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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鄕原)

소요유 : 2021. 2. 23. 06:58


향원(鄕原)

한 인간 유형을 생각해본다.

萬子曰:一鄉皆稱原人焉,無所往而不為原人,孔子以為德之賊,何哉?
曰:非之無舉也,刺之無刺也;同乎流俗,合乎汙世;居之似忠信,行之似廉潔;眾皆悅之,自以為是,而不可與入堯舜之道,故曰德之賊也。
(孟子)

“만장(萬章)이 말하였다. 

‘한 지방이 모두 원인(原人)이라고 이른다면,
가는 곳마다 원인(原人)이 되지 않음이 없거늘,
공자(孔子)께서 덕(德)의 적(賊)이라고 하심은 무슨 까닭입니까?”

공자께서 말씀 하시다.

‘그를 비난하려는데, 막상 들어낼 거리가 없고,
꾸짖자니 꼬투리 삼을 만한 것이 없다.

세상 풍속에 따르고, 더러운 세속에 합류하니,
가만히 처할 때를 보면, 성실하고 믿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청렴결백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 사람이 다 그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옳다 여긴다.
하지만, 요순의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다.
그런즉 덕(德)의 적(賊)이다.’”

고문에서 盜는 물건을 훔치는 것을,
賊은 사람을 상해하는 것을 이른다.
그런데 공자는 향원을 두고 덕(德)의 적(賊)이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향원(鄕愿, 鄕願, 鄕原)   
    이 글에서는 鄕原으로 나오나, 때론 鄕愿, 鄕願 이리로도 쓰이곤 한다.
    愿이란 삼간다는 뜻이다.
    논어엔 鄕原, 鄕人之愿者也.라     
    ‘향원은 마을의 사람이 삼가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愿은 본디 순자의 原慤에서 주독하여 지은 것이다.)
賊이 꼭이나 인신을 다치게 하는 것만을 뜻하랴?
정신 가치까지 상케 하는 것을 이른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반드시 향원 같은 인물이 몇몇은 섞여 있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낯색을 꾸미는 데 능숙하고,
교제에 공을 들여 힘쓴다.
만나는 사람마다 피아 가리지 않고,
귀한 손님을 만난 듯 손을 맞잡고 반갑다며 흔든다.
세상에 제 좋다하는 이를 누가 싫어하랴?
그러니 두루 평판이 좋고,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일이 터졌을 때는,
두리둥실 다듬어, 이쪽 입맛에 맞고, 저쪽 기분을 상하지 않을 말만,
골라 뱉어내며 자신의 입장을 쉬이 밝히지 않는다.
아니 실인즉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중대한 시점에서 어찌 하면,
체면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까만 궁리를 할 뿐이다.
同乎流俗,合乎汙世
이 문장이 바로 이런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하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염오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좋은 게 좋다’는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바른 게, 옳은 게 좋은 것이다.

논어에 보면, 중행(中行)에 맞게 행동하는 이를 얻어 함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뜻이 높은 광자(狂者)나, 절조가 높은 견자(狷者)와 함께 하는 편이 낫다 하였다.
그리고는 이리 갈파하였다.
過我門而不入我室,我不憾焉者,其惟鄉原乎!
‘내 집 앞을 지나쳐 들어오지 않는다한들,
내가 유감으로 여기지 않는 자는,
오로지 향원이다.’

현 정치인 중에도 저런 자가 있어,
나는 그자를 보면 바로 이 향원을 떠올리곤 한다.

그는 집권당의 중요한 직책을 맞고 있다.
맹자의 바로 이 대목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孔子曰:惡似而非者:惡莠,恐其亂苗也;惡佞,恐其亂義也;惡利口,恐其亂信也;惡鄭聲,恐其亂樂也;惡紫,恐其亂朱也;惡鄉原,恐其亂德也。君子反經而已矣。經正,則庶民興;庶民興,斯無邪慝矣。
(孟子)

“나는 같은 듯하면서 같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
강아지풀을 미워함은 곡식의 싹과 헷갈릴까 두려워함이요,
아첨을 미워함은 義를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요,
말 잘하는 자를 미워함은 信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요,
정나라 음악을 미워함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요,
자색(紫色)을 미워함은 주색(朱色-바른 색, 정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요,
鄉原을 미워함은 德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임이라.
군자는 상도(常道)로 돌아갈 뿐이라,
바른 상도로 들어서면 서민이 흥할 것이요,
서민이 흥하면 사특한 것이 없어질 것임이라.”

이 글은 바로 앞 원문에 이어지는 글로서,
바로 사이비(似而非)란 말이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출처 : 網上圖片)

얼핏 그럴싸하지만,
제 사익을 위해 일을 도모할 뿐,
공익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 자.
이런 정치인은 잘 가려 재껴두어야, 아니 재껴버려야 한다.

저런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저 당의 불운임이라, 
이는 그러거나 말거나이지만,
정작은 시민들의 불행이라 할 터니,
걱정일 뿐.

저런 향원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으니,
당 살림이 꾸려지는 사정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뭇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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