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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케이블카 단상

소요유 : 2010. 1. 24. 16:23


원래 권력에 뜻을 둔 자는 백성들 인심을 사기 위한 방도를 구하게 마련이다.
그 뜻이 탐욕에 기인하든 혹은 우국충정에 터를 내리고 있든,
이들의 인심을 얻지 못하면 집권이란 것이 그리 용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춘추오패 중 으뜸으로 제환공(齊桓公)을 꼽는다.
그의 아들 중에 공자 상인(公子 商人)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자가 왕권을 탈취하고자 은밀히 뜻을 기르는데,
그 첫 번째로 한 일은 무엇인가?
자기 재산을 다 털어 빈민(貧民)들에게 두루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사병을 키워 때를 기다렸다.
당시의 왕인 제소공(齊昭公)이 죽자 그의 세자 사(舍)가 즉위했다.
어느 날 밤 혜성이 북두 사이에 나타났다.
점을 쳐보니 송, 제, 진(晉) 세 나라 임금이 변란으로 죽을 징조라 한다.
이를 기화로,
공자 상인은 자기 아니면 제나라에서 변란을 일으킬 자가 누구겠는가 자문하며,
궁중으로 잠입하여 왕을 죽이고는 마침내 대권을 거머쥔다.
그가 제의공(齊懿公)이다.

또한 송나라에는 공자 포(公子 鮑)라는 자가 있었다.
이 자도 공자 상인의 수법을 그대로 본받아 빈민들에게 자기 재산을 흩어 뿌렸다.
이 장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공자 포는 제나라 공자 상인이 두터이 재물을 뿌리고는 백성들의 마음을 사고는,
제나라 임금 자리를 빼앗은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공자 포는 그리 좇아 효험을 보고자 역시 집 재산을 흩뿌려 빈민에게 두루 주었다.
소공 7년 송나라에 큰 기근이 들었다.
공자 포는 자기 창고의 곡식을 다 풀어 빈민을 구휼했다.
또한 노인을 공경하고 현인을 존중했다.
무릇 나라 안의 70세 이상의 노인에게 매월 곡식과 비단을 보내고,
더하여 맛있는 음식을 주었다.
또한 사람을 시켜 안부를 묻고 위로했다.

한 가지 재주만 뛰어나면 모두 문하에 초치하여 거두고는 후히 대접했다.
공경대부의 집에도 다달이 식량을 대주었다.
종족 간에도 친소 따지지 않고 길흉사가 있으면 주머니를 비우다시피 부조했다.
소공 8년에 송나라에 또다시 대기근이 들었다.
공자 포의 창고는 텅 비고 말았다.
양부인은 궁중 곡식을 내주어 공자 포를 도왔다.
(※ 공자 포의 할머니뻘로서 음탕하여 손자인 포를 사랑했다.)
거국적으로 공자 포의  어짐을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송나라 백성들은 가깝고 멀거나, 귀천을 불문하고,
사람마다 모두 공자 포가 왕이 되는 것을 바랐다.

公子鮑聞齊公子商人,以厚施買眾心,得篡齊位,乃效其所爲,亦散家財,以周給貧民。
昭公七年,宋國歲饑,公子鮑盡出其倉稟之粟,以濟貧者。又敬老尊賢,
凡國中年七十以上,月致粟帛,加以飲食珍味,使人慰問安否。
其有一才一藝之人,皆收致門下,厚糈管待。
公卿大夫之門,月有饋送。
宗族無親疏,凡有吉凶之費,傾囊助之。
昭公八年,宋複大饑,公子鮑倉廩已竭,襄夫人盡出宮中之藏,
以助之施,舉國無不頌公子鮑之仁。
宋國之人,不論親疏貴賤,人人願得公子鮑爲君。

마침내 공자 포는 사냥에 나선 송소공을 죽이고는 왕이 되었다.
이가 송문공(宋文公)이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란 말이 있다.
이를 사궁(四窮)이라고 하는데,
우선 글자를 먼저 풀이해본다.

여러 풀이가 있지만,
맹자(孟子)에 의지하면 그 뜻이 간편하면서도 적실하니 이를 인용한다.

“老而無妻曰鰥,老而無夫曰寡,老而無子曰獨,幼而無父曰孤;
此四者,天下之窮民而無告者。”

늙었으되 지어미가 없는 이를 환(鰥)이라 하며,
늙었으되 지아비가 없는 이를 과(寡)라 이르며,
늙었으되 자식이 없는 이를 독(獨)이라 하고,
어렸으되 아비가 없는 이를 고(孤)라 한다.
이 넷이야말로 천하의 빈궁한 백성들로서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이다.

