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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누구 것인가?

농사 : 2022. 1. 18. 15:32


씨앗은 누구 것인가?

토종 씨앗을 구하여,
텃밭에 키우고 있다.

오이, 상추, 호박, 고추, 파 등은 기본으로 심고 있는데,
농약 없이 키우는 경우 내병성이 강한 토종이 잘 어울린다.

저들이 자라는 밭을 지나면,
천년 인고의 세월을 지낸 전설이 솜처럼 풀려져 나온다.
가만히 귀 기우려 들으면,
거긴 아스라이 번지는 아픔과 삶의 환희가 절절하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
땅을 상대하는 일이라,
자신의 근력으로, 직접 용을 써야 하기에,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목구멍에 숨이 차오른다.
이 때 저들 토종 식물들 곁을 스쳐 지나노라면,
연대감이 일어나고, 노고를 서로 위로하며, 
우리는 같은 땅의 자손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로써, 힘을 얻고, 농부는 오이의 덩굴손처럼,
가시 박힌 삶의 그물망 하나하나를 움켜쥐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게 된다.

자본에 오염되지 않은 저들 순결들을 가까이 하게 되면,
더렵혀진 우리의 영혼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며,
환고향(還故鄕) 
그 잃었던 마음의 고향으로 귀환하게 된다.

우리 조그마한 텃밭은 그래, 
정죄(淨罪)의 장소이자,
鼓起勇氣라,
다시금 용기를 내라는 말씀이 둥둥 울리는 금오(金鳌) 심동(深洞)이다.

땅 속 깊은 곳에선,
토종들의 아픔이 흐르고, 환희의 신비가 아우러져 삶의 아름다운 수(繡)가 펼쳐지는 한편, 
농부의 피를 뜨겁게 달구는 은은하지만 굳센 북소리가 들린다.

종자를 두고 국제적인 경제 권력의 침탈 또는 그 시도가 자심해지고 있다.
식물 씨앗에 침을 발라두고, 이것은 내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농부가 수천 년 선별하고, 수확하며 보존하여 온 노력을 외면하여도 좋은가?
아니 씨앗은 농부의 것이기도 하며, 온 인류의 것이며, 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지 않은가?
물론 종자회사의 육종엔 비용과 노력이 투여되며,
이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씨앗을 종자법 안으로 포섭하여, 규율하려는 시도가 자리 잡게 되면, 
종국에 농민은 상업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
시장에 가보라.이제 고추는 모두 다 말 자지만 하게 큰 것 외엔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다.
시장을 의식하여 농민들은 모두 다 크고, 소출량이 많은 것만 심는다.
이게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일 터이지만,
저것들이 과연 장점만 가지고 있다 할 수 없다.

(출처 : Historical changes in the mineral content of fruit and vegetables in the UK from 1940 to 2019: a concern for human nutrition and agriculture)

1940~1991에 걸친 과일/채소의 영양 요소 변화를 연구한 자료 일부가 여기에 있다.
표를 보면, 40년간 재배 식물에 포함된 영양소는,
눈에 뛸 정도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것인가?

농민들이 시장을 의식하게 되면, 농토를 여의고 시장에 나아가,
높은 농단(壟斷) 위에 자리잡고 천장부(賤丈夫) 상인이 되고 만다.
(※ 참고 글 : ☞ 농단과 시장)

저들은 무작정 크고, 소위 때깔 좋은 것을 목표로 하기에,
내적 충실도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 위주로 농사가 재편되고,
종자업자들도 이를 노려 외화내빈(外華內貧)에 치중하게 된다.

업자들은 더 할 수 없이 좋은 품종이란 달콤한 말로 농민을 꾀고, 설레발을 치지만,
오랜 시간이 경과되어 뒤를 돌아보게 되면,
저들이 결코 농민을 위해 수선을 떤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바로 저 표가 이를 증거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 출처 : Nutrient Changes in Vegetables and Fruits 1951-1999)

또 다른 이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난 50 년 남짓 지나는 동안,
사과, 바나나의 영양소가 대폭 줄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재배 역사가 오래지 않은 블루베리 역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가 잘 아는 블루베리의 경우,
자고 일어나면 신품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들 종묘상의 주장은 압도적으로 크고, 맛있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단 몇 해가 지나지 않아,
구품종으로 밀려나고, 또 새로운 품종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농민을 어르고 달래며 혼을 빼놓고는 돈을 앍아낸다.
하지만, 저것들이 선전처럼 마냥 좋기만 한 것이더냐?

어림없는 소리임이라,
병충해에 취약하고, 쉬이 무르는 등의 단처를 호소하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어렵지 않게 예상하거니와,
이들 역시 오래지 않아, 사과, 바나나의 길을 총총 따라 걷고 말 것이다.

나는 저들이 아무리 돈다발 들고 홀려도 오불관언, 
여기 농장에서 검증이 끝난 대로 내 길을 걷는다.
게다가 관행농은 물론 유기농조차 좇지 않고,
속칭 자연재배까지 뛰어넘은 나만의 을밀농법, 농철을 고수하고 있다.
(※ 참고 글 : ☞ 안토시아닌과 블루베리)

이제, 여기 한 영상을 끌어다 놓고,
한 생각을 일으켜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1:01:35/2:15:55)

여기 1:01:35께에 등장하는 Hiroshi Tanaka의 증언에 주목하라.
그의 페이스북을 소개한다.
https://www.facebook.com/groups/691740414541822/user/100001002817452

일본은 진작부터 대농 위주로 판을 새로 짜고 있다.
다나까의 증언을 보건대, 이젠 종자법까지 손질하여 기업체에게 이권을 몰아줄 양이다.
저들은 농업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네 역시 저들과 같은 길을 따르려는 시도가 간단없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주권이 압살되면, 상인은 돈을 벌게 되겠지만,
인류는 나중엔 거죽데기만 그럴싸한 헛 사과를 먹고, 엉터리 바나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블루베리는, 내가 지키고 있는 한, 적어도 여기 이곳에서 만큼은, 
이 오살(鏖殺)할, 짓거리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網上圖片)

자기 집 씨 종자를 외부에 전하지 않기 위해,
자두에 구멍을 내었다는 죽림칠현의 하나인 왕융(王戎).
이 후예들이 전 세계를 훑고 다니면서,
종자란 종자엔 모두 구멍 뚫고서는,
마치 동물 코에 코뚜레를 뚫듯,
식물 역시 그리 제 손아귀에 옭아 두고는,
천하를 유린하고 있다.
(※ 참고 글 : ☞ 찬종취전(鑽種取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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