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패황양각초

금패황양각초

나는 평소 토종식물에 관심이 많아,
틈 나는 대로 종자를 구하여 파종하고,
그 자라는 과정을 흠상(欽賞)하였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풍상을 겪으며,
이제껏 자라온 저들의 삶과 역사를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으랴?

토종 고추는 이제껏 영양고추연구소에서 분양하는,
칠성초, 수비초, 유월초를 주로 심어왔다.
(참고로 토종이라 이름 하지만,
기실 고추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라고 하니,
본적을 따져 묻는다면 외래종이라 할 터다.
하지만, 임진란 당시 포르트갈 상인이 조선으로 들여온 이래,
오랜 시간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의 품에 안겨 자란 것인바,
이젠 우리네 식구로 받아들여도 가하리라.)

그러한 것이되,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여러 토종 고추 종자를 구하게 되었다.
청룡초, 사근초, 앉은뱅이고추, 음성재래고추, 울릉초(교잡종) 등인데,
심어 보니 이들이 칠성초와는 사뭇 달라, 두툼하고 맛도 달더라.
주로 풋고추로 먹는데 놀랍도록 훌륭하여 환호작약(歡呼雀躍)하였다.
내가 매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 위인인즉,
울릉초를 제하고 나머지는 맵지 않은 품종들로 구하였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금패황양각초)

그러다 올해 금패황양각초라 부르는 고추 씨앗을 조금 구했다.
예전부터 이를 알고는 있었으나 귀한 인연 따라 몇 알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고추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무슨 뜻인가 궁금하였다.
고추 씨앗을 얻은 김에 이게 무슨 유래가 있는가 조사하게 되었다.
이것 한자 이름을 알 수만 있어도 훨씬 수월할 터인데,
국내 검색 환경하에서 이젠 한자어란 씨알도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하여 그럴싸한 한자어 조각을 바꾸어 가며 중국 사이트에서 찾는 작업을 하였다.
錦珍金牌辣椒란 것은 나오나, 금패황양각초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아는 각초(刻草)란 썰은 담배란 뜻이니 재껴야 한다.
하지만 角椒(각초)는 중국에 있으니 이는 뿔고추란 의미일 것이다.
헌데, 기실 고추가 뾰족하지 않은 것이 있다더냐?
금패황양각초 사진을 보니 그냥 여느 고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추는 교잡이 잘 되는바, 이미 원형이 변하였을 터,
큰 의미를 둘 일은 아니다.

애초 나는 금패+황양+각초의 결합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각초(角椒)를 잠정 추정하고 나서,
양각초(羊角椒)란 품종이 중국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금패는 金牌이니 이것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금메달쯤 되겠다.
애초 금패는 군령(軍令)을 처리할 때 쓰는 것이로되,
요즘 현대 중국에선 금메달을 지칭한다.
문득 그렇다면 이 고추가 근래 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종묘상에서 파는 현대 고추 브랜드에도 금메달 ooo하는 것을 본 것도 같다.

어쨌건 조각을 맞춰보자면, 
金牌+黃+羊角椒
이리 되는 것이다.
양각초(羊角椒)이되 黃羊角椒이니 누리끼리 붉은색이라 할까나?
아니면 黃이 그저 누런 것만이 아니라 황토의 예에서 보듯,
누렇기보다 차라리 붉은색에 가까운 색을 지칭할 수도 있겠음이다.
黃羊角椒
여기에다 金牌를 덧붙여 권위로 수식하니,
이 고추 작명자는 무엇인가 이 고추를 열심히 잘난 것이라,
일러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리라.

이제 금패황양각초를
金牌黃羊角椒라 잠정 추정하고,
올해에 염소 뿔고추 금메달을 친견해보련다.

ps)
黃羊이란 양도 있은즉,
金牌+黃羊+角椒 이리 보아도 무방하겠다.

ps)
혹 이 고추의 바른 이름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일러주시길 부탁드린다.

ps)
이 고추 이름이 한자어로 되어 있은즉,
국내 토종으로 보는 것이 영 석연치 않았다.
그런데, 역시나 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 토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