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 제초제
내가 그 동안 생수를 사다 먹었다.
그러다가 최근 근처에 있는 약수를 한번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즉 알고는 있었으나 이제 조금 짬이 나니 구경 차 약수터를 찾았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제초제가 뿌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사뭇 놀라운 정경이다.
쓰레기야 대한민국 어디라 할 것 없이 버려지는 것,
이제는 이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역시나 약수물 나오는 근처까지 어김없이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하지만 약수터에 제초제라니 이것은 사뭇 놀라운 일이 아닌가?
마이신, 페니실린이 나타나자 이게 만병통치약 구실을 했다.
기본적인 염증 치료 외에도
배 아픈 데, 머리 아픈 데 등 아무 데나 무조건 쓰고 봤다.
농민들이 제초제에 맛을 들이면 더 이상 다른 노력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이웃 농민들을 보면,
제초제 통을 등에 지고 몇 차 지나는 것을 봤는데,
그들의 밭은 말끔하니 깍은 밤처럼 깨끗해져 있다.
이것을 깨끗하다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거죽으로는 풀 하나 없으니 정갈하게 보인다.
내가 올해 서너 차례 예초기를 메고 풀을 매다가,
팔뚝부터, 손가락까지 저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며,
예초기는 고장 나 몇 차 수리까지 하였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한데 제초제를 쓰면 이런 노역에서 해방된다.
그러하니 농민들에게 제초제는 만병통치약에 다름 아닌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필시,
어느 농민 하나가 약수터에 와서 제초제를 뿌렸을 터인데,
그들 눈에 풀이 보이면 바로 제초제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몇 번 쓱 하니 뿌려주면 풀이 다 죽어 버릴 터이니, 오죽이나 좋은가?
천박하다.
무지하다.
아무려면 생수,
그래 이게 生水 아니던가?
살아있는, 숨을 쉬고 있는 물이 생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근처에서 죽음의 제초제를 뿌려댈 수 있겠는가?
참으로 천박한 농민이다.
무지렁이 같은 것.
내가 맑은 물 사업소에다 문의를 하였다.
그들은 그리 한 적이 없단다.
내가 물었다.
“최근에 거기 약수터에 들린 적 있는가?”
담당자 왈
“어제 다녀왔다.”
그런데 이 담당자는 제초제가 뿌려져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다.
문제의식 갖기를 당부하고는,
하다 못해 제초제 살포 금지 공고문 하나라도 게시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가 맡고 있는 담당 업무를 그가 주어 섬기는데,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하니 관리가 미처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이다.
도둑 하나를 열이 막아낼 수는 없는 것.
천격(賤格)들.
제가 이용하는 약수터에 왜,
쓰레기 버리고,
제초제 뿌리며,
넋 나간 짓을 하는가?
참으로 무지한 것들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저기 한쪽 편에 운동기구가 놓여 있고, 벤치가 있다.
주변에 제초제가 뿌려져 온통 잿빛 죽음의 공간이다.
거기 안에서 운동하고, 앉아 쉴 염이 나는가?
이웃에게 말하니,
그는 그저 덤덤하다.
이게 우리네 이웃의 실상이기도 한다.
이 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근엄한 아비가 되고, 미더운 오라비가 되고, 착한 동생이 되리라.
한심하다.
더럽다.
정녕 개탄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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