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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는 없다

소요유 : 2018. 3. 11. 23:09


성지는 없다.

 

나는 서울이 본향이다.

시골에 인연을 지어 양쪽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다.

 

시골에 내려와 놀란 것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아무데서나 태워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집 마당, 밭에다 태연히 일을 저지른다.

나무, 농산물 잔사물이 아니라, 

비닐, 플라스틱, 폐치약, 폐화장품용기, 계집 개짐 ....

하여간 생활 쓰레기가 가리지 않고 태워진다.

특히 비닐류가 태워지는 것을 보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아오르며,

그저 달려가 드잡이질을 하고 패대기를 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처음엔 저들에게 아무런 탓을 하지 않고,

묵묵히 저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대신 처리를 했다.

하지만, 이게 아무런 덕이 되지 않고, 외려 비웃음의 근거가 됨을 뒤늦게 알았다.

처음엔 직접 접촉을 하였지만, 이게 다 무용(無用)의 짓인 바라,

당국에 신고를 하여 바로잡기를 기대하였다.

필경, 저들 원주민과 마찰이 생길 것이지만,

이젠 저들과 척이 지는 한이 있어도 못 참겠다.

이리 작정하고 대들기로 한 것이다.

 

하여, 아낌없이 신고를 하였다.

하지만, 이리 한 지, 

십여 년이 되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두 알음알이로 관과 민이 연결되어 있고,

스스로의 적극적 의지에 의해 관의 행정력이 펴지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그곳에선 유별난 이의 신고에 따른 수동적 개입이라,

지속성도 없고,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어느 백패커(backpacker)의 고발 영상이다.

 

박지(泊地) 성지(聖地)라는 곳을 찾아갔는데,

곳곳에 지자체가 백패킹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성지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백패킹을 할 수 없었다.

 

지금 대학교를 80%가 들어간다고 한다.

헌데, 하는 짓은 유치원생보다 못한 실정이다.

 

국민소득 아무리 올려봐야,

이 따위 정신 상태로 어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겠는가?

 

이제, 진(秦)나라 상앙(商鞅)의 변법(變法) 중에 하나를 살펴본다.

 

棄灰於道,以惰農論

 

길에다 함부로 재를 버리면, 농사일을 게을리 한 죄로 묻겠다.

 

그런데 이런 전통은 그보다 사뭇 앞선 은나라에도 있었다.

 

殷之法,棄灰于公道者斷其手

 

은나라의 법(엔), 재를 공도에다 버리면 그 손을 자른다.

 

이런 모습을 두고는,

혹자는 고대의 법제는 너무 무자비하다고 평한다.

하지만 형량(刑量)의 경중, 또는 양형(量刑)의 정부(正否)를 시비하기 이전에,

그 법의 집행 정신을 살피는 것이,

여기 이 자리의 분수를 지키는 것이리라.

 

殷之法,棄灰于公道者斷其手,子貢曰:「棄灰之罪輕,斷手之罰重,古人何太毅也?」曰:「無棄灰所易也,斷手所惡也,行所易不關所惡,古人以為易,故行之。」

<韓非子 內儲說上>

 

은나라의 법(엔), 재를 공도에다 버리면 그 손을 자른다.

자공이 공자에게 여쭙는다.

 

‘재를 버린 죄는 가벼운데,

손을 자르는 벌은 무겁습니다.

옛 사람은 어찌 이리 엄하오니까?’

 

공자가 이리 말씀 하시다.

 

‘재를 버리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다.

손을 잘리는 일은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다.

쉬운 일을 행하는 것과,

싫어하는 일은 서로 무관한 일이다.

옛 사람은, 쉬운 일이니까,

그로써 그리 행할 뿐이니라.’

 

현대엔 손을 자르자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씀 앞에 서서,

관리를 빌어 손을 자르는 대신,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스스로 잘라야 한다.

 

성지는 없다.

 

이 말씀 앞에 서서,

2018년 오늘의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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