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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월(船月)

소요유 : 2019. 9. 11. 18:29


선월(船月)

 

최근 선월이란 중국 소설을 접했다.

하련생(夏輦生)이란 중국 작가가 김구 선생을 모델로 쓴 소설이다.

 

이봉창(李奉昌) 의사의 일왕 저격사건, 

그리고 윤봉길(尹奉吉)의사의 홍구공원사건(虹口公園事件)으로,

왜경의 압박이 심해지자, 

당시 임시정부 국무령인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은,

가흥(嘉興)의 남호(南湖)로 피신한다.

 

소설은 뱃사공인 주애보(朱愛寶, 주아이빠오)의 도움을 받아,

선상 생활을 하며, 왜경의 추적을 피하는 가운데,

싹튼 두 분의 인간관계를 축으로 전개된다.

그 가운데,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내 동지들을 규합하고,

군관학교(초기 100명)를 만드는 등 독립운동을 지속한다.

 

(김구)

 

(주애보)

 

나는 백범 김구 선생을 사모하여,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여러 차례 읽었다.

그런데, 이제야 선월이란 책을 뒤늦게 알게 되다니,

그동안의 내 독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알겠음이다.

 

거기 책장을 열자,

처음 마주하는 문장이 내겐 강렬하게 다가왔다.

 

人生如船 隨緣得月

 

선월이란 책 이름은 바로, 

이 글귀의 마지막 글자들을 모은 것이리라.

 

인생은 배와 같고, 인연 따라 달을 얻다.

 

인생은 배와 같다라는 말은 자주 접하는 말은 아니나, 그리 낯설지는 않다.

허나, 隨緣得月이라, 인연 따라 달을 얻다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접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흔히 인생은 무엇과 같다라는 표현은 많이 쓴다.

 

人生如夢

 

인생은 꿈과 같다.

 

아마 이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빗댄 말들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人生如茶

人生如戲

人生如棋局

人生如泡影

人生如流水

人生如詩, 詩如人生

人生如過客

人生如十字路口

人生如四季輪轉(花開花謝)

 (인생은 사계절과 같다. 꽃이 피고 지듯)

人生如逆旅, 我亦是行人

 (인생은 여관과 같고, 나는 나그네다.)

人生如朝露

人生如賭博

人生如畫冊

人生如夢歌詞

....

 

아, 그러함인데,

人生如船 隨緣得月이라니,

인생이 배와 같다 이르고 있음이며,

연을 지어 달을 얻었다 하니,

참으로 마음에 쿵 하고 닿는다.

 

소설을 읽어보면,

두 분의 관계가 강과 배 위에서 많이 이뤄지니,

자연 물, 바람, 갈대, 달을 벗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헌데, 여기서의 달은 강심에 비춘 달, 또는 밤하늘에  뜬 달이 아니라,

여주인공 주애보(朱愛寶)의 가슴에 들어와 앉은 김구 선생이기도 하며,

김구 선생의 가슴에 들어와 앉은 주애보이기도 하다.

 

不曾哭過長夜的人,不足以語人生

 

“일찍이 긴 밤을 지새우며 울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이리 하였음이니,

김구 선생이 이봉창, 윤봉길 의사를 잃고,

어찌 徹夜長哭 밤 새워 우지 않으셨을 터인가?

헌즉 隨緣得月의 달은 바로,

김구 선생의 가슴에 떠오른 달, 곧 이들 두 의사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왜경의 폭압에 두 주먹을 움켜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가운데 실제 고초를 겪으셨던 김구 선생, 주애보와 독립투사 선인들이,

달님이 되어 내 가슴에 들어와, 삼가 받들어 모시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추석 보름이 되면,

여기 농장 언덕 위에 달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껏 명절이라 하여 특별히 새기지 않고 살았다.

허나, 이번 추석엔 김구, 주애보, 그리고 수많은 독립투사를 뵈올 수 있겠다.

언덕 위에 달님이 떠오를 터이니까.

 

왜구들이,

개명한 현대에도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고 있다.

문득 선월 독서 운동을 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애보가 말했듯,

(김구 선생을 위해) 노를 젓는 일에 헌신하겠다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모든 이들에게 바른 일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일제 불매운동도 훌륭하지만,

우리 각자의 가슴에 달님을 모시는 계기가,

이 소설을 통해 절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번 추석엔,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소중한 달님을 불러내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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