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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소요유 : 2010.01.04 18:05


등산(登山)

산을 오른다.
나는 산을 혼자 다닌다.
언필칭 등산이라 할진대 마땅히 홀로 올라야 등산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남과 같이 다니면 발걸음을 맞추어야 한다.
내가 쉬고 싶은데, 저 자는 오르려 하고,
저 자가 쉬고 싶은데 나는 오르려 한다.
상대를 의식하게 되면 한 번 쉴 것을 두 번 쉬어야 한다.
이리 되면 마음의 박자가 어긋나 길을 잃는다.

나에게 등산이란,
잃을 길조차 없는 마음의 순례(巡禮)일 뿐인걸.
애써 잃을 길을 예비할 까닭이 없다.

혹자는 혼자 다니면 심심하다고 한다.
심심한 것이 염려되면 구태여 산에 오를 일이 있는가?
차라리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김 모락모락 솟는 오뎅이나 같이 들고 말 노릇이지.

작년에 북한산 기슭에 자리 앉은 y 절에서,
사시장철 돼먹지 않은 명상어록 따위를 확성기로 틀어대었기에,
당국에 고정하여 바로 잡은 적이 있다.
한동안 자제하는 듯싶더니만, 다시 소란을 떤다.
판에 박힌 가라앉은 목소리가 역겹기 그지없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제들이 감히 누구를 가르치려거나 계몽하려는 작태도 주제넘다.

내가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 자체가 명상이 아니어든,
제놈들이 감히 어디 나서서 앞길을 훼방하며 명상씩이나 팔아재끼고 있음인가?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솔가지가 곧 해탈의 경지가 아니던가?
어떤 돼먹지 않은 놈들이 도를 강매하고 있는가 말이다.
왜 남에게 무단히 폐를 끼치는가?
저들이야말로 가여운 신도들 시줏돈 꼬박꼬박 강탈하는 도척들 아닌가?

저들이 산을 아는가?
틀림없이 불도(佛道)를 제대로 아는 족속도 아닐 것이다.
산도 모르는데 감히 부처의 말씀을 알 턱이 있겠는가?

내, 언제 불도에 대하여 논하길 청하노니 자리를 함께 나눠보자.
혹여, 내 저들보다 불경을 덜 보았을지도,
염불, 참선, 주력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할손,
불도의 경계에 이름에 저들보다 모자를 까닭은 없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나는 최소 홀로 산을 오르지 않는가 말이다.

무엇이 부족하기에 저들은 떡하니 산 하나를 차고 앉아서도,
저리 안달을 떨며 확성기로 사람들을 꾀이고 있는가?
제 속이 텅 비었기에 사람들을 향해 세일을 하고 있음이다.
천하의 잡살뱅이 장사치보다 더 못한 족속들이다.
기필코 저들을 중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

이럴 양이면,
차라리 저잣거리로 내려오라.
우리 동네 이웃,
만날 때마다,
교회에 나오라고 권하는 먹사보다,
저 중들은 곱쟁이로 욕심 사납지 않은가 말이다.
최소 저 먹사는 산에는 살지 않는다.

중이란 작자가 어찌 산에서 확성기로 떠들며,
산을 능욕할 수 있음인가?
저들을 모조리 산에서 쫓아내야 한다.
장사치보다 더 흉한 중들이다.

나만존자를 부르며 돈과 명예를 바라던 중이 종국엔 산문출송(山門黜送) 당하였던 우화도 있지 않은가?
중놈이 왜 돈을 탐하는가?
돈을 탐하려면 차라리 속복으로 갈아입고 어디 곰보각시라도 하나 구해 점방이라도 하나 차리라지.
치탈도첩(褫奪度牒)이란 게 꼭이나 사바라이(四波羅夷)를 어겼을 때만 해당되는가?
주석(駐錫)하고 있는 산을 매일 능욕하고 있는 죄업이 어찌 이만 못할손가?

그러고도,
산주인(山主人)을 자처할 수 있음인가?
부끄러운 노릇이다.

한껏 떠들면서,
우 몰려 올라 가는 이가 이를 등산이라고 내새긴다면,
제 멋에 사는 것,
이 어찌 나무랄 수 있으랴.
하지만, 홀로 산에 오르는 이가 있음도 알아야 한다.
남에게 폐가 되면 예(禮)에 어긋난다.
예를 벗어난 이를 어찌 사람답다 할 것인가?
하기에 서로 삼가야 한다.

버스정거장에서 흡연하는 자들도 흡연권을 주장하기 전에,
비흡연자들이 구역질 나는 냄새 맡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제 집 골방이라면 그 누가 시비를 걸랴?
하기에 공적 영역에서는 삼가는 도리를 배워야 한다.

삼감을 모르는 이는 부끄러움을 배우지 못한 족속들이다.
사뭇 염치없는 노릇이다.
일변(一邊) 천박하며,
일변 슬픈 무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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