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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류장화(路柳墻花)

소요유 : 2009.06.12 20:02


나는 TV를 보지 않은지 근 10년 가까이 된다.
어쩌다 남이 켜놓은 TV 곁을 지나다 눈에 띈 장면을 무심결에 보게 될 때가 있다.
잠깐 사이이지만 드라마든, 연예프로이든 풍기는 분위기가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인상을 받곤 한다.
그러다 일시 눈이 머무를 경우에도 도무지 오래 볼 흥미가 일지 않아,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린다.
나만의 표현법이지만 나는 이 때 말한다.

“도무지 비릿하니 속이 메스꺼워 더는 못 보겠군.”

내 감정이니 이를 남에게 강요할 이유도,
옳다고 강변할 까닭도 물론 없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갖을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엔 ‘과장(誇張)’이 난무하고 ‘억지’가 질펀하다.
이게 일면 극적(劇的)인 장치요, 그 한계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우선은 이런 것을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한참 멀리 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무엇인가 자극적이고 엽기적(獵奇的)인 것을 쫓다보니,
일상에서 사뭇 벗어난 것을 추구하게 된다.

친지 중에 음식점을 하는 이가 있다.
그가 말하길 조미료를 많이 넣으면 손님들이 먹고 나서는
“참 잘 먹었다.”고 칭찬하며, 의기양양 문을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부러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정성을 다 하여 음식을 만들면,
손님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맛을 내자면,
도리 없이 조미료를 넣지 않을 수 없으리라.
손님 역시 조미료 맛에 익숙해지다 보면,
보통 천연 음식은 밋밋하니 싱겁고,
차츰차츰 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집에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즉,
어쩌다 바깥 음식점에서 조미료를 왕창 넣은 밥을 먹은 경우엔,
종일 물이 먹히고 속이 느글거려 한참을 고생하게 된다.

이게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치인즉슨 매 한 가지가 아닌가 싶다.

***

인터넷 포틀 사이트를 접하게 되면,
전면에 여자 연예인의 벗은 사진이 늘 실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 연예인을 보자하면 거지반 하나 같이 관상학에서 극히 꺼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눈이 커다란 모습을 볼작시면,
그렁그렁 젖은 그곳으로 풍덩 빠져들기라도 할 양인가?
마음이 설렁이며 풀썩 허물어지기라도 할 태세런가?
이러하기에 포틀 사이트는 앞 다투어 저들 사진을 싣는데 저리도 분주한 것이리라.

나는 이런 사진을 보면 진짜로 속이 울렁거린다.
흐뭇하여 울렁거리는 게 아니라, 메스꺼워 울렁거린단 말이다.
마치 조미료 든 음식을 먹었을 때,
토할 듯한 그런 기분과 흡사하다면 저들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일까?
아니면 나야말로 변태일런가?

저들은 하나같이 음식점에서 조미료 잔뜩 넣어 만든 음식인 양,
억지로 칼질하여 깍아내고 져며내, 꾸미고 조립한 것들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잠깐 술에 취하여 흥(興)결에 보고 있으면 모를까,
맨 정신으로는 단 몇 찰나도 지나지 않아 이내 싫증이 나며,
욕지기가 불현듯 솟아 오르는 것이다.

상학(相學)에 보면 당연하게도,
저런 눈은 빈천(貧賤)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눈이란 우리 동양인은 그저 봉안(鳳眼)이 으뜸이다.
세장(細長)하니, 즉 가늘고 길되 위로 치켜 뜨여진 눈을 최상으로 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로 이 그림과 같이 눈이 가늘게 가로로 찢어지고,
눈동자가 일부 가려 감춰진 상을 최고로 치는 것이다.

크고 동그라니 눈알이 다 보이는 相은 볼 것도 없이 천격(賤格)인 것이다.
모름지기 신기(神氣), 즉 눈의 정기는 은은(隱隱)히 감추어져 있어야 귀한 것이다.
하니 안중장수(眼中藏秀)라 하지 않았음인가?
남에게 다 드러내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것을 어찌 아름답고 귀하다 할 것인가?

오월 단옷날,
창공을 박차 오르며 그네를 타는 여인네가 아름다운 것은,
비키니나 미니스커트를 입어서가 아니라,
속살이 은은(隱隱)히 비추일 듯 감춰진 세모시 치마저고리를 입었기 때문이다.
대저 귀한 것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다 드러내놓는 것은 이미 아껴 감추어 둘 것이 없음을,
만천하에 고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천박한 노릇이다.

良賈 深藏若虛
일등 장사꾼은,
귀한 물건을 깊숙히 감춰두고,
어리숙하니 의뭉을 떠는 것이니라.

게다가 어떤 연예인은 아랫입술을 까뒤집어,
마치 물에 3주야(晝夜) 동안 퉁퉁 불어, 죽어 자빠진 벌레처럼 만들어놓은 이도 있다.
사뭇 흉측한 노릇이다.
대흉(大凶)일진저!

