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집
농사 : 2018. 9. 25. 10:43
말법집을 제거하였다.
수양 복숭아가 잘 자라고 있었다.
주변 풀이 무성하여 수관(樹冠) 전체를 덮어가고 있어 제거해주려는데,
커다란 말벌집이 나무 줄기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보름전 긴 장대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벌들이 화가 나서 달겨드는 통에, 뒷처리를 못하고 그냥 철수하고 말았다.
어제 다시 접근하였는데,
저들은 떨어진 벌집통에 미련을 두고 아직도 그를 근거로 활동하고 있었다.
2m짜리 고춧대를 꼬챙이 삼아, 벌집을 겨냥하고, 찔렀다.
이를 조심스럽게 들어내어, 나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풀벌레 소리가 제법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봄, 여름 벌레는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헌데, 왜 유독 가을 벌레는 저리도 절절히 우는 것일까?
필경 짝짓기 소리일 터인데,
스러질 자신의 명운을 바람에 실어, 저리도 슬피 우는 것일까?
아니면, 춥기 전에 일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바쁜 처자 치맛 자락 스치는 소리처럼,
저리도 제 몸을 부산히 움직이며,
비파 소리를 내는 것일까?
기실, 벌집을 처리하긴 하지만, 이것 썩 내키지 않는다.
저들이 이에 의지하여 살아가는데,
졸지에 터전을 잃고 마니,
참으로 황당해 할 것이다.
수양 복숭아가 그동안 햇빛을 받지 못하여, 생육에 큰 지장이 생겼다.
이대로 놔두었다간, 큰 탈이 날 것이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 볕이라도 조금 쐬어주어야,
그나마 기력을 차리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도리없이 저들을 다스리고 만다.
사뭇, 미안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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