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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대표와 부인습잠(婦人拾蠶)

소요유 : 2020. 11. 21. 12:15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부인습잠(婦人拾蠶)


‘경비 절약을 위해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다.


가구당 그리 큰돈도 아닌데,

그것 아끼자고, 이제껏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이 북풍한설 추운 계절에 한데로 쫓아낼 수 있는가?

참으로 무정한 일이다.

이리 생각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리 생각하며 메마른 세상을 탓하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인가?

그게 아닐 것이다.

어떤 사회일지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결정 주도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속 대표라고, 

보통의 입주민에 비해 특별히 흉한 감정의 소유자가 많다할 이유는 없다.

사람은 대개 거기서 거기지,

어느 집단이라 하여 유달리 질 성분 내용 분포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함인데, 왜 저들은 저리 강퍅한 짓을 주도하는 것일까?

가령 입주 가구당 아낄 수 있는 돈이 기만 원이라면,

기껏 이것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쉽게 저버리며,

제 양심을 시험할 유인은 대개의 사람들에겐 그리 크지 않으리라.

설혹 그게 부담이 된다한들,

남의 생계를 빼앗는 일을 저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헌데, 현실의 세계에선,

이런 상식적 짐작을 무색하게 할 만한 일이 툭하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인간적 자존, 명예를 한순간에 허물어뜨릴 만한 경계 조건을 기꺼이 넘고 만다면,

그 역치(閾値, threshold value)를 넘게 하는 추동 에너지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경비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들이 맡았던 일도 덩달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니까 해고를 주도한 대표자들로서도 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런즉 가령 무인 보안 장치를 새로 설치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설치하려면, 목돈이 투하되어야 하며,

설비 공급 업체를 선정하고, 그들과 교섭하여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게 된다면,

그 돈은 결코 기만 원 수준이 아닐 것이다.


그 부정의 돈이 역치를 쉽게 넘게 하는 유인이 되기에 충분하다면,

누구에겐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다.

게다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눈 한번 찔끔 감으면, 

별 탈 없이 욕심을 쉬이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가 몽글몽글 솟고 말리라.


입주자대표회의 소속원들의 뜻을 한데 결속시킬 수만 있다면,

늘 모임에서 술자리 함께 갖기에 거의 한 패인 감사,

그리고 눈치 보기 바쁜, 그리고 무력하기 짝이 없는 관리소장,

이들은 결코 장애가 되지 못한다.

적당한 구실을 대며, 

다만 관리비만 낼 뿐, 제 권한을 넘겨주고,

편안히 집에 들어앉은 입주자들을 선동하는 것도 비교적 쉬운 일이다.


게다가 입주민이라 하여도,

당장 관리비를 적게 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명분에다,

기껏 문 열고 얼굴 삐쭉이 내밀며, 

밖에서 들이미는 동의서에, 싸인 하나 갈겨써내는 일로,

제 양심을 가리는 짓을 간단히 행할 이도 적지 않다.

멍석 깔기까지 좀 어렵지,

누군가 깔아놓으면, 거기서 노는 일은 한결 수월한 노릇이다.


사람이란 어떠한 인격 존재인가?

이제, 한비자의 놀라운 탁견을 살펴본다.


衛人有夫妻禱者,而祝曰:『使我無故,得百束布。』其夫曰:『何少也?』對曰:『益是,子將以買妾。

(韓非子)


“위나라에 기도드리는 부부가 있었다.

빌기를 이리하다.


‘우리 부부가 무탈하게 해주시고,

백 묶음의 돈다발을 얻게 해주시압소서.’


남편이 묻는다.


‘어찌 그리 적은가?’


답하여 이리 말하다.


‘그보다 더 하면,

당신은 첩을 들이지 않겠소?’”


저 처가 돈을 적게 비는 것은,

결코 욕심이 적은 것이 아니라,

더 급하고 무거운 숨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같이 사는 부부 사이에도,

제 입장에 따라 원망(願望)과 욕심이 다른 것이다.


... 故輿人成輿則欲人之富貴,匠人成棺則欲人之夭死也,非輿人仁而匠人賊也,人不貴則輿不售,人不死則棺不買,情非憎人也,利在人之死也。


... 고로 수레를 만드는 이가 수레를 만들면, 사람이 부귀해지길 바라고,

관 짜는 이가 관을 만들면, 사람이 요절하길 바란다.

이는 수레 만드는 이가 어질고, 관 짜는 이가 흉악한 적당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귀해지지 않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鱣似蛇,蠶似蠋。人見蛇則驚駭,見蠋則毛起。漁者持鱣,婦人拾蠶,利之所在,皆為賁、諸。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벌레와 비슷하다.

사람이 뱀을 보면 놀라고, 벌레를 보면 머리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는다.

어부가 장어를 손으로 잡고,

아낙네가 누에를 주워 만진다.

이익이 있는 곳엔 모두  맹분(孟賁)이나 전저(專諸)가 되고 만다.

(※ 맹분, 전저 : 춘추전국 시대의 장사(壯士))


흔히 법가(法家)를 두고 막연히, 강퍅하다 오해를 하곤 한다.

게다가, 저들을 설 배워 알 듯 성악설(性惡說)에 터한 사상가 집단이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 악하다는 외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다만, 저들은 인간을 이해(利害)에 매인 존재로 볼 뿐이다.


법가는 구체적 실천 현실에서 선악을 초월하여, 

사람들의 행위 원리를 제 이해에 복무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법(法)으로 규율, 조직하고,

술(術)로 부리며, 

세(勢)를 장악하는 것이,

당시의 시대적 중심 테제인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요체로 보았다.


입주자대표들은 입주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선출이 되고나면 외려 자신을 위해 복무한다.

현대 경영학에선 이를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로 다루고 있다.