득배(得配)라,
모름지기 입술은 위, 아랫입술이 짝을 맞춰 균형을 이루어야 좋은 것이다.
계집사람은,
上唇薄、下唇厚이라,
윗입술은 얇고, 아랫입술이 두터우면,
요즘 시쳇말로 얼핏 섹시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귀한 부인이 섹시하다면, 이게 칭찬인가?
결코 아니다, 도리어 욕이 아니겠는가?
다음(多淫)하면 하천(下賤)한 것이지,
어찌 이를 귀하다 할 수 있겠는가?

女有七賢,主夫明子秀

  1、行步周正
  2、面圓體厚
  3、三停俱配
  4、容貌嚴整
  5、五官俱正
  6、坐狀俱正
  7、不泛言語

귀부인의 상은 용모엄정(容貌嚴整)함을 이리 특히 새겨 꼽고 있는 것이다.
즉, 귀부인이라 함은 안온하니 공순한 것을 엄(嚴)으로 삼고,
용모가 단정한 것을 위(威)로 삼은즉,
이를 부인네의 위엄이라 한다.
이 위엄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감히 놀라 범접하지 못하며,
행동거지 또한 마음이 깊고 커서 너그러움을 본령으로 한다.

凡婦人安莊恭敬爲嚴,形體端正爲威,作事周正
威嚴一見世人驚,行藏舉止胸襟大 ....

그러한 것을 입술을 까뒤집은 여인네가 집안을 얼마나 잘 건사하겠음인가?
또한 계집사람 허리가 지나치게 가는 것도 못 쓴다.
여인에겐 72천(七十二賤)이라 이르는 것이 있음이니,
그 중 신여풍류(身如風柳)란 몸이 버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양을 가리키고,
이를 본데없는 천격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하지 않은가 말이다.
저 가는 허리 안에 어찌 아기를 제대로 품어 포태할 수 있음인가 말이다.
무릇 여자뿐이 아니라, 남자도 역시 몸엔 그저 살이 넉넉하니 붙어 있어야,
귀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코 역시 칼날처럼 솟게 성형수술을 하는데,
이것 역시 아주 천박한 짓거리임을 알아야 한다.
나는 부자연스럽게 뾰족하니 솟아오른 수술한 코를 보면,
속이 울렁거려 다만 1분도 더는 쳐다보지를 못한다.
면대비소(面大鼻小)라 결혼 후 갖은 신고를 다 겪고 끝내 파산하는 상이다.
남자인 경우 독비고봉(獨鼻孤峰)이라 하여, 역시 코가 높으면 고독지상이다.
무릇 코란, 현담비(懸膽鼻)라 하여 쓸개주머니를 달아놓은 듯 콧방울이 넉넉한 것을,
복스럽게 보는 것이다.

大概欲細眉、長目、准圓、額平爲妙。
눈썹은 가늘고, 눈은 길고, 준두(准頭=코끝)는 넉넉하니 둥글고,
이마는 넓고 평편한 것을 좋은 것으로 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천하 계집들은 이를 거꾸로 좇아,
천박한 상으로 자청하여 칼집을 내어 뜯어고치질 마다하지 않는다.
천하의 사내 녀석들이 이런 천하디 천한 여자를 다투어 뒤쫓음은,
혹여 술집에 내보내 작부 질이라도 시킬 요량인가 말이다.

또 어디엔가 보자하니,
쇄골(鎖骨)을 드러낸 계집사람 사진을 올려두고는,
쇄골미인이라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상학에서는 이를 노골(露骨)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크게 꺼리는 바이다.
예컨대, 손마디가 툭툭 불거져 뼈가 튀어나온다든가,
얼굴에 광대뼈가 툭툭 불거지고,
이마가 됫박 엎어둔 것처럼 툭 불거져 나온 것 등을
모두 대기(大忌) 즉 크게 꺼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얼굴이 되었든 몸뚱이가 되었든,
뼈란 적절히 살집으로서 덮여 있어야 귀한 것임이라,
그러한 것을 바깥으로 천박하게 드러낸 것을 어찌 자랑으로 삼을 것인가?
혹여 모르겠다.
청루(靑樓), 창관(娼館)에 몸을 팔아 밥 빌어먹기를 꾀한다면,
노골(露骨)을 어찌 꺼릴 것이며,
입술을 까뒤집고, 쌍꺼풀 수술은 또한 마다할 까닭이 없으리라.
(쌍꺼풀 역시 동양인은 좋은 것이 아니다.)

