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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걸이라야 주색에 밝은가?

소요유 : 2010.02.20 14:03


『 어느 댓글에 연상되어 이리 말씀을 이어둡니다. 』

夫世俗所尚。仁義禮智信也。含識所資。不殺盜淫妄酒也。雖道俗相乖。漸教通也。故發於仁者則不殺。奉於義者則不盜。敬於禮者則不淫。說於信者則不妄。師於智者則不酒。
(※ 含識 : 의식을 뜻함. 그러한즉 감정이 있는 동물, 즉 衆生을 가리킨다.)

이런 말이 있는데요,
제가 서툰대로 풀이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대저 속세에서 숭상하는 것으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있음이다.
중생(여기서는 출세간 또는 불도에 귀의한 상태를 이름)의 자량(資糧)으로는
불살도음망주(不殺盜淫妄酒)가 있도다.

비록 도속(道俗)이 다르나 점차 가르침이 통하는 바임에랴.

인(仁)이 발하여진 고로 (어짐을 펴는 자는) 불살생하게 되고,
의(義)로움을 높이 받든 즉 도둑질을 하지 아니 하고,
예(禮)를 공경하니 음란함에 빠지지 아니 하고,
신(信)을 즐겨하니 거짓말(妄語)하지 아니 하며,
지(智)혜(慧)를 배우자니 술을 먹지 아니하니라.

그러한즉,
술을 먹거나, 또는 먹지 않고가 어찌 배포의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겠습니까?
‘영웅호걸은 말술을 먹고 색이 너르다’는 따위의,
누항(陋巷)에 떠도는 말은 다 졸장부들의 투정이지요.

제 녀석들이 돈이 없으니 술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권세가 없으니 취처축첩(娶妻蓄妾)을 못할 뿐이지요.
하찮은 상것이라한들 뒤웅박에 든 팔자로 어느 날 확 뒤집혀,
돈이 많게 되면 하룻저녁에 말술인들 마다할 것이며,
권세가 떠그르하다면 이웃 여염집 유부녀인들 겁간하려 들지 않겠는지요?

과거의 왕들, 근세사의 독재자들 모두 권세가 극에 다다르니 열 여자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이를 근거로 그들을 영웅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혹 마음장상(馬陰藏相) 이야기를 아십니까?
부처와 같이 도를 깨우친 사람은 고추가 쫄아들어 뱃속 안으로 숨겨(藏)져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곧 불음(不淫)을 말하고 있음이니,
부처는 유가에 입문하여도 禮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 참고 글 : ☞ 2009/01/05 - [소요유] - 프리아피즘(priapism))

지혜를 부리는 자가 술을 먹지 않는다는 말은,
  (師를 앞서는 배운다고 풀이 했지만,
   이번엔 군사를 다루듯 마음대로 부린다는 의미로 새기는 것도 가하다.)
그러한즉 꼭이나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에 매이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즉, 매(昧)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의 경우엔 소싯적엔 제법 먹었습니다만,
이젠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 뿐인 채로 지내도 별로 술이 궁금하지 않더군요.
다만 담배는 피우지 않습니다.
흡연 그 자체에 시비를 걸지는 않습니다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영 마뜩치 않습니다.
특히 길거리 흡연, 꽁초투기를 아주 염오(厭惡)합니다.

저는 흡연 아냐, 마약이라도 개인의 기호행위에 대하여는 관대합니다.
다만 그게 공중에 출몰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니 제 골방에서만 피운다면 don't care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급적 담배는 절제하는 것이 좋겠더군요.
제가 사는 곳 가까운 곳 북한산 자락에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묘역이 있는데,
거길 지나치려면 상기도 담배 냄새가 나는 듯싶더군요.
생전 담배를 좋아하시더니만,
지나는 나그네 소맷자락이라도 붙들며,
생전 그리 후하던 담배 인심을 마저 쓰시려는 것일까요?

공초(空超)가 정작은 꽁초를 새겨둔 것이 아니라면 ...
공초(空超)라?
공(空)이면 그저 공(空)이지 넘어 초월(超越)할 것이 또 남아 있단 말인가?
차라리 제대로 꽁초라 호(號)하였다면 내 지나는 자리 참배라도 하였을 테지만,
아직도 허공중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에 잠긴 그가 마냥 서러워,
저는 내처 제 길을 넘어(越)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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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0.02.20 21:44 PERM. MOD/DEL REPLY

    저는 술은 전혀 못합니다만,
    담배는 하루 두세 갑도 너끈히 피운답니다.
    때문에 강아지 예삐가 늘 걱정스러워 방 밖으로 내쫓습니다만,
    녀석이 눈치껏 찾아들어오니 결국 문을 활짝 열어두는 수밖에요.

    저는 형편이 그러하여 10년전 홀아비 된 이래로 여자관계를 못해본지 오래됐습니다.
    그렇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색정이 이는 것이 당연하리라 봅니다.
    다만, 주체치 못하고 망령된 행동을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오늘도 재미난 글을 읽고 갑니다.

    사용자 bongta 2010.02.21 21:07 신고 PERM MOD/DEL

    저는 새로 맞아들인 강아지가 어찌나 저만 따라 다니는지,
    한걸음도 제대로 떼어놓기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발에 밟힐 지경이라 집안에서 거의 얼음지치듯,
    발을 바닥에 붙이고 밀듯이 움직여야 합니다.
    일편 성가시기도 하지만,
    저 녀석 얼굴, 눈빛을 보면 이내 마음이 돌려집니다.

    "다만, 주체치 못하고 망령된 행동을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이리 말씀해주셨는데,
    실인즉 이보다 더 고약한 것은 망령된 행동 그 자체도 자체지만,
    그런 행동을 마치 영웅이 된 양, 자랑인 듯 중인환시리에 떠벌리는 것이겠지요.

    혹간 이런 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망령된 것을 왜 떠벌릴까요?

  2. 은유시인 2010.02.22 00:32 PERM. MOD/DEL REPLY

    아마 자랑거리를 내놓을게 없어 큰 차 몰고다닌다는 것을 뻐기는 심정과 같을 겁니다.
    요즘은 룸살롱에 거의 가질 못합니다만,'
    엣적엔 접대차 자주 갔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엔 돈 한푼에 쩔쩔매던 쫀쫀한 작자들도 룸살롱에선 제법 호기를 부리더란 겁니다.
    10만원짜리 자기앞을 몇장씩 아가씨 손에 쥐어주질 않나,
    한병에 20만원(당시엔 바가지가 심했습니다)씩 하는 양주를 맥주잔에 부어 막걸리 마시듯 마셔대질 않나....
    그런 것도 영웅의 호기나 기개로 착각하더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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