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례(茶禮)
나는 블루베리에 관심을 가진 이라든가,
자연재배에 뜻을 둔 이들이 찾아오면,
그들을 환대하며 함께 의논하며,
아는 바를 힘껏 나눴다.
헌데, 차츰 이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별별 인간이 다 나타났기에.
급기야, 농장 ‘견학사절’이란 공지를 올리기에 이른다.
며칠 전, 블루베리 잎차용 잎을 구하는 메일을 받았다.
그는 수 백 g을 원하며 구매하겠다 한다.
기실 지금은 조금 철이 지났다.
흠이 없고, 맑은 찻잎을 채취하기엔 과히 좋지 않다.
나는 진작에 100여 g을 말려두었다.
이것 따는 것 그리 간단하지 않다.
조그마한 잎을 손으로 일일이 따려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육안으로 낱낱이 가려 취하여야 하기에,
제법 수고로운 일이다.
잠시 시간을 내어 이틀에 걸쳐 조금씩 따다가 그쳤다.
게다가 본 밭에 있는 것을 나는 손도 대지 않는다.
자연재배를 하기에 일체의 외부 자재를 농장 안으로 들이지도 않지만,
열매 외에는 또한 외부로 방출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나는 농장이 자신들만의 폐쇄계(closed system) 안에서,
자족적 생태 순환 사이클을 이루길 기도하고 있음이다.
하여 본 밭을 삼가고, 울타리용으로 심은 것에서만 조금 채취할 뿐이다.
(※ 참고 글 : ☞ 블루베리 잎차)
게다가 잘 모르는 이들이 본밭에 들어와 잎을 따간다 할 때,
자칫, 꽃눈을 다치기 십상이기에 이 또한 기휘하는 바이다.
이러함인데,
저이가 블루베리 잎을 구하고 있음이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잎차를 공부하는 이라는 자신의 신분 소개에 마음이 열렸다.
君子食無求飽,居無求安,敏於事而慎於言,就有道而正焉,可謂好學也已。
군자란 먹는데 배부르길 구하지 않으며, ...
도가 있는 이에게 나아가 바로잡음을 받는다면,
호학(好學)한다 이를 수 있다 하였다.
아, 배움을 구하는 일이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가?
하여 한참 늦은 시각이라, 내일 밭에 나가,
아직도 딸 만한가 사정을 살펴보겠다 이르고는,
이튿날 밭에 나가 보니, 아직도 싱싱한 것이 적지 아니 달려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사정을 알리고는,
방문하면 거저 채취해갈 수 있다 알렸다.
헌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나는 안다.
겪은 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소용에 닿지 않으면,
바로 돌아서지, 결코 예를 차리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메일을 두 차례 적어 회신하였고,
확인 차 밭에 나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음이며,
무료로 채취할 기회를 주겠다 하였음이라,
나로선 성의를 다하였다 하겠다.
그가 원하는 최소 수량을 내가 직접 따려면,
반나절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다.
나는 지금 그럴 형편이 아니다.
하여 직접 채취하라 이른 것이다.
기실 사람이 찾아오면,
나의 일상이 흐트러지고,
시간을 내어야 하기에 번거롭다.
만약 여기 방문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러함을 알리고. 벌여놓은 일을 말끔히 종결하여야 할 일이다.
그저, 제 만족이 취하여 지지 않는다고,
모른 척, 내버려 두고, 돌아설 일이 아닌 것이다.
禮之用,和為貴。
예의 작용은 조화가 귀하다 하였다.
당신 자신 실질(마음)과 형식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그 드러남으로 나와 남의 화합도 예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저기 부지깽이로 툭툭 쑤시다,
자기만족을 구하면 따라 취하고,
아니면, 버려두고 돌아선다면,
어찌 남과 함께 和를 이룰 수 있으랴?
농장으로 찾아와 만나는 이, 열 가운데 아홉은,
禮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배움을 구하는 이들이라, 오랜 동안 참고 대하였다.
헌데, 이 노릇이 참으로 허망한 일임을 뒤늦게 깨닫고,
빗장 질러 닫아걸고 견학을 사절한 것이었다.
내가 견학사절하였기에,
정작 귀한 이를 만날 기회를 잃을 수도 있음을 안다.
허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도 있을 터이며,
혜가단비(慧可斷臂)라,
귀한 인연 짓는 일에 어찌 걸린 빗장이 장애가 되리?
子貢問曰:「孔文子何以謂之文也?」子曰:「敏而好學,不恥下問,是以謂之文也。」
내가 처음 농사를 배울 때,
자연재배 비슷한 방법일지라도 그리 농사를 짓는 이라 하면,
예물을 준비하고는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배움을 구하였으며,
서책을 구하여 밤을 새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이다.
도가 있는 분께 배움을 구하는 일에 어찌 부끄러움이 있으랴?
혜가가 달마를 친견하여, 법을 구함에,
달마는, 면벽(面壁)하고서는 단 한 자도 교시를 내리지 않았다.
자고로,
析骨刺血이라,
뼈를 부러뜨리고 피를 흘리고서라도,
고인(古人)은 법을 구하려 하였음이며,
投身懸崖,餵飼虎口라,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호랑이 입에 먹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음이다.
혜가가 눈 오는 날, 달마 전에 꿇어 앉아 도를 구함에,
이튿날 쌓인 눈이 무릎을 지나고 있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달마가 도를 구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하자.
혜가는 격동되어 자신의 왼팔을 잘라,
하얀 눈 위에 해당화 꽃보다 더 붉은 피를 뿌렸음이다.
아아, 옛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가?
그저 이해에 따라 팽 돌아서는,
요즘 사람들의 얕고, 얇음에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任人有問屋廬子曰:「禮與食孰重?」曰:「禮重。」
「色與禮孰重?」曰:「禮重。」
고인들은 食보다 禮가 중하다 이르렀음이며,
色보다 禮가 중하다 거듭 말씀하셨음이라.
헌즉 다례(茶禮)임이라,
茶와 禮는 짝을 이루고 있음이다.
결코, 차를 구하는 일이 예를 차림과 다른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하리라.
이 뜻을 그대 당신들은,
정녕 제대로 새길 수 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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