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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꾸며진 세상 (華藏莊嚴)

소요유 : 2019. 3. 4. 10:42


내가 비로소 올해 블루베리 소출다운 소출의 기회를 맞이 하다.
작년엔 조금 나온 것은 그나마 비와 새 때문에 다 알겨버리고 말았었다.

블루베리 열매를 나무에서 따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일어난다.
고(苦)되기로 한다면 내 군 현역 시절보다 곱절은 더하고,
아프기(痛)로 한다면 훈련병 시절보다 배는 더 아프다.

이 한 나무의 열매를 다 따면,
옆의 나무가 지켜보고 있다가는 자신의 것도 어서 따라고 채근한다.

키질하는 키를 보면,
씨줄, 날줄이 교차하는 곳이 있다.
여기 처음 자리에 낟알 하나를 넣고,
이웃하는 곳엔 두 곱씩 넣기로 하자면 어찌 될까?
이는 2의 거듭 제곱이니 우리 같은 이들은 단박에 계산해낼 수 있다.
조금이라도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이 있는 자는,
이진법에 능숙하니 이런 류의 산법은 익숙하다.

열 칸만 옆으로 가도 1024(210)알이 되고,
이로부터 다시 열 칸을 지나면,
1024*1024(210*210=220=1048576)이니 순식간에 백만 알이 넘어간다.

이런 따위의 이야기는,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도술을 부릴 때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고,
인도의 체스를 발명한 사람과 얽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며,
블루베리 나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저 이야기의 셈법을 해결하려는 이처럼,
나는 따도 따도 끝이 나지 않을 만치 많은,
블루베리의 보랏빛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항하사(恒河沙)에서 항하(恒河)는 갠즈스강을 뜻한다.
그러하니 항하사란 그 강변에 흩어진 모래를 뜻한다.
이를 빗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를 가리키게 되는데,
실제 항하사는 수의 단위로까지 쓰인다.
항하사는 단위가 1056이 되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서양의 기가는 109, 테라는 1012 정도에 그친다.
제일 큰 요타는 1024에 불과하니,
항하사 그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東方恒河沙世界。南方恒河沙世界。
西方恒河沙世界。北方恒河沙世界。
上下四維恒河沙世界。彼一切世界。

불경엔 恒河沙란 말이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동쪽에도 항하사의 세계가, 남쪽에도 항하사만큼의 세계가 ...
동서남북 상하, 사유에 항하사만큼의 세계가 ...
운운하며 헤아릴 수 없이 존재하였던 과거불의 존재를 새기고 있는 장면이다.

지루할 정도로 이리 벌려놓으며 수를 세고 있는데,
아니 이것은 수를 세고자 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당금의 석가모니 그 당신인 부처를,
과거불과 일대일로 대응시킨다면 어찌 되겠는가?

무한수와 하나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많은 가운데 하나가 있다.
하나가 곧 일체고, 많은 것이 곧 하나이다.

一微塵中含十方

티끌 하나 가운데 시방 세계가 머금어져 있다.
(※ 참고 글 : ☞ 모탄거해 개납수미)

나는 블루베리 밭 한가운데에서,
이런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세계 속으로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비로자나불이 손속 부린,
그 화장장엄(華藏莊嚴)세계 속으로,
그의 털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 장엄도 하여라.
그러함인데 이도 잠시 잠깐 경각간에 나는 다시 중생세간(衆生世間)으로 빠져나온다.

화엄학에선 세상을 셋으로 나눈다.

所謂三種世間。一器世間。二眾生世間。
三智正覺世間。智正覺者。佛菩薩也。

기세간이란 중생이 몸담고 있는 물적 토대를 말한다.

곧 우주, 지구와 같은 터 자리를 말한다.
중생세간이란 그 기세간에 살아가고 있는 중생들을 가리킨다.
지정각세간이란 깨우친 불보살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말한다.

블루베리 꽃, 열매,
그 숨이 막힐 듯이 찬란하니 펼쳐진 화장장엄(華藏莊嚴) 안에서,
잠시도 안겨 있지 못하고 범부 중생인 나는 이내 다시 미혹에 든다.

‘이 많은 것을 언제 딸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돌풍에 찢어진 비닐하우스는 언제 갈아 씌울 것인가?’

아, 나는 시험에 들고 있음이고뇨.

신데렐라니 콩쥐 이야기가 다시 생각 키우는 것이다.
계모가 쌀알을 흩뜨려 놓거나, 돌을 섞어놓고는,
이를 줍거나 골라내라는 과업을 과하지 않던가?

콩쥐가 부과된 아궁이 재 치우기, 벼 찌기 과업을 마쳐야 하지만,
참새가 날아와 벼를 다 까준다.