기업체 같은 데 보면,
외부 강사를 모셔다가 접객 요령을 가르친다.
그 중 하나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웃음을 짓데, 입 꼬리(口角)를 위로 치켜 올려야 한다고 강사는 강조한다.
하루에 수십 번씩 거울을 보면서 이리 웃는 연습을 하라고 가르친다.
개중 열성 세일즈맨은 이를 좇아 아예 수술까지 하기도 한다.
입 꼬리를 잔뜩 위로 틀어 활처럼 입술을 휘게 고쳐버리는 것이다.

상학에 앙월구(仰月口)라는 게 있다.
이것이 위와 혼동을 일으킬 수는 있는데,
이는 전혀 다르다.
앙월구란 위아래 양 입술이 득배(得配)한 채,
가지런한 모습이되, 입 꼬리 주변이 웃을 때 슬쩍 위로 주름이 지는 정도를 말한다.
그러하니, 억지로 입술까지 활처럼 휘게 만드는 것은 하천배나 하는 짓이다.
게다가 아랫입술을 까뒤집기까지 하는 짓은 정말 천하디 천한 짓이다.

***

세상이 온통 감각적인 것에 흠씬 빠져들고 있다.
음식점을 가보아도 음식 본연의 맛은 다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으로 조미료 맛 일색이다.
인터넷, TV, 영화 어디를 둘러보아도 저리 천박한 여자 배우들의 모습이
미인이라고 우러러 떠받들어지고 있다.
하기사, 나라에서도 앞장서서,
멀쩡한 산하를 파내고, 콘크리트로 발라내는 것을 녹색성장이라고
짐짓 우기는 세상인 게라.
형편이 이러한데, 저 짓들을 새삼 꼬집어 일러 어찌 괴이쩍다 하랴.

그러하니,
몸 팔아 미용 수술비용을 대겠다는 여대생이 나타나고,
밸이 없는 사내 녀석들은 하천(下賤)한 계집 상모(相貌)에 넋을 앗기고 있다.
천하 계집들이 모두 화류계(花柳界)로 진출하려 함인가?
화류계라 함에 있어 화류라 함은,
화가유항(花街柳巷) 또는
노류장화(路柳墻花)에서 따온 말인데,
전자는 곧 유곽(遊廓)을 일컫고 있음이며,
후자는 아무나 꺾을 수 있는 꽃이니,
즉 기생, 창녀를 이르고 있음이다. 
사내, 계집 모두, 몰아 한 통속으로,
화류계에 적을 두지 못하여 안달이 나 있는 실정인 게라.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저들 천격(賤格)을 데려다가 집안에 앉히면,
집안이 흥기하고 복이 들어올 것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저런 여인네를 집안에 들이면,
이내 파패(破敗)하고 말리니,
즉 집안이 깨지고, 신상이 패하여 망하고 마는 것임이라.
깊이 또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들은 그저 술집, 연예 무대에서나 잠깐 등장하면 족한 것임이라,
아쉬우면 가끔씩 그리 멀리 두고 즐기며, 절제하고 삼가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어찌 저 흉격(凶格), 천상(賤相)을 집안에까지 들이려 할 것이며,
애써 취하려고 안달이란 말인가?

유공즉출(有孔卽出),
구멍이라고 그저 넣으려고 하다가는,
뿌리가 잘리는 형살(刑殺)을 당하는 수가 있음이다.

옛말에
「面善心惡」이라 했음이다.
거죽으로 그럴싸하니 꼴려도 그게 惡임을 알아야 한다.
반면 「面惡心善」이라는 말도 있다.
비록 외양은 수수하니 못나도 마음이 곧고 바르며 덕스러운 이가 왜 아니 없을 손가?

***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하나 더 보태며 마무리 한다.
옛말에,

"手相 不如觀相,
觀相 不如心相,
心相 不如用心"이라 하였음이라,

비록 태생상 관상이 미쳐 못 따른다한들,
수신양성(修身養性)
몸을 닦고 마음 본 바탕을 길러 나아감이 최고로 좋은 방법임이랴.

거듭 나아가,

百心而不如一行 이니,
百思而不如一行 이오,
百言而不如一行 일지니,

바른 마음을 일으킴으로 그치지 말고,
반드시 단 하나라도 행동으로 증표 함이 대묘(大妙)임을,
알아야 할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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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마 2009.06.13 23:09 PERM. MOD/DEL REPLY

    이름이 아무리 좋아도 사주 운명의 예시를 초월할 수 없고

    수상이 아무리 좋아도 관상 두뇌의 범위 안에 존재하고

    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심상으로 꿰뚫는 예언투시만큼 못하고

    심상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 목표를 향해)몸소 실천함만 못하니라.

  2. bongta 2009.06.14 16:23 신고 PERM. MOD/DEL REPLY

    결국 知行合一의 경계에 이르고 맙니다만 …….
    마음을 닦기도, 행을 실천하기도 쉽지 않아,
    사람 사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기에,
    늘 회한이 쌓여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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