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산(愚公移山)
열자(列子) 탕문(湯問)편에 나오는 고사이다.
본 이야기를 긋기 전에,
잠간 관련 글을 먼저 음미해본다.
북산에 사는 우공이란 90세 노인이,
출입의 편리를 위해 가로막고 선 산을 옮기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가 온 집안사람을 모아놓고 상의를 하자.
모두가 그것을 응락하였다.
마침내 그는 자기 자손들과 짐꾼 셋과 더불어 일을 시작한다.
이 때 이웃에 과부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의 유복자가 겨우 이를 갈기 시작한 나이였으나,
뛰어가 이 일을 돕게 하였다.
파낸 흙을 발해만까지 나르고 돌아오는데,
寒暑易節이라니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를 보고 지수(智叟)란 이가 비웃자 그가 이리 대답한다.
“그대의 마음은 고루하여 거두어 드릴 수가 없는 것이니,
과부의 어린 아이만도 못하구료.
비록 내가 죽는다하여도 자손은 남아 있소.
자식이 손자를 낳고,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나을 것이며,
또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낳을 것이오.
이리 자자손손 영원히 다하는 일이 없을 것이오.
하지만, 산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오.
어찌 평평해지지 않으리라 걱정을 하십니까?”
지수는 할 말이 없었다.
조사신(操蛇神)이 그 얘기를 듣고는 그가 그만 둘 것을 염려하여 하늘에 고하였다.
천제는 그 정성에 감복하여 과아(夸蛾)씨 두 아들에게 명하여,
두 산을 업어다가 하나는 삭동(朔東), 하나는 옹남(雍南)에 놓게 하였다.
이로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의 남쪽이 막히어 끊어지지 않게 되었다.
<列子 湯問>
“汝心之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
雖我之死,有子存焉;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匱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
河曲智叟亡以應。操蛇之神聞之,懼其不已也,告之于帝。帝感其誠,命夸蛾氏二子負二山,一厝朔東,一厝雍南。自此冀之南,漢之陰,無隴斷焉。
내가 올봄 마사토를 덤프차로 15차를 밭에다 들였다.
우리 밭은 100% 황토이다.
여기에 배수를 좋게 할 요량으로 마사토를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두둑과 고랑을 파놓게 되면 마사토를 들여놓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밭 가장자리 每두둑을 겨냥 맞춤한 곳에 쌓아두었다.
나는 이제야 짬이 나자,
지난 10월초 순부터 이 마사토를 과목(果木)을 식재할 구덩이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손수레에 의지하여 꼬박 한 달간에 걸려 이 일을 벌였는데 바로 얼마 전 11.03에 마쳤다.
전동수레를 마련하여 작업하였으면 한결 수월할 터인데,
마땅한 것을 알지도 못하였을 뿐더러,
자작 수레를 만든다고 하여도 이것 만들려면 필경은 한 달여 시간을 허비할 터인데,
내겐 그런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해서 나중 겨울철에 한가해지면 서서히 만들려고 내심 계획을 세웠다.
손수레에 실리는 흙의 무게가 얼추 80~100kg 쯤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거의 매일 이 짓을 하니까 처음엔 제법 힘이 들었으나,
차츰 공부가 무르익어 가더라.
거의 무아지경으로 수레를 끄는데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바로 우공이산의 고사였다.
우리가 흔히 우공이산의 이야기를 들으면,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이게 현실성이 없는 말 그대로 어리석은 짓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던가?
기계가 있고, 돈이 있다면 그런 수고를 할 까닭이 있겠는가?
이리들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여기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부르면 하루 일당이 9만원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부르면 이들이 힘도 좋고 성실한 편이기 때문에 일은 잘하나,
따라 다니면서 간식 챙기고, 점심 수발들면 기실 그 날은 내 일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되면 품을 줄이는 만큼 축이 나는 부분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매사 일득일실(一得一失)인 게다.
그런데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외부 노동자에게 맡겨야 농원 조성이 끝날 지경이라면,
이게 자영 농업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불쑥불쑥 든다.
자기 또는 가족의 힘을 넘어서 외부인의 힘을 빌려야 한다면,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하다면 규모를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해서 나는 내 능력을 시험할 겸,
온전히 내 혼자의 힘으로 농원을 일구어보고자 조그만 원을 세웠다.
흙구덩이에 마사를 옮기는 작업은 과원 조성의 첫출발 작업이니,
최소 이것만큼은 주인이 손수 땀을 내고 애를 써서,
토신(土神)에게 고하여야 마땅할 노릇이 아닌가?
이 정도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농사를 감히 짓겠다고 할 수 있겠음인가?
항차 우공은 내리닫이 대를 이어 산을 옮기려 하지 않았던가?
우공이산의 고사를 접하면서도,
“과연 그러 할 수 있음인가?”
