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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였다

소요유 : 2019. 11. 19. 13:24


월간 ‘선으로 가는 길’이란 잡지가 있다.

묵은 이 잡지를 최근 짬짬이 읽어내고 있다.


소싯적 월간 신동아란 잡지 묵은 것이 집에 많이 있었다.

이것을 어느 한철 겨우내 독파해버렸다.

화엄경의 선재동자처럼, 거기엔 각색각양(各色各樣)의 사람이 등장하고,

각식각양(各式各樣)의 주제들이 다뤄지고 있었다.

내 어린 눈에 이를 통해 조그만 창이 열리고 있었다.


선으로 가는 길,

이것을 읽어 내고 있는 중,

이 당시의 경험을 다시 떠올렸다.


얼마 전 거기 김미성 시인이 쓴 글 하나를 읽었었다.

헌데, 그 글 가운데 한 문장,

얽어내는 결구(結構) 격식이 마음에 확 다가온다.

리드미컬 하면서도, 경쾌한 가운데, 

득의(得意)의 환희와 함께, 

세상에 대한 관조(觀照)의 여유가 느껴지는 거였다.

훌륭하구나.

단, 한 줄이지만,

이런 마주침은 귀하다.


하여 이를 몇 번이고 되뇌이며 음미하였다.

헌데, 이를 나중에 완전히 익혀두고자 하며, 

당시엔 손을 놔두어 버리게 되었다.


며칠 후, 이를 다시 찾아내고자,

여러 권을 뒤적거렸으나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마침 오늘 다시 찾아내 수습하였다.


이 시인의 나머지 문법을 마저 배우고 싶다.

하여 서점을 뒤져,

책 몇 권을 챙겨두었다.


그의 시 하나를 소개한다.


사진 속

딸과 아버지가 어깨동무하고

물끄러미 이쪽을 본다

사진 밖

이쪽 세상에 아버지는 없고

딸만 혼자서

사진 속 저쪽 세상을

말없이 바라본다


눈동자 안에서

가만히 흔들리는 아버지가

눈물방울로

와르르 떨어진다

너, 어때?

괜찮은 거지?


-시집 <모든 길이 내게로 왔다>(북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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