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2
북한산 계곡에서 청둥오리를 보다.
작년에 목격된 그 오리일까?
(※ 참고 글 : ☞ 2008/12/16 - [소요유] - 청둥오리)
예전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
그러지 않아도 며칠 전 산속에서 쉬고 있는데,
까치 몇 마리가 내 주변에서 분주히 왔다 갔다 했다.
게다가 내려오는데,
꺅 소리를 지르며 급히 숲속으로 내닫는 까투리도 보았다.
머리를 땅에 박고 무엇인가 정신없이 뒤지다가,
뒤늦게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줄행랑을 친다.
오리가 다시 돌아왔으니,
정년 봄은 봄이렷다.
정직한 것인지,
때로는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날씨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어김없이 등산객들이 부쩍 는다.
그러다가 날씨가 조금이라도 궂으면 눈에 띄게 확 줄어든다.
요즘엔 산중 날씨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일 년 중 몇 번밖에 만나기 어려운 기회다.
여기 북한산에도 봄을 타는 새들 소리와 함께,
행객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제법 많아졌다.
청수폭포에도 물이 풀리면서 버들치가 간간히 보인다.
일행을 지어 지나던 등산객 하나가
“...확 xx 풀어서 잡아 먹으면 좋은데...”
이리 말하자 곁에서 하나가 즉시 되받아 킥킥 댄다.
오리가 나타난 그 자리는 지난여름엔 그들에게 돌을 던지며
패거리가 왁자그르르 떠들던 곳이다.
죽 둘러서 지껄이는 이들은 행색이 어지럽고 말본새들이 거칠어,
혹 그 때 그 치들이 아닐까 싶었다.
천만 돌을 던지지는 않아 다행이긴 한데,
떠나면서 하나가 떠벌인다.
“저것 잡아서 푹 과먹으면 정말 좋은데...”
옆에선 일행들은 낄낄대며 좋다고 웃는다.
“뭐 그리 농짓꺼리 하면서,
권태로운 삶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뜯어내며,
하루를 지우는 것이겠지.”
이리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우내 모진 풍설을 견디어낸 저들 새 생명을 보고,
기껏 뱉어낸다는 것이,
“잡아먹자!”
이런 모진 말밖에 할 수 없단 말인가?
차마,
봄날 오늘만큼은 하지 못하는 게라.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혼들이다.
몸둥아리가 귀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들은 다만 입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