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에서 울다
소요유 : 2011. 4. 21. 08:24
이승희
<논둑에서 울다>
이상하지? 여기만 오면 고해성사하고 싶어져.
논둑에 앉아서, 그냥 똥 누는 자세로 앉아서 보면
살아 있는 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라는 말도 여기에서 듣고 싶어져.
어떤 성자가 다녀가셨나? 얕은 물속 물방울 같은 발자국들,
아 사람의 역사가 저리 아름다우니 내 눈물 보여도 괜찮으리.
잘못 살아 미안하다고 중얼거리지 말고 논둑에 앉아볼 일이다.
<논둑에서 울다 2>
그냥 보면 안다. 다 안다.
도랑 쪽으로 귀 열어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저 살림살이의 간결함.
산 하나를 다 담고도,
천년에 걸친 한 가계(家系)의 역사를 저리 명백하게 보여줄 수 있음을.
아프면 아픈 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해, 네 맘 다 알고말고,
괜찮아, 좀 쉬었다 가면 돼, 덮고도 남지,
알고말고 도랑물이 논으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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