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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淸)

농사 : 2017. 4. 20. 17:27


얼마 전 효소 논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선 효소가 기니 아니다 하기 전에,

예전에 흔히 부르던 청에 대하여 내 생각을 적은 글을 다시 건져내 남기려 한다.

링크 따라 몇 년 만에 들린 모 카페에 실린 나의 댓글에서 우연히 발견하였다.


***


....

좋은 말씀입니다.


그것을 淸이라 하지요.

靑이나 淸 이 양자의 뜻이 서로 넘나드는 구석이 있지만,

본디 淸이란 맑고 정결한 것을 추상합니다.

탁한 것을 제하고, 더러운 것을 멀리한 모습을 이릅니다.


지적하신 효소는 그저 단순한 설탕액(液)에 불과하다라는 주장이 요즘 논란의 핵심이지요.

고(膏), 정(精)은 요즘 식으로는 엑기스쯤 될 터지만,

그리고 즙(汁)은 쥬스(juice)라 지칭할 수 있겠지만,

매실청 따위로 지칭하는 청(淸)은 액(液)에 대한 모심의 말씀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성이 깃든 귀한 것에 대한 삼가 공경하는 마음이 이런 조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정갈하게 씻고, 설탕을 재워, 한지로 밀봉한 후,

몇 개월 조심스럽게 모신 결과 괴는 맑은 물의 정체.

이게 옛 사람의 눈에 어찌 경이롭지 않았겠습니까?

이 대표적인 것으로 술을 들 수 있습니다만,

이는 곁길로 사뭇 나아가는 고로,

여기선 더 이상은 삼갈 수밖에 없군요.


이것을 단순히 액(液)이라 부른다면,

너무 불손하고 멋이 없는 노릇입니다.


고(膏)나 정(精)은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한참 가해집니다만,

이는 도모하고 꾀하고자 하는 욕심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청(淸)은 그저 물 자체의 순수한 정화(精華)로서,

어느 날 그 본 모습이 우리 앞에 불현듯 보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긴 시간의 역사가 임재하고 있습니다.

이 역사 현장에 서려한들,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여도 당장 도달할 수 없지요.

이 인내와 순종으로 뵙게 되는 순결한 모습 앞에 우리는 겸손해지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이 어찌 경이롭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설탕인지, 효소액인지 묻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 물건의 정체 앞에 서서 그저 단순히 효용, 가치만을 따지는데 집중한다면,

무엇인가 제법 섭섭한 노릇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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