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괴물
어제 마트에 들렸다.
빨간 고추가 포장되어 진열되어 있다.
기럭지가 좀 과장하여 말하면 가지만 하다.
순간 내 처와 동시에 저것은 괴물이다라는 말을 토해냈다.
고추의 탈을 썼지만,
저것은 결코 고추의 혼령이 깃들지 않았을지니,
그 얼마나 흉측스러운가!
인류의 문화는 이리도 망조(亡兆)를 보이고 있음이다.
나는 앞서 이를 일러 ‘팽창조대소(膨脹粗大素)’ 때문이라 말하였다.
(※ 참고 글 : ☞ 슈퍼호박 단상(斷想))
본디 제 성품 밖으로 튀어,
다른 모습을 보이면 정상이 아니다.
필경 저리 된 곡절이 있을 것이다.
저 고추처럼 무작정 크기가 크려면,
세포 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 세포 수가 많아지거나,
단위 세포 크기가 와장창 커져야 한다.
이것 한 마디로 병증(病症)이라 하겠다.
전형적인 암(癌)세포의 모습이라 하겠다.
저 짓을 하려면,
유전학을 넘어 유전공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
동종(同種)끼리의 단순한 교잡만으로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
헌즉 필경은 이종(異種)간 결합 강제가 따라야 한다.
원하지 않는 성적 폭행을 당했을 때, 이를 강간(强姦)이라 부른다.
공학의 힘을 빌어, 뿌리에 감자를, 줄기엔 복숭아를 달리게 할 수도 있다.
이것 역시 강간에 다름 아니다.
때론, 식물 간의 경계를 넘어,
동물의 유전자를 끌어들여,
용접하듯 붙여넣기도 한다.
이쯤 되면 괴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가 있어 일상을 넘어 요상스런 짓을 하면,
흔히 죽을 날이 가까웠구나 하며 탄식을 한다.
저 짓의 끝은 멀지 않았다.
미구(未久)에, 파국(破局, catastrophe)을 맞고 말리라.
매실도 왕매실, 이도 부족하여 슈퍼왕매실쯤 되어야 시장에서 팔린다.
소비자도 바지 걷고, 치마 훌쳐 올리며, 덩달아 이런 것을 찾아 십리를 헤맨다.
올해, 마트에서 블루베리 옆에 진열된 방울토마토를 유심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역시 이것도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아니 방울만 하여야 방울토마토지,
저리 크게 키우다 보면, 급기야, 일반 토마토만큼 커지지 않겠는가?
미쳐 돌아가는 형국이다.
이들 뿐이랴?
달걀만한 대추, 코끼리 마늘, 대왕까마중 ...
왕살구, 대왕오디, 슈퍼왕자두 ...
거의 모든 과실들을 상대로 이 괴물 만들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제 본바탕 품성을 여의게 되면,
이것은 이미 자신의 정체성이 달라진즉,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그리하여 괴물이라 부른다.
아아,
저것은 고추도 아니요, 매실도 아니며, 자두도 아님이라.
그저 괴물인즉,
인간 욕망의 가검물(可檢物, clinical material)이라 하리라.
惡, 病의 기원이자, 그 결과물 말이다.
정말 흉측하기 짝이 없구나.
우리 블루베리 농장에 비교적 큰 품종이 있다.
어쩌다 그중에도 특히 큰 것이 나타나곤 한다.
‘징그럽다.’
내 처와 동시에 느낀 탄성의 말이다.
저것은 먹기도 께름칙하다.
나는 외친다.
‘저것 먹지 말라.’
저리 과대 증폭된 물건은,
먹으면 발암의 위험이 있다.
세포 분열이 심히 일어난 그 인자가 저 안에 들어 있을 터,
헌즉 저것을 취하면, 그 영향으로 암이 생길 우려가 있다.
암이 별 것인가?
제 성품을 벗어나, 세포가 마구 증식하는 것이다.
내 눈엔 저 왕 과실과 암이 하나도 다름이 없이 보인다.
사람도 거인이나, 난장이를 그 누가 있어 그리 되길 앙모(仰慕)하는가?
이들은 모두 호르몬 이상이거나, 유전적 결함의 결과인즉 병이라 하겠다.
사람도 적당한 사람의 크기가 있음이라.
그 정도를 넘으면 탈이 난다.
헌데, 오늘의 세상은 어찌 돌아가는가?
모두들 큰 것만을 위해 달음박질을 치고 있다.
해괴망측(駭怪罔測)한 노릇이라 하겠다.
결코 정신들이 온전하다 할 수 없다.
미구에 크게 댓가를 치루고 말리라.
아불싸,
그런데 블루베리에도 최근 이런 품종이 나타났다.
xx블루베리.
직경이 물경 3cm란다.
이쯤 되면,
저것은 블루베리가 아니다.
필경은 다른 식물과 섞어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요망스런 짓이다.
망측스럽다.
지랄을 떨어도 정도껏 하여야지,
한계를 넘고, 분수를 잊으면,
필경은 악귀가 되고 만다.
저러한 것은,
절대 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외려 건강을 해치고,
마음을 병들게 하고 말 것이다.
요살스런 이들이다.
만드는 이나, 취하는 이 모두.
그저 가까이 있으면,
머리에, 아니 대갈통에 꿀밤을 먹이며,
‘썩어 자지러질 년놈들’
이리 외치며,
되우 나무라고 싶다.
(※ 썩어 자지러질 놈(년)
고등학교 담임은 국어 선생님이셨다.
후에 들으니,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공교롭게도 처가 다닌 학교였다.
둘 다 공립학교였은즉, 순환보직 일환으로 그리 된 것이다.
헌데, 여학생들이 그 선생님을 두고,
실력이 없으니 바꿔 달라고 청원을 넣었단다.
그러자, 처의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이를 알고는,
‘썩어 자지러질 년들’이라 외치고서는,
모두의 머리통에 꿀밤을 날리며 광분하셨다는 게다.
나도 처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는,
‘썩어 자지러질 계집년들’이라며 작대기를 들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내가 저 말을 뱉어낼 때는,
바로 그 당시 분노의 혼령이 되어,
몹시 흥분할 때의 재현(再現)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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