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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紅燈)

소요유 : 2017. 7. 2. 21:52


홍등(紅燈)


며칠 전 밭일을 하다가 문득 성철 스님의 열반송(涅槃頌)을 떠올렸었다.

나는 왜 남들을 잘 속이지 못하는가?

이런 탄식을 하면서 말이다.


성철 열반송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사람들은 欺狂 이 말에 묶여 곧잘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특히 일부 기독교 측에서 엉뚱한 해석을 하는데,

불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가령 태권도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무용수(舞踊手)가,

저들의 품세를 두고 손짓, 발짓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탓함과 같은 인상을 갖게 된다.
즉 이들은 문법이 다른 세계란 말이다.
영어만 아는 이가 마치 아지도 못하는 중국어를 해석하고 있는 꼴이란 말이다.


내가 이 열반송에 대하여는,

이미 간단히 평설을 적은 적이 있다.

이야기를 더 풀기 전에,

우선은 이것 다시 한 번 새겨보련다.


.....
그는 왜 한 평생 사기꾼 노릇을 하여야 했음인가 ?

그도 부처처럼 兵家였을까 ?


그를 친견하기 위해서 3000배를 구하였다면,

그야말로 천하의 사기꾼, 도척이라 할 것이다.

나 같으면 면전에서 그의 뺨 싸대기를 갈겨 버렸을 것이다.

도대체 한 인간이 한 인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


한편, 무문관 무문의 評唱을 들어보자.


如奪得關將軍大刀入手 逢佛殺佛 逢祖殺祖 於生死竿頭 得大自在

向六道四生中 遊戱三昧

관우의 대도를 뺏어 손에 들고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 생사간두에 대자재를 얻어 육도사생 중 유희삼매하리라 


아는가 그대는? 

중생을 속이기 위해 부처도, 성철도 오신게다.

부처도 죽이고, 죽여 보갚음을 하지 않고 

언제까지 의심 덩어리로 근심을 지고 다닐 것인가 ?

그리 의심이 깊으면 그대가 나서 부처, 성철, 과객 깝대기를 벗겨야 한다.

그때까진 과객 역시 그대를 즐겨 속여 먹으리.

이게 바로 유희삼매(遊戱三昧)요, 

소요유(逍遙遊)의 경지인 게다.


1992년 10월 28일 휴거를 외친,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오대양도, 

사린의 옴진리교도...

모두 위선이란 너울 쓰고 도를 팔았다.


위악은 피도 눈물도 없는 모짐으로서 陰德을 쌓고,

위선은 가없는 자비로서 陽德을 짓는다.

만약 중간에 허울이 벗겨지면,

둘 다 무간지옥에 빠진다.

그러한즉 無量光, 無量壽인 것이다.

즉, 순수지속이 아니라면 모두 가짜인 게다.

無量이 아니라면, 모두 사기요 詭道인 것이다.

모두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게다.

멈추면 꼬꾸라진다.


부처도 一字 설한 바 없다고,

성철도 生平欺狂男女群이라며 자기고백을 하고 있다.

이 순간 그들은 無量佛이 아님을 스스로 증거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고백하는 사람’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백을 통해 그들은 발설(拔舌)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무량겁 무량빛을 낸다.

그러한즉, 그들은 곧 회광반조하여 이내 無量光佛, 無量壽佛이 된다.


오늘 비가 오락가락하는즉 밭일은 쉬기로 하였다.

모처럼 중국 영화 한 편을 보았다.





大紅燈籠高高掛(Raise.the.Red.Lantern)


흔히 홍등이라 부르곤 하는데,

장예모(張藝謀) 감독, 공리(鞏俐) 주연 작품이다.


그런데 셋째와 넷째(공리) 측실(側室)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 가운데,

다음 장면에 이르자,

며칠 전 떠올렸던 성철 스님의 열반송이 다시 생각이 났다.



여기 그 장면을 옮겨둔다.


三姐的戲唱得真好!

什麼好不好,本來就是做戲嘛

戲做得好能騙別人

做得不好只能騙自己

連自己也騙不了的時候

那只能騙騙鬼了

人跟鬼就差一口氣

人就是鬼,鬼就是人!


