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80%란 이름의 면피

소요유 : 2009. 3. 19. 11:52


북한산 등산길 주통로 한가운데 수년전부터 돌무더기가 박혀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폐벤치 잔해들, 벽돌 등이 흉측하게 묻혀 있었다.
일부는 밖으로 삐죽삐죽 나와 미관상 보기 싫기도 하거니와,
거기는 인접한 약수터를 나다니는 노인 분들이 거치는 곳이기에,
안전에도 적지 아니 염려가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수년 전부터 누차 지나는 공원 직원에게 저것을 처리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
하지만 예의 그들 버릇대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작년에 만난 할머니 한 분은 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다쳐,
오래도록 고생을 하셨다고 했다.
(※ 참고 글 : ☞ 2008/10/16 - [소요유] -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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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 박힌 폐석들)

그러한 것을 이번 공원 측과의 접촉(후에 기술할 예정)에서 내가 발의를 했더니,
저들이 나서서 돌무더기를 캐어내었다.
내 의식에 들어와 자리 잡힌 것이 얼추 5년이 넘어가고,
필시 그 이전에도 있었을 저 흉물이 이제라서야 없어진 것이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여기저기 건설 폐석들이 길가에 나뒹굴고 있다.
저들을 등 뒤에 두고 걷는 여기 북한산 등산길은 참으로 길고도 험하다.

내가 동행한 공원 직원에게 말했다.

“만약 세계국립공원 대회가 열리고,
그들 참가자들을 이리로 안내한다고 할 때,
어찌 이런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구석진 곳도 아니고, 북한산 중에서도 여기는 대표적인 등산 코스라,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밖으로 내보일 수 없지 않는가?”

그 직원의 말이 걸작이다.

“원론대로는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그의 변론인즉,
예산이 부족하기에 세세히 손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화법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아 하나도 낯설지 않다.

늘 그러하듯이 원칙, 원론은 뒷전에 물러나 있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낯익은 변법, 변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하기에 백세, 천세를 지나도 원론은 늘 까마득한 저쪽 세계에 유배되어 있다.
한즉 변칙이 그럴듯이 영악하게 조동부리 헐어 말을 한다.

"나는 정당하다."

작년에 그리 일기예보를 맞추지 못하였던,
기상청은 훨씬 전에도 슈퍼컴퓨터 타령을 하였었다.
그것을 진작 사다 안겨주었지만,
그들은 작년에도 역시나 컴퓨터 타령을 해대었다.
실상은 늘 그러하듯이,
기사에 따르면, 정작은 컴퓨터가 아니라 몇몇의 비리에 터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나는 말했다.

“그럼 작년 저 아래 입구 앞 별 문제도 없는 도로 포장은 무엇이고,
2년도 되지 않아 멀쩡한 나무 울타리를 갈아 치우는 것은 무엇인가?”
(※ 참고 글 : ☞ 2008/10/16 - [소요유] - 예쁘게 봐주세요.)
(※ 참고 글 : ☞ 2008/09/30 - [소요유] - 가을공사)

잘은 몰라도 수백~수천만 원이 족히 넘어가고도 넘을
공사비가 공으로 땅바닥에 뿌려지는데,
기껏 길가에 버려진 폐석 수거할 예산이 없더란 말인가?

이런 것이야 저들 공무원 일반의 기술적, 정치적 수사가 된지 이미 오래전 일이라,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그들이 치워낸 곳에 가보니 역시나,
우리네 살림살이 치부가 적나라하게 다시 드러나고 있다.
군데군데 아직도 폐석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내가 흙속에 박힌 폐석을 발로 툭툭 치니, 흔들거리는 것도 보인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둥그렇게 자리를 잡은 비닐 무더기가 그대로 묻혀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비닐조각, 유리조각이 그냥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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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폐석 제거 작업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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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제거되지 않은 폐석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비닐, 유리조각 등이 그냥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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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벤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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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판독이 어렵지만, 허연 부분 가장자리를 보면 비닐이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쓰레기더미다.)

이 땅엔 100%는 없다.

80%의 성의로 저들이 얻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게 그저 면피(免避)행위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당장 문제해결현장을 떠날 명분을 획득할 정도만 수고를 지불하는 것이다.
저들이 남겨 가진 20%의 절약(?)은 달콤할런지 몰라도 도대체 얼마나 부끄러운가 말이다.
정녕 그들이 제 이름을 아직도 지켜내고자 한다면,
그래 언필칭 명예로운 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가슴팍에 새겨져야 한다.

기왕에 수고하는 마당에,
과제외의 것까지 해결하려는 노력은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던져진 문제만이라도 온전히 처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저것이 최소 5년 만에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남겨진 20%는 또 언제 어느 날 누가 해결할 것인가?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저 문제는 여전히 땅속에 박혀,
그곳을 지날 공원 직원의 양심을 지켜볼 것이며,
그저 무심히 나다닐 등산객을 원망하지 않을 텐가?

나 또한 재우쳐 나설 용기가 없다.
저들을 다시 채근한다면,
저들에게 나는 또 얼마나 모진 인간이 될 터인가?
이게 틀림없는 우리네 못난 현실인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족쇄가 되는 이 세계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 실무 책임자가 내게 전화를 주었다.
이 또한 전날 가르친 효과다.
저들은 절대 feedback 응대가 없다.
시간 관계상 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몇가지를 제외한,
예닐곱 과제를 하루 만에 해치운 그가 경과보고를 한 것이다.
내가 수고를 하였지만,
왜 100%가 아니고 80%인가 하였더니 그가 말한다.

“혼자 감독하였기 때문에. ...”

예산이 없어 소홀할 수밖에 없다던,
그가 그날 아침 직원들을 우르르 끌고 산길을 오르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루 만에 처리를 하고나서는,
이번엔 혼자 감독하였기 때문에 소홀하였다고 말한다.

수년에 걸쳐 방치된 것을 단 하루 만에 처리하려든 그의 의욕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습만이라도 이곳에선 생경할 정도로 사뭇 낯선 것이기에.

그리 못할 것도 없지만,
모처럼 작정하고 나선 단 하루의 외출인데 왜 그리 서둘러 해치워버려야 했으며,
그 품세에 놓쳐버린 20%의 정성과 신뢰는 어디에서 되찾을 터인가?

그날 그들이 한 일은 모두 합쳐,
품을 사서 일을 맡긴다면, 내 짐작으로는 기껏 20만원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기왕의 인적자원을 부려 해결한다면 별도의 비용도 들 일이 없다.
불요불급한 일로, 땅바닥에 뿌려지는 기천만원이 넘을 예산집행 앞에서도,
요만한 일 따위가 예산부족이란 이름으로 수년간 방치되는 현실이 자못 안타깝다.

나는 생각한다.

이는 결코 직원 책임이 아니다.
묻는다면 마땅히 저들의 맨 꼭두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총책임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상히 말하게 되겠지만,
그간 직원들과의 접촉에서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별로 없다.

2년전에도 판박이로 똑 닮은 일이 벌어졌듯이,
책임자와 접촉하면 일같지도 않은 일이 그나마 그런대로 해결된다.
그러하다면,
직원이 문제가 아니라,
저들을 통제하고 이끌고 있는 사람에게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틈틈이 오늘 같은 사례를 몇몇 더 선보인 후,
그 이야기를 몰아 마지막에 이를 예정이다.
실인즉 충분히 생각하며 글을 다듬어 쓸 여유 시간이 금년엔 충분치 않다.
한즉, 아쉬운대로 기록 차원에서 그저 정리되지 않은 감상들을 이리 부려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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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09. 3. 19. 11: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