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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刈草)

농사 : 2010. 9. 30. 16:36


금년 밭에 난 풀을 몇 차 예초기로 베어왔다.
저 아래 쪽 밭 일부는 이웃에게 빌려준 곳인데 거기 나는 풀은,
굵기가 거의 나뭇가지를 방불한다.
올 봄 거기에서만 폐비닐을 거두는데 상당 시일을 지체하였다.
그러한 곳인데 이젠 풀까지 말썽이다.
짐작컨대 비료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풀들이 왕성하게 영양 성장을 하는 까닭인가 싶다.
이곳을 제외하고는 무농약 상태로 오랫 동안 관리되었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사뭇 청정한 상태다.

나는 애초 그 지역은 3년간 아무 것도 심지 않으려고 하였다.
농약, 비료 따위에 시달렸을 터니 아무래도 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자라는 대로 풀들을 키워 자꾸 베어내다 보면,
이들 독(毒)들이 많이 뽑아내질 것이라 여겼다.
헌데 올봄 인삼밭을 가는 대형 트랙터로 심경(深耕)하였기에,
표토와 심토가 많이 뒤섞여 독성이 많이 저감되었으리란 기대가 있어,
휴경(休耕)기간을 조금 앞당겨도 될 것 같다.
하회(下回)는 일이 되어가는 대로 맡겨 따르리라.

얼마 전 윗 밭부터 예초를 해나가는데,
저 문제의 밭에 이르러 풀이 잘 베어지지 않는다.
나는 새 칼날로 바꿔 달았다.
그런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무디어진 기미이다.
먼젓번 것은 전 밭을 갈고도 멀쩡했는데 이 밭에 들어와 기어이 수명을 다했다.
그런데 워낙 베어내는 풀의 양이 많다보니 예초기를 힘차게 휘둘러야했다.
나중엔 베어 넘긴 풀더미에 예초기 작업봉이 아예 박혀 꿈쩍도 하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드디어 예초기 헤드가 좌우로 움직거리기 시작한다.
작업봉 끝에 칼날을 끼우는 헤드가 있는데 나사로 연결되어 있다.
워낙 험하게 좌우로 스윙을 하니 연결 구멍이 점점 넓혀져 흔들거리게 된 것이다.
작업봉이 알루미늄 재질이라 무른 편인데 이것을 바꾸자니 가격도 제법 비싸지만,
바꾸고 나서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말 우려가 있다.

나는 궁리를 터서 그럴듯한 방안을 내었다.
바로 작업봉을 빼내어 철공소로 가지고 갔다.
내가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고서는 작업봉 안에 쇠로 된 파이프를 끼어 넣고,
겉으로 두어군데 나사를 박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다.
그는 이내 알아듣고는 선반작업을 한다.
척 보아하니 8자짜리 산형(山形) 선반이다.
CNC는 아니지만 저 구형의 남선 선반은 언제 보아도 듬직하다.
주인아저씨는 봉강(棒鋼, 丸棒) 하나를 집어 들고는 두툼하니 살을 남겨두고 내삭(內削)을 해서,
그럴듯한 파이프 하나를 이내 만들어내었다.
저것 하나면 만년을 쓰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덧 주인아저씨는 봉심(棒心)으로 파이프를 박고는,
볼반으로 구멍을 내고 기리까지 만들어 나사를 박아 내준다.
나는 거죽에 고정 나사를 두어군데 더 박아야 한다고 일렀으나,
그는 그리 나사를 많이 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그냥 쓰라고 한다.
전문가 의견이니 나는 그의 체면을 살려 주기로 한다.

하지만 돌아와 사용하다 보니 이게 겉돌아 여전히 헤드가 흔들린다.
나는 바로 재우쳐 철공소로 갔다.
그에게 내 의견대로 고정 나사를 몇 개 더 박아야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작업을 해준다.

참고로 몇 가지 뜻풀이를 해본다.

예초(刈草)
혹자는 예취(刈取)라고도 한다.
어떤 이는 예취를 예초의 구개음화로 보고 예취를 잘못된 것이라 하는 이도 있는데,
둘 다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 바른 말이다.

선반(旋盤)
旋이란 돈다라는 뜻이다.
축에 물건을 고정시키고 그 축이 돌면서 이를 절삭하게 된다. - 선삭(旋削)
盤이란 원래 소반(小盤)과 대반(大盤)이 있다.
소반은 세숫대, 대반은 목욕통으로 사용하였는데,
상주(商周)시대부터 쓰였으니 제법 유래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반하면 조그마한 밥상을 일컫고 있다.
그러다 그 형상을 기반으로 사물의 근본이 놓여 있는 것을 추상하여 쓰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반(地盤), 근반(根盤) 따위가 그것이다.
여기서의 盤은 영어로 하면 plate가 제일 가깝다 하겠다.
그러하니 선반이란 선삭(旋削) 작업을 하는 편편한 작업대를 이르고 있는 것이다.

볼반
이게 처음 듣는 사람은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내가 짐작하기에 이는 boring machine + 盤의 합성어가 아닐까 싶다.
boring machine 또는 drilling machine 하면 될 것을,
선반과 짝을 맞추려는 것일까?

사실 공작기계의 대표 주자는 이 두 가지가 아닌가?
원기둥 모양으로 길게 깎고, 구멍 내고.
구멍은 깎아 낸 기다란 물체가 있어야 짝을 이루고,
깍은 것은 구멍이 있어야 들이밀어 끼울 수 있다.
요철(凹凸), 음양(陰陽)의 이치 또한 이러한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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