“형님의 노랠 들으려 왔어요.

듣기 좋네요.


좋긴, 그저 연극일 뿐인데

잘 할수록 남을 속이는거라구

하지만 못하면,

자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지.

자신마저 속이지 못한다면 귀신을 속여


사람은 살아 숨쉬고

귀신은 그렇지 않다는게 다른거죠.


사람이 귀신이고 귀신이 사람이야”


여기 戲做得好能騙別人에서 騙은 남을 속인다는 말인데,

앞서 성철 스님의 열반송 生平欺狂男女群의 欺 역시 속인다는 뜻이다.


이 말을 한 것은 셋째인데,

그녀는 원래 가수 출신이다.


그러니까 연극이나 노래를 잘하면 잘할수록 남을 잘 속이는 일이란 말이니,

이는 평생 남녀의 무리들을 속여 미치게 만들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하겠다.


배우는 사람들을 잘 속여야 이름이 나는 명배우가 된다.

중질 잘하려면 최소 성철처럼 평생 미치광이가 되도록 남을 속여야 된다.


영화 속,

세째는 고의원과 은밀히 불륜의 관계를 맺었으나,

제대로 사람들을 속이지 못하여 비극의 최후를 맞는다.

做得不好只能騙自己

자신의 말대로 남을 속이는 일을 잘하지 못하여 자신을 속이고 말았다.


네째(공리) 역시 임신을 했다고 속였으나,

단도리를 못하여 들키고는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는 미쳐간다. 

성철은 남을 속여 미치광이로 만들었는데, 

네째는 자신을 속여 스스로 미치광이가 된다.


이 모두 속임이 철저하지 못한 소이이다.

살아 생전 삼천배를 하고서야 성철 스님을 친견할 수 있다 하였으되,

애걸 (哀乞)코 그가 살아 돌아왔다한들, 

다시 삼천배를 하려고 그의 면전에서 무릎을 꿇는다면,

이런 이는 참으로 자신을 속이는데 능기(能技)를 가졌다 하리라.

저 삼천배야말로 바로 사람을 평생 속여 미치광이로 만드는 장치임을,

아직도 아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러니 성철은 또 다시 이리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


석가는 원래 큰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西天(서천)에 속이고 東土(동토)에 기만하였네

도적이여 도적이여 !

저 한없이 어리석은 남여를 속이고

눈을 뜨고 당당하게 지옥으로 들어가네


그가 사람들을 잘 속였다면,

의당 지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법.


미욱한 이들은 ‘지옥’이란 말에 묶여,

성철이 죽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실토하며 참회하였다고 주장한다.


성철이 지옥에 가면,

당연 석가를 보게 될 것이며,

잘 속이지 못하였다면,

천당에 떨어져,

석가는커녕 작은 도적 달마도 보지 못하였으리라.


어리석은 이들은,

자신이 사람들을 속일 생각은 하지 못하고,

기껏 좁아터진 한국 땅에서,

모자란 사람들을 평생 잘도 속여먹인 성철의 죄만 묻고 있다.


이런 녀석들은 지옥엔 절대 들어가지 못하리라.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때문에 일요일마다 절집이나 예배당에 가서,

일주일 동안 지은 죄를 빌고자 시줏돈, 연보돈을 바치며 천당을 꿈꾼다.

그리고는 나와서는 다시 일주일 동안 죄를 짓는다.


배우라면 철저히 관객을 속여 주어야만 하며,

중놈이라면 성철을 본받아 선남선녀 무리들을 철저히 속여 먹어야 한다.


나는 태어나길 재주가 박하여,

성철처럼 남을 제대로 속여 먹지도 못하고,

명배우처럼 연기도 하질 못하니 지옥에 가기는 애저녁에 그른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이를 슬퍼하노니,

앞으로 한 오십년은 더 살아,

갈고 닦으며 남을 속이는 천하의 재주꾼이 되련다.


그 후 지옥에 들어가,

석가 멱살을 잡고,

달마 상투를 잡아 틀며,

성철의 싸대기를 쳐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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