그런데 여기 밭엔 무슨 심술 많은 참새가 들어왔음인가?
블루베리마다 쪼아놓으니 나는 참새의 부조를 받기는커녕,
이를 골라내느라 손이 고달프고 눈이 아플 판이다.

아, 나는 팥쥐의 후생인지라 이리 업보를 받고 있음인가?
참새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전생에 콩쥐가 아니었던 것이라.
필시 전생이 계모나 팥쥐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생에서 농부 역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설혹 후생에 그 보갚음이 있을지언정,
내 올 겨울엔 녀석들을 더 엄히 쫓아낼 방법을 다시 찾아내어야 하리라.
수원수구(誰怨誰咎)라,
누구를 원망하고 허물을 탓하랴?
다 제 명운이 그러할 뿐이로니.

새들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초기엔 을밀 조류 퇴치기를 제법 의식하는 양 싶었다.
지금도 퇴치기 근처는 열매들이 성한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저게 그리 위협적이지 않음을 저들은 알아차렸을 터다.
나는 이런 학습효과도 있지만,
그보다는 명줄에 관계된 일이기에,
저들이 저리 악착같이 대드는 것이 않은가 생각한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명을 이어줄 음식이 들판에 널려 있는데,
그깟 위협이 대수랴?

안이비설신(의) 오감에 호소하는 위협적 수단으론 한계가 있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해서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저들의 약탈행위는 그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난, 생명을 해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그럼 어찌 해야 하는가?

죽이지는 않되,
가사(假死) 수준에 이를 정도의 충격을 가해야 하는가?

후생 팥쥐 하나 여기 연천 들에 내버려져 있어,
이를 매양 고민하고 있다.

과시 산다는 것은 난사(難事) 중의 난사임이라.

此華藏莊嚴世界海,有須彌山微塵數風輪所持。其最下風輪,
名:平等住,能持其上一切寶焰熾然莊嚴。
次上風輪,名:出生種種寶莊嚴,
能持其上淨光照耀摩尼王幢。次上風輪,名:寶威德,
能持其上一切寶鈴。次上風輪,名:平等焰,
能持其上日光明相摩尼王輪。次上風輪,名:
種種普莊嚴,能持其上光明輪華。次上風輪,
名:普清淨,能持其上一切華焰師子座。
次上風輪,名:聲遍十方,能持其上一切珠王幢。
次上風輪,名:一切寶光明,
能持其上一切摩尼王樹華。次上風輪,名:速疾普持,
能持其上一切香摩尼須彌雲。次上風輪,名:
種種宮殿遊行,能持其上一切寶色香臺雲。諸佛子!
彼須彌山微塵數風輪,最在上者,名:
殊勝威光藏,能持普光摩尼莊嚴香水海;
此香水海有大蓮華,名:種種光明蕊香幢。
華藏莊嚴世界海,住在其中,四方均平,清淨堅固;
金剛輪山,周匝圍遶;地海眾樹,各有區別。」
 是時,普賢菩薩欲重宣其義,承佛神力,
觀察十方而說頌言:
「世尊往昔於諸有,  微塵佛所修淨業,
故獲種種寶光明,  華藏莊嚴世界海。
廣大悲雲遍一切,  捨身無量等剎塵,
以昔劫海修行力,  今此世界無諸垢。
放大光明遍住空,  風力所持無動搖,
佛藏摩尼普嚴飾,  如來願力令清淨。
普散摩尼妙藏華,  以昔願力空中住,
種種堅固莊嚴海,  光雲垂布滿十方。
諸摩尼中菩薩雲,  普詣十方光熾然,
光焰成輪妙華飾,  法界周流靡不遍。
一切寶中放淨光,  其光普照眾生海,
十方國土皆周遍,  咸令出苦向菩提。
寶中佛數等眾生,  從其毛孔出化形,
梵主帝釋輪王等,  一切眾生及諸佛。
化現光明等法界,  光中演說諸佛名,
種種方便示調伏,  普應群心無不盡。
華藏世界所有塵,  一一塵中見法界,
寶光現佛如雲集,  此是如來剎自在。
廣大願雲周法界,  於一切劫化群生,
普賢智地行悉成,  所有莊嚴從此出。」
(大方廣佛華嚴經)

화엄의 바닷 속은 이리도 혼백이 자지러질 듯 아름답구나.

나는 지금 이글을 마치고는 밭으로 나가,
새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해보련다.

 

불쌍한 중생이 사는 세상.

중생세간(衆生世間)

여기서 나는 화엄의 꽃비 내리는 세상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을런가?

그 바닷 속으로 들어가 과연 용왕을 뵈올 수 있으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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