(※ 우리가 흔히 쓰는 고독(孤獨)이란 어폐가 상당한 말인데,
이처럼 본래의 의미를 밟아 쫓아 가면 아비, 자식 없는 사람이란 뜻이 된다.)

맹자엔 이어서,

發政施仁,必先斯四者
정사를 펴고 인을 베푸는 데,
반드시 이 네 가지를 앞세워야 한다.

이리 말하여지고 있다.

내가 오늘 이처럼,
공자 상인, 공자 포에 이어, 환과고독(鰥寡孤獨)에 이르도록,
생각들의 단편들을 죽 염주 꿰듯 떠올리며 망연자실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전일 우연히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꾀하는 고약한 패거리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제껏 지리산, 설악산 등에서만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나대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지리산만 하여도 지경 자락에 걸치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돈을 벌고자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하니,
이런 천부당만부당 당치 않은 짓거리가 있을 수 있음인가?

헌데, 여기 북한산에서도 이 망나니짓을 본받아,
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등 구 자치단체에서,
서로들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아구 가득 괸 침을 다시고들 있는 모양인 게라.
이런 천불 맞을 불한당 같은 것들이 어디 더 있을 수 있겠는가?

멀쩡한 강을 들쑤셔 4대강 죽이기를 벌이지 않나,
이제는 산까지 철말뚝 박고 케이블카 놓아 산을 도륙하고자 하고 있음이다.
대명천지 밝디 밝은 세상에,
이런 우라질 놈들이 다 있단 말인가?

지금도 북한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수백만 명을 더 끌어들여 산을 아작을 내겠단 심산인 게라.

이 때 나는 문득 최근 아동 급식비를 깎은 위정자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환과고독(鰥寡孤獨).
맹자는 이를 궁민(窮民)이라 칭했거니와,
늙어서 의지할 바가 없다든가, 어려도 자랄 여건이 되지 않는 자들을,
거둬 살피는 것이 정사의 첫째가 되어야 한다고 했음이다.

그런데도 어린 아이들 급식비를 깎으면서,
한편으로는 산하를 유린하며 돈 벌려고 혈안이 되고 있는,
작금의 위정자들은 도대체 무슨 물건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다.

공자 상인이라든가, 공자 포는 설혹 흑심을 품었다한들,
빈민에게 창고를 열어 곡식을 흩어 뿌려 저들을 구휼하는 것이,
인심수람(人心收攬)의 첩경임을 알았다.

헌데,
배울 만큼 배우고, 알 만큼 알 만한,
작금의 위정자들은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음인가?

기껏 한다는 것이 가끔씩 저잣거리에 나타나 오뎅 입에 물고 폼 잡으며,
사진이나 박고 있음이 아니던가?
저러함에도 부끄러움은커녕 뻔뻔한 모습으로 웃음을 지을 수 있음은,
도대체, 그 소이연이 어느 나변(那邊)에 있음인가?

신자유주의가 둑방을 헐고 들어와 온 세상을 넘실대며,
우리네 정신세계를 완전히 장악을 하였다한들,
이리 후안무치 염치없을 수 있음인가?

돈만 벌 수 있다면,
강을 파헤치고, 산을 유린하고, 거기 깃든 생령들을 다 죽여도 면죄가 된단 말인가?

4대강 죽이기, 명산 케이블카 설치, 소싸움 경기, 말싸움 대회 …….
관이란 곳이 이런 패악, 패륜의 것들을 유치하는데 하나같이 혈안이 되어 앞장서서 설치고 있음이라,
이러고도 저들은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적안철면아(赤眼鐵面兒)!
눈깔 시뻘겋고 낯짝 두꺼운 것들 같으니라고!

가만히 생각하자니,
환과고독(鰥寡孤獨)
사궁(四窮)에 빠진 궁민(窮民)을 돌보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기에,
저들이 저리 뻔뻔할 수 있음이 아니던가?

그러하다면,
정작 책임은 저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국민들에게 있다 할 노릇이리라.
아니, 외려 국민들도 각자는 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나몰라 하고 그저 앞으로 달려들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하기에 저런 패악 질을 향해 지탄(指彈)하고, 악 받쳐 분노하는 사람들을,
위정자와 마주 앉아 함께 비웃고는,
일로(一路) 외곬 돈벌이에 매진하고 있음이 아닌가 말이다.

세상이 이리 외돌아가고 있다면,
과연 우리에게 기대할 앞날이 남겨져 있다 할 수 있는가?

래춘(來春).
우리는 과연 올 봄을 기다릴 염치가 있는가?
얼어붙은 겨울 날씨가 사뭇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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