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양두구육(羊頭狗肉)

소요유 : 2009. 3. 24. 13:10


제(齊)나라의 영공(靈公)은 부인네들이 남장(男裝)하는 것을 좋아했다.
절대군주가 좋아하는 바라, 밑에 사람들이 이를 따라 흉내 내게 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제나라의 여자는 모두 남장을 하게 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영공은 관리를 시켜 이를 금했다.

“여자로서 남장을 하면 그 옷을 찢고, 허리띠를 끊어라.”

하지만 이리 하였지만, 서로 쳐다만 볼 뿐 그치지 않았다.

안자(晏子)가 알현하니,
영공이 묻는다.

“과인이 관리들을 시켜 여자가 남장을 하는 것을 금했기로,
그 의대(衣帶)를 찢고 끊어버렸음이라.
그러한데도 서로 쳐다만 볼 뿐 그치지 않음은 어찌된 노릇인가?”

안자가 대답하여 아뢴다.

“왕께서는 궁중 내에서는 남장을 허락하시고는 밖에서는 금하고 계시나이다.
이는 소머리를 문에 걸어두고서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 궁중 안에서 남장을 금하는데 어찌 바깥에서 감히 이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이 말을 듣자 영공이 말한다.

“옳다구나.”

궁중 안에서 남장을 금했다.
달을 넘기니 이내 나라 전체가 남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晏子春秋 內篇 雜篇 雜下>
靈公好婦人而丈夫飾者,國人盡服之,公使吏禁之,曰:“女子而男子飾者,裂其衣,斷其帶。”裂衣斷帶相望,而不止。
晏子見,公問曰:“寡人使吏禁女子而男子飾,裂斷其衣帶,相望而不止者何也?”
晏子對曰:“君使服之于內,而禁之于外,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公何以不使內勿服,則外莫敢為也。”
公曰:“善。”使內勿服,踰月,而國莫之服。

북한산에 들어가는데,
입구께 플래카드가 새로 걸려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를 보자,
이내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말 하나를 끄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게다.
猶懸牛首于門,而賣馬肉于內也
(쇠머리를 문에 걸어두었으나, 안에서는 말고기를 팔다.)

이게 근 2500년이 훨씬 넘는 시절의 얘기지만,
송대(宋代)의 선종 무문관(無門關)에는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이라고도 나온다.

世尊拈花∘

世尊昔在靈山會上 拈花示衆∘ 是時衆皆黙
然 惟迦葉尊者破顔微笑∘世尊云 吾有正法
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
字 敎外別傳 付囑摩訶迦葉∘
無門曰 黃面瞿曇 傍若無人 壓良爲賤 懸
羊頭賣狗肉∘將謂多少奇特∘只如當時大
衆都笑 正法眼藏作麽生傳∘設使迦葉不
笑 正法眼藏又作麽生傳∘若道正法眼藏
有傳授 黃面老子 誑謼閭閻∘若道無傳授 
爲甚麽獨許迦葉∘
頌曰∘
拈起花來 尾巴已露 迦葉破顔 
人天罔措∘

이 아니라도,
이런 류의 속담은 version이 많다.
牛首, 羊頭 ↔ 馬肉, 馬脯, 狗肉

하여간 푸줏간 바깥에서 손님을 꾀기 위한 유객(誘客)행위 때와는 다르게,
실제 안에서 팔 때는 다른 것을 파는 것을 이르는 것이니,
작금 우리나라에서는 양두구육(羊頭狗肉)란 말로 고정되었다.

자,
이제 북한산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글귀를 보자.

저탄소 녹색성장, 국립공원 생태관광으로

순간 풋 웃음이 난다.

아니 언제 국립공원이 녹색이 아니고, 생태적이 아니었나?
국립공원에 왜 성장이 필요한가?
여긴 성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손 때 타지 않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덕이다.

지리산을 뺑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 눈깔을 시뻘겋게 달궈,
케이블카 설치하자고 난리를 치고들 있지 않은가?
이게 녹색이고, 성장이고, 저탄소인가?

여기 북한산만 하여도 멀쩡한 난간 2년도 되지 않아
뜯어내고 시멘트 콘크리트 터 닦아 새로 설치하길 밥 먹듯 하지 않던가?
그게 다 누구 짓인가?
녹색성장하자고 부르짖는 공무원들이 하고 있지 않은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표어를 보자.
“자연 그대로 미래로”

이 표어는 분단장일지라도,
한결 순진하기라도 하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 국립공원 생태관광으로”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하여도 족한 것을,
저 생경스런 표어는 얼마나 황당스러운가?

한 때 공산품마다 거죽 껍데기에 붙여논 딱지들의 행진을 기억하는가?
"퍼지, 바이오, 나노, 은나노 ...."
이젠 툭하면 '녹색'을 앞장 세워 온세상을 양두구육하고 있음이다.

여기 북한산은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쓰레기 버리는 족속들 잡아 솎아내며,
버린 오물 열심히 주어내고,
시끄럽게 고성방가 지르는 불한당들 막아내는 것만 제대로 하여도,
그들이 외치는 녹색, 생태가 저절로 지켜질 것이다.

도대체가 녹색+성장이란 조어 자체가 하수상 것이로되,
여기 북한산에서는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멀쩡한 산하를 대운하사업, 4대강정비사업 운운하며,
유린할 생각하지 말고,
그저 쓰레기나 버리지 말고,
마음보나 정갈하게 닦을 사.

