두 경제를 다룬 편이나, 

이제나 저제나 이 분야의 실상은 그리 큰 차가 없음을 알 수 있다.


凡編戶之民,富相什則卑下之,伯則畏憚之,千則役,萬則仆,物之理也。夫用貧求富,農不如工,工不如商,刺繡文不如倚市門,此言末業,貧者之資也。 

(史記, 貨殖列傳)


“무릇 호적부에 겨우 이름을 올린 백성은,

부유함이 열 배 넘으면 자기를 낮추며,

백 배 많으면 두려워 꺼리며,

천 배 넘으면 부려지게 되며,

만 배가 넘으면 종이 된다.

이게 사물의 이치다.


대저 가난하여 부를 구함에는,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며,

공업은 상업만 못하며,

무늬를 수놓는 것은 저잣거리 문에 기대는 것(장사)만 못하다.

이는 상업이 가난한 이들의 수단꺼리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네 실정을 돌아보면,

이미 농업은 깨진 뒤웅박보다 못한 신세임이라,

거의 나랏 정책으로 천덕꾸러기로 버림을 받고 있다.


돈 있는 이, 재벌 위주로 국가 정책이 펴지니,

서민들은 모두 장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와,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며 혈전을 벌이고 있다.


사마천은 장사만이 가난한 이들이 의지할 바라 하였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선 이런 신화마저도 깨진지 사뭇 오래 전 일이다.

게다가 한 줌 정규직 외엔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경제 신분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가,

거의 준 노예로 상태로 연일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인격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


置平準于京師,都受天下委輸。召工官治車諸器,皆仰給大農。大農之諸官盡籠天下之貨物,貴即賣之,賤則買之。如此,富商大賈無所牟大利,則反本,而萬物不得騰踴。故抑天下物,名曰「平準」。天子以為然,許之。

(史記, 平準書)


“경사에 평준(平準)을 설치하여 천하의 위수(委輸)를 모두 받아들이고,

공관(工官)에 수레 등의 운송 도구를 준비하는데,

이는 모두 대사농으로부터 공급 받도록 합니다.

대사농의 제 관부(官府)는 천하의 화물을 모두 장악하여,

비싸면 팔고, 싸면 사서 거둬들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상대가(富商大賈)가 큰 이익을 취할 바 없게 되어,

본(농업)에 돌아가게 되며, 만물의 가격이 앙등하지 않게 되어,

천하의 물건 값을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이름하여 평준(平準)이라 합니다.

천자는 그러려니 이치에 닿는다 여겨 이를 허락하였다.”


만물, 만인이 평준(平準)한 상태에 놓이지 못하여,

비선 실세나 재벌 따위의 가진 자는 가질수록 더욱 권력과 재부를 늘리고,

못 가진 자는 더욱 쥐여짜내지며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부자 감세, 노동 탄압 악법 제정, 국정 농단이,

한낱 시한부 선출 권력에 의해 손쉽게 자행되고,

사법적 정의마저 허물어진 한국의 자화상을,

오늘 새벽,

이재용이 하얗게 웃으며 들고 나오는 쇼핑백이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늘 아침.

千則役,萬則仆이라,

재물이 저보다,

천 배가 넘으면 힘을 팔고,

만 배가 넘으면 혼을 파는 현장을 목격한다.


千金之子,不死於市。


천금을 가진 집의 자식은,

시장에서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음이다.


거긴 정의가 흐르는 곳이 아니라,

그저 돈이 거래되는 곳임이라.


여기 한국에선 시장은커녕 법정 앞에서도 지은 죄가 없어지고 만다.


淵深而魚生之,山深而獸往之,人富而仁義附焉。富者得埶益彰,失埶則客無所之,以而不樂。


“못이 깊으면 물고기들이 모여 들고,

산이 깊으면 짐승들이 뛰놀며,

사람이 부자면, 인의가 절로 따라 붙는다.


부자가 세를 얻으면 날로 이름 빛이 드러나며,

세를 잃으면 오는 손님조차 없어지며, 즐겁지 않게 된다.”


天下熙熙,皆為利來;天下壤壤,皆為利往。


천하 사람은 왁자지껄 떠들며 모두 이익 따라 몰려들며,

천하 사람은 허둥지둥 혼란스럽게 모두 이익 따라 달아난다.


夫千乘之王,萬家之侯,百室之君,尚猶患貧,而況匹夫編戶之民乎!


무릇 천승의 왕이나, 만호의 봉읍을 가진 제후나, 백실을 가진 대부조차,

가난해질까 걱정하는데, 항차 겨우 호적에 올린 필부인들 오죽하랴?


故君子富,好行其德;小人富,以適其力。


군자가 부유하면 덕 펴는 것을 즐기나,

소인이 부자가 되면 힘에 따라 처신한다.


내, 이제껏 3번 정도 빠지고,

촛불집회에 모두 나갔지만,

이는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며,

결코 의롭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그저 내 양심을 가만히 살펴보려 하였음이라.


나는 진작부터 권력이나 재부(財富) 따위를 믿지 않는다.

또한 촛불의 힘 역시 마냥 믿고만 있지 않는다.

다만 내 마음의 촛불이 홀로 빛나는 것을 지켜보려 함일 뿐인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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