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앙쥐
소요유 : 2010. 9. 29. 20:46
지난봄에 식재용으로 미리 파놓은 구덩이,
오늘부터 서서히 후속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얼마 전 예초기로 잘라두었던 풀이 적당히 말랐다.
이 마른 풀들이 구덩이를 덮었기에 나는 갈퀴로 이를 거둬내었다.
구덩이 하나를 들추자,
어미, 아기 생쥐가 화들짝 놀라 덤불 속으로 숨는다.
이 녀석들이 꿩도 아닐 터인데, 급한 대로 대가리만 덤불 속으로 들이 박고는,
몸뚱이는 밖으로 내놓은 채 미동도 않는다.
어미, 새끼가 꼼지락 거리고 있는 것이 마냥 귀엽다.
구덩이 속에 덤불을 구해다 자리를 마련한 것도 신통하지만,
어미가 새끼를 여기 다 키우고 있다니 측은한 가운데 장하기도 하여라.
나는 다소 번거롭지만 사진을 찍어 현장을 기록하기로 한다.
디카를 가져오니 이 녀석들이 덤불 속으로 모두 숨었는가 싶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두어라,
녀석들의 살림에 나는 불청객인 것을,
나는 그냥 내버려 두고,
구덩이 위를 마른 풀로 가만히 다시 덮어주었다.
이 구덩이는 나중에 이들이 떠난 것이 확인된 후에,
작업을 하기로 하고 그냥 건너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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