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소요유 : 2009.03.11 21:32


고물할아버지네 강아지가 웬일인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 참고 글 : ☞ 2009/03/05 - [소요유] - 사람들은 그릇을 닦거나, 혹은 닦지 않는다.)

그야말로 똥마려운 강아지 모양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한 모습이다.
가만히 보니 꽁무니 쪽에 똥 한 덩어리가 붙어 대롱거린다.
불러 세우고는 가위로 털을 잘라주려고 보니,
웬걸, 꽁무니 쪽에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잡힌다.
혹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서는데,
물컹하는 게 기분이 영 이상하다.

제법 큰 고구마만한 크기의 똥덩어리가 붙어있는 것이다.
떼어내려 하여도 단단히 굳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녀석은 아프다고 야단이다.

날씨가 추워 미뤄두었던 것이지만,
이번 참에 목욕을 시키기로 한다.
끌어안고 집으로 들였다.

순간 온 집안에 똥냄새가 확 퍼진다.
항문 주변의 털을 정리해주고,
이참에 오줌 내보내는 부위, 얼굴 등을 다듬어주었다.

자르고 나니 항문 주위가 벌겋게 발적(發赤)되어 있는 게 보인다.
여태껏 자랄대로 자란 털들로 뒤덮여 몰랐는데,
귀 청소를 해주다 보니 오른쪽 귀가 반이 잘려 있는 것도 알게 되다.
다른 개한테 당했는지,
혹은 어느 몹쓸 인간에게 그리 학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얼마나 두렵고 아팠을까 하고 생각하니,
참으로 버려지는 강아지들의 처지가 절절 아프다.

항문 주위에 약을 바르고는 드라이기로 말렸다.
함께 살 수 없으니, 다시 제 자리로 내보내야 한다.
품에 껴안고 다시 제 집으로 가서, 들여 넣어주고,
나는 다시 내 길을 재촉한다.

길을 걸으며,
저 녀석이 밤새도록 괴로웠을 생각이 하니,
불현듯 사는 게 무엇인가 싶다.

만약 야생 상태였다면,
아마도 똥구멍이 헐대로 헐어,
최악의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라고 그리 다를 바도 없으련만,
저들은 도대체 무슨 연유로 명(命)을 받아 이 세상에 왔는가?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 온 것도 아니요,
그저 세상에 툭 던져진 저들이건만,
왜 저리 모진 고생을 하여야 하는가?

이를 업보, 윤회로 푸는 것도 도시 어줍지 않은 짓거리요,
그렇다고 누구의 영광을 위한다든가,
인간의 수단적 객체에 불과하다는 생각들도 다 부질없다.

저들 고통의 태반은,
인간이 만들고 있음이라,
정작 보갚음 당할 자는 인간이 아닌가?

나는 저런 생각들이 종교란 이름을 빌어,
이 물음을 우회하기 위한,
염치없는 변명들로 보이는 것이다.

***

덧붙여 떠오른 생각 하나.
 
북한산 영추사는 여전히 온 산 골짜기를
명상음악인지, 염불인지로 잔뜩 오염시키고 있다.
알아보니 신고를 하는 이도 적지 않았는가 본데,
저들은 여전히 오불관언 판촉행위에 영일(寧日)이 없다.
(※ 참고 글 : ☞ 2008/12/13 - [소요유] - 노이즈)

저것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그저 영업활동이 아닌가?
나는 그리 생각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저 아랫동네,
저잣거리라한들 이즈음엔 그 어떤 상인도,
감히 저리 왼통으로 거리 전체를 소리로 점령하지 아니 한다.
항차,
국립공원,
영험한 북한산을 저리 능욕할 수 있음인가?
언필칭(言必稱) 산주(山主)를 자처하는 이들이,
감히 종교라는 이름을 빌어.

나는 다시 생각한다.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이 말을 빈다면,
종교를 업으로 하는 이들 중,
부자와 함께 약대를 부러워야 할 자들이 사뭇 많지 않을까?
이리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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