이리 막연해지는 회의 속에 들지는 않았는가?
나는 이번 기회에 이 고사의 은밀한 비밀교의(秘密敎義)에 빠져보기로 했다.
“과연 그리 할 수 있음”이 왜 아니던가?
나는 내가 바로 우공(愚公)이 되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행으로써 입증되지 않는 공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나는 고전 공부를 하지만,
이로써 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관문 하나를 통과했다.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편에서 이리 말하고 있다.
先知迂直之計者勝,此軍爭之法也。
먼저 우직지계를 아는 자가 이긴다. 이것이 싸움에서의 기본 법이니라.
우공(愚公)의 愚는 기실 迂에 통한다.
迂란 멀리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멀리 돌아가지만 直이니 이는 곧 곧바로 질러가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하니 우직(迂直)인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사람 이름을 개똥이, 쇠똥이, 못난이니 하고 일부러 거칠고 험하게 짓고는 하였다.
귀신이 해코지를 할까봐 이를 기휘하여 그리한다고 했음이니,
결국 이를 돌아감으로서 무병장수 복을 빌었던 것이다.
우공(愚公)의 愚는 대우(大愚)인 게다.
대우(大愚)는 곧 현(賢)에 가닿아있고,
대졸(大拙)은 곧 교(巧)를 덮는다.
어제 오늘 나는 밭에서 우공(愚公)을 배우고,
내일 대우대졸(大愚大拙)하고자 한다.
밭 전체의 구덩이 목표는 3,000개가량인데,
지난봄에 700여개 정도는 미리 마련했고 이번 작업엔 2,000개 남짓을 만든 폭이다.
나머지는 마사토가 쌓였던 부분을 대충 정비한 후 거기에 서서히 만들어갈 요량이다.
내가 이 일을 하자 동네 사람은 아무도 아는 척 하는 이가 없다.
이에 내가 연연할 까닭도 없고 내 역시 관심도 없는 일이다.
우리 동네에 왜 아니 지수(智叟)가 없겠는가?
서울에서 내려와 저자가 얼마나 버틸는지 비죽거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아(夸蛾)씨가 나타났다.
지난 10.23일 오후 늦게 밭 아래쪽에서 어떤 이가,
손수레에 마사토를 잔뜩 싣고 내려오는 나를 부른다.
“대단하십니다.
저라면 절대 그리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 역시 속으로 이리 말했다.
“그렇지, 나 아니면 아마도 이리 할 사람이 없을걸.”
그가 나를 밭 아래로 내려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를 따라가니 그가 내게 무엇인가를 선사한다.
바로 이 물건이다.
전동휠체어를 개조한 것인데,
아무리 무거운 것이라도 싣고 잘 달린다고 한다.
직접 우리 밭에다 가져다주기까지 한다.
내가 대금을 주겠다고 하자,
그는 그러면 절대 주지 못하겠단다.
거저 쓰라고 한다.
이게 오랜 시간 방치되어 밧데리가 다 방전이 된 모양이라면서,
충전을 시키면 쓸 수 있을 것이란다.
하지만, 하루 종일 충전시켰는데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밧데리를 바꾸어야 하겠지만 만일 고장이라면,
공연히 부산을 떤 격이겠으니,
나는 하루 더 충전시키기로 했다.
그런데도 이게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나는 11.02 하루 쉴 겸 이 전동카를 분해했다.
내가 명색이 전자공학도가 아닌가 말이다.
테스터 하나면 얼추 고장 개소를 찾아낼 수가 있다.
두어군데 고장이 난 곳을 수리하니,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제감기성(帝感其誠)
하늘이 그 정성에 감동하셔서,
과아(夸蛾)씨를 내게 보내신 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 익일인 11.03 토산(土山) 옮기는 작업을 다 마쳤음이니,
조사신(操蛇神)이 게으름을 피웠음인가?
아니면 지난 번 밭에 나온 뱀들을 예초기로 다치게 하였음을 알고,
나를 시기하여 하늘에 고하길 그리 늦추었는가 보다.
과아(夸蛾)씨가 내게 말한다.
“아침에 나갈 때 보면 밭에 계시고, 저녁에 돌아올 때면 또 밭에 계신 것을 보았다.
두고 보아라,
아마도 얼마 못 견디고 서울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리, 종내기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짐작을 하였단다.
그 날,
나는 여전히 밭에 서서 수레를 몰고 있었고,
지수(智叟)는 종내(終乃) 과아(夸蛾)로 변신을 했다.
전동카와 함께 나타난 과아(夸蛾).
시간벽을 넘어,
우공이 지켜보고 계셨음이라.
오늘 그를 기억하며,
내일을 기약하고자 한다.
나는 어제를 쉬이 잊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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