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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棄者吏有姦也

소요유 : 2019. 10. 1. 10:28


不棄者吏有姦也


진중권이 오래된 친구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탈당을 번복하고, 조국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

한비자에 나오는 다음 글을 상기하게 되었다.


하여 이를 여기 꺼내놓고 다시금 음미해본다.


為故人行私謂之不棄,以公財分施謂之仁人,輕祿重身謂之君子,枉法曲親謂之有行,棄官寵交謂之有俠,離世遁上謂之高傲,交爭逆令謂之剛材,行惠取眾謂之得民。不棄者吏有姦也,仁人者公財損也,君子者民難使也,有行者法制毀也,有俠者官職曠也,高傲者民不事也,剛材者令不行也,得民者君上孤也。此八者匹夫之私譽,人主之大敗也。反此八者,匹夫之私毀,人主之公利也。人主不察社稷之利害,而用匹夫之私譽,索國之無危亂,不可得矣。

(韓非子)


“오래 사귄 친구라 하여, 사적으로 행하면, 이를 일러 버리지 않는다(不棄)고 한다.

공공 재물을 뿌리면, 이를 일러 어진 사람이라 한다.

봉록을 경시하고, 제 몸을 중시하면, 이를 일러 군자라 한다.

법을 굽혀 친족을 곡진히 하면, 이를 일러 덕행이 있다 한다.

관직을 버리고 사귐을 더 좋아하면, 이를 일러 협기가 있다고 한다.

세상을 버리고 위를 피하면, 이를 일러 고상하다고 한다.

서로 다투고 명령을 어기면, 이를 일러 강한 성품이라 한다.

은혜를 베풀어 대중을 모으면, 이를 일러 민심을 얻었다 한다.


오래 사귄 친구를 버리지 않는 자는 관리로서 간악한 자다.

어진 사람이란 공공 재물을 해치는 자이다.

군자란 자는 다스려 부리기 어려운 백성이다.

덕행이 있는 자란 법제를 훼손하는 자다.

협기가 있는 자란 관직을 보잘것없이 여기는 자다.

고상한 자란 일에 힘쓰지 않는 자다.

강한 성품을 가진 자란 명령을 행하지 않는 자다.

민심을 얻은 자란 군주를 고립시키는 자다.


이 여덟 가지는 필부들의 사적 명예이나,

군주의 큰 해악이다.

거꾸로 이 여덟 가지에 반하는 것은,

필부의 사적인 손해이나,

군주의 공적인 이득이다.

군주가 사직의 이해를 살피지 않고,

필부의 사적인 명예를 쓴다면,

나라의 위란이 없기를 구한다한들,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일지라도,

표리부동(表裏不同)하고, 언행불일(言行不一)한 자를,

버리지 않으면 不棄者吏有姦也라,

곧 간악함이 있다 하였다.


물론 여기선, 나라, 공적인 영역을 상대하고 있다.

헌즉, 개인적인 친소에 따라, 어떠한 태도를 취하든,

그게 사적인 울타리 내에서 이뤄진다면,

그것은 개인인 그가 책임질 노릇이니,

굳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

지들끼리 모여 마주 손잡고 쎄쎄쎄를 하든,

공깃돌 놀이를 하든,

내가 무슨 알 바가 있으랴?


하지만, 조국 사태는 사적 이해관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국 법무 행정 수장에 관한 일이니,

‘그러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냐. 오히려 여러분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싶다’

이리 징징 짜며 연신 훌쩍일 일이 아니다. 


교수들끼리 품앗이 하며,

제 자식들에게, 돌려가며, 하지도 않은 인턴 증명서 내주고, 

표창장 뿌리는 짓거리를 두고,

그들은 덕행이 있다고 서로를 부추기며,

한껏 하늘 높이 비양(飛揚)하였을 것이다.

枉法曲親謂之有行

‘법을 굽혀 친족을 곡진히 하면, 이를 일러 덕행이 있다 한다.’

바로 이 말에 딱 들어맞지 않은가?


仁者,慈惠而輕財者也;暴者,心毅而易誅者也。慈惠則不忍,輕財則好與。心毅則憎心見於下,易誅則妄殺加於人。不忍則罰多宥赦,好與則賞多無功。憎心見則下怨其上,妄誅則民將背叛。故仁人在位,下肆而輕犯禁法,偷幸而望於上;暴人在位,則法令妄而臣主乖,民怨而亂心生。故曰:仁暴者,皆亡國者也。

(韓非子)


“인(仁)이란, 자비와 은혜로써 재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며,

난폭(暴)함이란, 마음이 거세어 주벌을 쉽게 하는 것이다.

자비와 은혜를 베풀면 차마 하지를 못하고,

재물을 가볍게 여긴다면 주기를 좋아할 것이다.

마음이 거세면 미움이 아래에 나타나고,

주벌을 쉽게 하면, 실없는 살생을 사람들에게 가할 것이다.


차마 하지를 못한다면, 처벌함에 있어, 사면이 많아지고,

주기를 좋아하면, 공이 없어도 상이 많아질 것이다.

증오심이 나타나면 아래가 그 위를 원망하며,

마구 처벌하면 백성이 장차 배반할 것이다.


고로, 인(仁)한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

아래가 방자하여 법을 가볍게 범하고,

위에 은근히 요행을 바라게 된다.

난폭(暴)한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

법과 명령이 망령되이 행해져,

군주와 신하 사이가 벌어지고,

백성이 원망하여 반란의 마음이 생긴다.


그런즉, 인폭(仁暴)자는 모두 나라를 망치는 자들이다.”


그러함이니,

친구라 하여 무작정 인정을 베풀고,

닭 잡아먹었다고 교수형에 처할 일이 아니다.

다만, 바른 법에 의지하여, 냉정하게 판단하고,

공정하게 상을 주고, 합당한 벌을 가하여야 한다.


같은 패거리라고, 무작정 감싸고 돌며, 허물을 덮고,

다른 패거리라고, 무작정 내치고 밀며, 죄를 뒤집어씌우는 짓거리.

皆亡國者也라,

이 모두 나라를 망치는 자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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