내 쓸까 말까 망설이는 기사가 하나 있는데,
최근 고개 넘어 이웃 동네 쓰레기 투기 신고를 하였다.
근 반년간 지켜보다 참지 못하고 그리 한 것인데,
우여곡절 끝에 구청에서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저들 말로는 1톤 트럭 두 대분을 쳐내갔다한다.
그러하였다한들 하나 티도 나지 않는다.

북한산이고 국립공원이고 간에,
녹색성장 운운하며 공연히 말장난하지 말고,

“쓰레기나 잘 치우라지!”

하기사 장사꾼이라는 것이,
욕심이 동하면 필경은 ‘양두구육’하기 여반장이라.
그들이야 생리가 그러하거늘,
나랏일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찌 차마 저들을 본받아 좇으려 하는가 말이다.

산업개발부처도 아니고,
명색이 환경보호에 앞장서서 이끌 부처인 환경부에서
국립공원에까지 출몰하여 어찌 저리,

양두구육(羊頭狗肉) 하고 있음인가?

참으로 가소(可笑)로운 노릇일세라.

남장을 원한다면,
궁중 안부터 남장을 금해야 한다.

녹색을 원한다면 당장,
대운하, 경인운하 집어치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하지 말고,
갯벌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비싼 돈 들여 저 알량한 양두구육 플래카드로 우쭐거리며 선전할 까닭이 없음이다.
절로 산하에 녹색이 돌고, 천하가 태평하리.

위에서 든 무문관의 “염화시중의 미소”에서
석가가 꽃가지 하나 들었으되 오로지 가섭만이 미소를 지었다.
이에 부처는 그에게 법을 전한다.

무문스님은 이에 이르러,
부처를 두고 양두구육 방약무인하다고 씩씩하니 나무랐다.

“만약 대중이 모두 웃었다면 정법안장을 어떻게 전했을 것이며,
가섭이 웃지 않았다면 또한 정법안장은 어떻게 전했겠는가?
만약 정법안장에 무엇인가 전할 것이 있다면,
부처는 사람들을 속였다 할 것이요,
만약 전할 것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가섭에게 홀로 허(許)했단 말인가?”

부처야말로 천하의 모든 이를 속이는 양두구육 모리배 장사꾼일지니,
아, 그 은혜가 삼천대천 온세계를 촉촉이 적신다.
무문이야말로 지상최대의 찬사를 부처에게 바치고 있음이다.

하지만,
부처는 멀쩡한 꽃가지 부러뜨려 천하를 속이나,
나는 북한산 뜨락을 거닐며 허리를 굽혀 다만 쓰레기를 줏는 것만으로,
저들 천하에 고약한 양두구육 천박한 불한당들을
봉타(棒打) 삼방(三放), 만방(萬放) 때려 주노라.

부처 역시 꺽어든 꽃가지 들고 있다가는,
내게 한방 먹어야 할 것이니,
북한산 앞에는 행여라도 얼쩡거리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

내 오마이뉴스 기사 하나를 읽었다.
☞ 국산감자 30% 사용하고 '100% 순수감자'라고?

선전문구
“100% 순수국산감자”

하지만
“국산 감자 30%”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댓글 중에

“30%들어간 증숙감자가 100% 국산감자라는 뜻인데요?”
“ 100%감자를 원하면 감자를 먹지 왜 과자를 먹나요”

이런 따위의 글들 찬반이 엇비슷한 데 나는 놀라고 만다.

만약 30%가 아니라 10%, 아니 단 1%를 넣고,
“100% 순수국산감자”라고 하였다면 어떨까?

문귀에서 100%와 순수, 국산감자란 무엇인가?
순수국산 100%라는 외표(外表)가 꾀하고 있는 바가
과연, 저 댓글주인처럼 30% 들어간 증숙감자 100%가 국산감자를 드러내고자 함인가?

그렇다면, 만약 문귀를 이리 바꾼다면 그는 어떻게 해석할까?
“100% 순전외국산 곡물 등”
저 댓글주인 의식을 빌려 이를 해석하면 이리 된다.
“70% 들어간 전분 따위 재료 100%가 외국산”
그에겐 여전히 100% 틀림없으니 아무런 문제가 유발되지 않으련가?

그렇다면 말이다.
이 양자가 함의하는 바가 둘 다 모두 100% 틀림이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업자는 전자를 취하고 후자는 취하지 않은 것인가?
자명한 이런 것을 굳이 설명을 해야 하는가?

100%를 앞장세워 가게 앞에 내다 걸었지만,
실제 30%만 보증되는 것인데,
저이는 어찌 이를 100%를 의미한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양두구육 푸줏간 주인일지라도,
양머리를 내다걸었지만,
필시 구육을 팔 때는 쉬쉬거리며 사실을 숨겨 팔 것이다.
그나마 실낱같은 양심이 살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항차 100% 국산 간판 내걸고 30% 국산을 파는 것을 보고,
나서서 100% 틀림없다고 주장할 수 있음인가?

지금 현재 저 댓글에 달린 찬반이 엇비슷하다.
저러하니,
양두구육 푸줏간은 장사가 되는 것이라.

푸줏간 주인이 문제가 아니라,
저런 푸줏간을 옹호하고,
제 집 식구들에게 저것을 좋다고 사다 먹이는 사람들이야말로,
내겐 실로 측은하게 보일 뿐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천하사를 저들과 더불어 논할 수 있으랴.
참으로 가면 갈수록 해괴한 세상이다.

이름하여,
온 천하인이 양두구육 장사꾼 마음보들이라.
어찌 누구 하나만을 골라 나무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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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09. 3. 24. 1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