하기에 주인과 대리인 사이엔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고, 비용이 지불되고 만다.

과연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하여야 하는가?

과시 인류사의 난제(難題) 중의 하나라 하겠음인가?


우리나라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시도지사는 관리규약 준칙을 정해야 하며,

각 아파트는 이에 준거하여 관리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바라거니와, 관리규약 준칙이 현실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 보완되어,

사회, 경제적 약자인 경비원들의 지위와 삶을 보호하게 되길 바란다.

가령 중요한 재정이나 인권에 권련된 업무의 외부 감사를 강제하고

관리 책임 부담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로써, 대표자들의 부도덕한 일탈을 견제하고,

사무, 노동에 관련된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게,

규율하고, 바람직한 길로 견인하여야 하리라.


利之所在,皆為賁、諸。


이익이 있는 곳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장사(壯士)가 나타나곤 한다.


앞선 글 ‘식물복지’에서 소개하였다.


故失道而後德,失德而後仁,失仁而後義,失義而後禮。

(老子, 道德經)


 “도(道)를 잃은즉, 덕(德)이 나타났고, 

  덕(德)을 잃은즉, 인(仁)이 나타났으며,

  인(仁)을 잃은즉, 의(義)가 나타났고,

  의(義)를 잃은즉, 예(禮)가 나타났다”


그런데, 기실, 이와 더불어 다음을 짝으로 더 익혀야,

보다 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道不足則用法,法不足則用術,術不足則用權,權不足則有勢,勢不足則反權,權反術,術反法,法反道

(南華真經義海纂微)


“도(道)가 부족하니 법(法)을 쓰고, 법(法)이 부족하니 술(術)을 쓰며,

술(術)이 부족하니 권(權)을 쓰며, 권(權)이 부족하니 세(勢)가 있는 것이다.


세(勢)를 쓰는 즉, 권(權)으로 돌아가며, 권(權)을 쓰는 즉, 술(術)에 돌아가며,

술(術)을 쓰는 즉, 법(法)으로 돌아가며, 법(法)을 쓰는 즉, 도(道)에 돌아간다.”


하니까, 전자에선,

道-德-仁-義-禮

이 차서로 세상이 본을 잃고 망가져가는 실상을 그리고 있다면,

후자는,

道-法-術-權-勢로서,

실천 현실 속에서 극복해나가는 방법론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후자를 사상적으로 완성한 이가 한비자이다.

여기 남화진경은 장자(莊子)이지만,

실제 노자를 주해한 것으론 한비자를 최초로 쳐준다.

한비자는 법가의 완성자로 흔히 일러지지만,

그 사상적 뿌리는 기실 순자를 넘어,

노자, 장자의 도가에도 깊숙이 가닿아 있다.


유가는 禮를 중시하고, 仁을 강조한다.

이로써, 세상을 바로 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법가는 사람이란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利害에 강하게 바인딩 되어 있는 존재로 파악하였다.

헌즉 道-法-術-權-勢로 세상을 접근하여 풀어가고자 한다.

하여, 법을 전면에 내세운 바라,

세간의 오해처럼, 저들의 성정이 모질어서가 결코 아닌 것이다.

저들을 나무라려면, 

정작은 모질기 짝이 없는 자신들을 먼저 꾸짖어야 하리라.


그렇지 않은가?

冰天雪地

차가운 한데로 잘못도 없는 사람을 쫓아내고 마는,

모진 사람이 바로 그 잘난 그대 당신들이 아닌가 말이다.


모두들 자신이 고상한 양 여기지만,

껍데기 벗겨놓고 보면, 기실 가죽부대에 싸인 욕심 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는,

한편에선 인의로 교화하고, 또 다른 편에선 법으로 규율하자고 하며,

급기야 유마(維摩, Vimalakīrti)는 중생이 아프니, 자신도 아프다 하였음이다.


유마는 입으로만 꾸며 내뱉은 게 아니다. 

실제 자신도 병이 든다.


維摩詰言:「從癡有愛,則我病生;以一切眾生病,是故我病;若一切眾生病滅,則我病滅。所以者何?菩薩為眾生故入生死,有生死則有病;若眾生得離病者,則菩薩無復病。譬如長者,唯有一子,其子得病,父母亦病;若子病愈,父母亦愈。菩薩如是,於諸眾生愛之若子,眾生病,則菩薩病,眾生病愈,菩薩亦愈。又言『是疾何所因起?』菩薩病者,以大悲起。」

(維摩詰所說經 姚秦三藏鳩摩羅什譯)


“어리석음 때문에 애욕이 있게 되면 병이 생깁니다.

일체 중생이 아프므로 저도 병을 앓습니다.

중생의 병이 멸해지면, 제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의 길로 들어섭니다.

생사가 있으므로 병이 있습니다.

만약 중생이 병을 여의면,

보살도 병이 사라질 것입니다. 

.....”


이는 문수보살이 유마가 병이 들자 문병 와서 나눈 대화의 일부다.

문수가 여기 문장 끝에서 묻는다.


『是疾何所因起?』菩薩病者,以大悲起。」


문수가 왜 보살이 병이 든 것이냐 묻자,

유마는 이리 대답하고 있다.


‘보살이 병이 든 것은 대비(大悲) 때문입니다.’


(출처 : 網上圖片)


유마를 보면, 저것은 서원, 각오, 원망(願望)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절규, 통곡이 아닌가도 싶다.

절절 끓는 아픔.


도대체,

우리 인간은 지금 어느 골짜기를 헤매고 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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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1 19:36 PERM. MOD/DEL REPLY

    종종들려 쓰신글을 읽습니다. 좋은글과 생각을 공유하게되어 기쁩니다

    사용자 bongta 2020.11.21 22:12 신고 PERM MOD/DEL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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